국제공동연구 심포지엄 개최…해외연구기관 유치 성과 등 소개
내년 글로벌 R&D 투자 1조원 상회…과방위서 여야 갈등 난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내년도 글로벌 R&D(연구개발) 확대를 위해 과학기술계가 함께 국회 설득에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R&D 예산을 두고 여야의 대립이 이어지는 가운데 연구 현장에서 글로벌 R&D의 중요성과 당위성을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20일 열린 '2023년 해외우수연구기관 국제공동연구 심포지엄'에서 내년도 글로벌 R&D 추진 방향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열린 심포지엄은 '해외우수연구기관 유치사업(GRDC)'과 '해외우수연구기관 협력허브구축사업(GHUB)'의 주요 성과를 발표하고 협력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2010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다.
특히 과기정통부는 이 두 사업의 성과와 함께 글로벌 R&D 추진방향의 주요 내용을 소개했다.
◆2% 못 미치는 韓 글로벌 R&D 투자…정부 전체 예산 1.8조원으로 늘린다
우리나라 글로벌 R&D는 미국, EU 등 주요국 대비 투자규모가 현저히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 R&D 중 글로벌 R&D 비중을 유럽국가와 비교해보면 이탈리아 7.1%, 영국 5.3%, 독일 3.4% 수준인데 우리나라는 1.6%에 그친다. 최근 10년간 정부 전체 R&D가 약 2배 증가했음에도 글로벌 R&D는 정부 R&D 투자의 2%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R&D 투자 비중이 낮을 뿐만 아니라 과제당 5억원 이하의 중소형 과제로 파편화돼있어 사업의 전략성까지도 떨어지는 상황이다.
글로벌 R&D 예산을 대폭 늘리고 사업의 질도 강화해 그간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게 과기정통부의 계획이다. 내년도 정부 전체 글로벌 R&D 예산을 1조8000억원으로 책정하고, 이 가운데 과기정통부가 1조800억원을 글로벌 R&D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과기정통부는 글로벌 R&D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기 위해 일각에 잘못 알려진 사례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모든 글로벌 R&D 사업에서 해외 연구자를 반드시 참여시켜야 한다거나, 해외 연구기관과 MOU(업무협약) 등을 필수적으로 맺어야 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세부사업에 따라 다양한 협력유형이 가능하도록 유연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외국 퍼주기식 연구 우려를 두고도 글로벌 R&D 관련 가이드라인을 연말까지 작성·배포할 예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글로벌 R&D를 함께할 해외 국가·연구기관과의 '탑-다운'식 합의는 이미 완료됐거나 연내 완료될 예정이고, 향후 세계 최고 연구기관을 전략적으로 공모·선정하는 '바텀-업' 방식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R&D 예산 1.2조 삭감 의결한 野…국회 문턱 여전히 높아
이처럼 과기정통부가 내년도 글로벌 R&D 강화에 힘을 쏟고 있지만 관건은 국회의 수용 여부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글로벌 R&D 예산 감액에 힘을 싣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14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예결소위에서 기존 과기정통부 예산안보다 8400억원 순증된 R&D 예산안을 단독 의결한 바 있다. 전체 예산은 늘었으나, 사업명에 '글로벌'이 붙은 예산은 1조2000억원 가량 줄었다. 줄어든 글로벌 R&D 예산 대신 연구원 운영비 지원, 학생 인건비 예산 등을 2조원 증액한 것이 민주당의 의결안이다.
예결소위에서 통과된 예산안은 향후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의결한 뒤 예결특위로 넘어가야 하나 이 과정에서 또 다시 진통이 예고돼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민주당 단독 의결에 반발하며 전체회의 개최에 부정적인 의사를 표하고 있고, 설사 전체회의가 개최된다 하더라도 여야 갈등이 봉합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심포지엄 공식 행사 축사에서도 "글로벌 R&D 예산에 대해 일부 언론 우려가 있고, 연구자들 사이에도 설왕설래가 많은 거로 알고 있다"며 "아직 내년도 글로벌 R&D 예산이 국회 심의 중이어서 상세한 설명에는 한계가 있지만, 오늘 행사처럼 기회가 된다면 필요한 사항에 대해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노력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장관은 "내년부터 글로벌 R&D를 대폭 확대하고 관련 정책·제도를 신속하게 정비해 나갈 것"이라며 "국제공동연구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도전과 혁신이 시작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의 연구자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자들과 마음껏 연구하고 우수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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