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시밀리안 메르클레 베를린필 미디어 대표 내한
15주년 맞은 디지털 콘서트홀…1492개 콘텐츠 보유
세계 최정상급 악단인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의 디지털 콘서트홀이 올해 15주년을 맞았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온라인 공연이 낯설었던 지난 2008년부터 선구자로 길을 개척해왔다.
전설적인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이끌던 1960년대부터 클라우디오 아바도, 사이먼 래틀 그리고 현 상임지휘자 키릴 페트렌코의 최신 공연까지 온라인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다니엘 바렌보임, 구스타보 두다멜, 주빈 메타 등 객원 지휘자들의 영상도 볼 수 있다.
최근 내한 공연을 마친 베를린필에 이어 디지털 콘서트홀을 운영하는 베를린필 미디어의 막시밀리안 메르클레 대표가 한국을 찾았다. ECM 레코드와 도이치 그라모폰 등 여러 음반사와 클래식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이다지오 등에서 근무했던 그는 이번이 첫 한국 방문이다.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오드포트에서 만난 그는 "한국은 클래식 음악계에서 중요한 시장"이라며 "한국에서 아직 디지털 콘서트홀을 모르는 분도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한국 관객을 유입하는 건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15년 전, 오케스트라가 해외 투어를 다니며 활발하게 연주할 때 티켓 매진으로 공연을 볼 수 없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외국에 있는 사람들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공연을 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었으면 했죠. 그때는 라이브 스트리밍 개념이 없었는데, 그렇게 새로운 길을 찾아 디지털 콘서트홀을 만들게 됐어요."
디지털 콘서트홀에는 현재까지 1492개의 콘텐츠가 쌓여있다. 시즌마다 공연을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진행하며, 이를 아카이브에 차곡차곡 저장한다. 공연 영상 849개를 비롯해 인터뷰 영상 568개, 다큐멘터리 75개 등이 있다. 그는 "디지털 콘서트홀이 보유한 아카이빙은 베를린필의 기억이자 유산"이라고 강조했다.
유료로 운영되는 디지털 콘서트홀 구독료는 현재 한 달 기준 16.90유로다. 초창기 14.90유로에서 15년 동안 단 한 번밖에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다. "수익 창출이 목적은 아니다. 구독료 수익은 디지털 콘서트홀 운영을 위해 다시 투자한다"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19는 영상을 통해 음악을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기회를 더 줬다고 생각한다"며 "어려운 시기에 한 달간 무료로 공연을 접할 기회를 제공했고, 이 기간에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콘서트홀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또 관객층의 연령대가 높은 유럽에서 젊은 관객층을 끌어들이는 데도 한몫하고 있다. 디지털 콘서트홀은 대학 및 기관 등 140곳과 연계해 교육 등의 목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메르클레 대표는 베를린필 디지털 콘서트홀이 양질의 음악을 제공한다는 자부심도 내비쳤다. 실제 공연장에서 듣는 연주회를 대체할 순 없겠지만, 그와 비슷한 경험을 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를 위해 돌비 사운드와 4K 초고화질(UHD) 카메라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해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우리는 새로운 기술에 늘 열려 있어요. 그리고 구독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하죠. 그만큼 이용자들도 신뢰를 갖고 꾸준히 구독해요. 누구나 무엇이든 올릴 수 있는 유튜브와 비교해 규모가 작을 수 있지만, 이곳에선 고음질의 엄선된 영상만 볼 수 있는 게 달라요. 베를린필에만 집중하며 라이브 스트리밍과 녹음 등을 직접 제작하고 관리한다는 점도 다르죠. 구독자들이 믿고 들을 수 있는 음악을 가진 장소예요."
코로나19 시기를 겪으며 공연계 영상 사업의 중요성도 커졌다. 그는 "우리는 항상 선구자로 모범이 되어야 한다"며 "라이브 스트리밍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라고 생각한다. 많은 오케스트라가 영상 사업을 하면서 다양하게 클래식 음악을 소개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베를린필이 세계 최고라는 건 모두가 인정하죠. 최대한 많은 사람이 그 음악을 보고 들으며 공유할 수 있는 게 가장 중요해요. 우리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책임감을 느껴요. 음악의 아름다움을 전달하고, 그 진가를 느끼는 최상의 경험을 선사하는 게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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