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은 韓 유통 시장…나홀로 '흑자 로켓' 쏘아올린 쿠팡

기사등록 2023/11/08 16:35:07 최종수정 2023/11/08 16:39:42

고물가·고금리·고환율·고유가 '4高' 현상 속 소매유통업체 체감경기 악화

쿠팡, 3Q 매출 분기 최대 '8조원' 돌파…활성고객수도 '2000만명' 넘어서

올해 첫 연간 흑자 전망…대만·쿠팡이츠 등 신사업 투자 확대 의지도

[뉴욕=AP/뉴시스]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11일(현지시간) 쿠팡의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앞두고 거래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3.11.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고물가·고금리·고환율·고유가 '4고(高)' 현상으로 소매 유통 업체의 체감 경기가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쿠팡이 '나홀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쿠팡은 올 3분기 8조원 매출을 달성해 분기 사상 최고 매출을 올렸고, 활성 고객(제품을 분기에 한번이라도 산 고객) 수도 20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신기록을 세웠다.

이 같은 실적은 롯데·신세계·현대 등 전통 유통강자들의 3분기 실적 부진이 예고된 가운데 나온 것으로, 올해 첫 '연간 흑자'까지 달성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쿠팡이 8일(한국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3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매출은 8조1028억원(61억8355만달러·분기환율 1310.39)으로 전년 동기(6조8383억원) 대비 18% 성장했다. 달러 기준 매출은 21% 증가한 수치다.

쿠팡이 분기 매출 8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해 4분기(7조2404억원) 처음으로 매출 7조원을 돌파했던 쿠팡이 약 10개월 만에 다시 분기 최고 매출을 올린 셈이다.

쿠팡의 3분기 영업이익은 1146억원(8748만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 달러 기준으로는 13% 늘었다. 이는 지난해 3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 흑자 행진이다.

다만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1940억원) 대비 40.9% 감소했는데, 이는 대만 로켓배송 등 성장사업 분야 막대한 투자로 비용 손실이 발생한 영향이다.

쿠팡이 소비심리 악화 속 분기 최대 매출을 올린 배경은 쿠팡의 활성 고객(제품을 분기에 한번이라도 산 고객) 수가 가파르게 성장한 결과다.

쿠팡의 활성 고객 수는 2042만명으로 전년(1799만명) 대비 14% 증가했다. 이번 3분기 고객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13%) 이후 가장 높은 성장세다.

올해 신규 유입된 활성 고객 수만 총 230만명에 달한다. 활성 고객의 1인당 매출은 303달러(39만704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늘었다.

◆3Q 8조원 매출 올린 쿠팡, 활성 고객 수 2000만명 돌파…올해 첫 연간 흑자 가능성↑

쿠팡은 활성 고객 수 증가 배경으로 ▲상품군 확대와 ▲와우 멤버십 혜택 강화를 꼽았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로켓에서 상품군이 늘어나면 쿠팡에서 고객이 지출이 증가한다"며 "3분기에는 1P(로켓배송, 직매입), 3P(오픈마켓,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고 수수료를 받는 것) 모두 선택할 수 있는 상품군 폭을 넓혔고 활성 고객수와 매출 모두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고 했다.

실제 쿠팡에 따르면 상품군 폭을 넓힌 3분기 기준, 기존 카테고리에서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성장했고, 신선식품 등 신규 카테고리의 매출은 전체 사업보다 2배 이상 빠르게 성장세를 이어갔다.

또 강력한 혜택 하나가 쿠팡의 모든 사업에 대한 와우 멤버십 회원의 참여를 높인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하나의 혜택에 대한 와우 회원의 참여도가 높아지면 쿠팡의 모든 사업에 대한 참여도가 높아질 수 있다"며 '쿠팡이츠'의 멤버십 할인 프로그램을 예로 들었다.

쿠팡이츠는 2분기 들어 와우 멤버십 할인 프로그램을 출시했는데, 이후 고객 수와 주문이 급증했다. 쿠팡에 따르면 쿠팡이츠에 참여하는 와우 회원은 할인 혜택 출시 후 90% 늘었고, 혜택을 적용한 지역 중 75% 이상에서 거래량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김 의장은 "쿠팡이츠에서의 참여가 와우 회원 유치 및 멤버십 유지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며 "와우 회원은 비회원보다 더 많은 카테고리와 사업에서 훨씬 높은 빈도고 구매하고, 쿠팡이츠를 이용하는 와우 회원은 쿠팡에서 훨씬 더 많은 물건을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쿠팡이츠는 올해 말까지 약 20%의 시장 점유율을 달성할 것"이라며 "이는 할인 혜택 출시 당시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쿠팡처럼 멤버십 혜택 강화를 통해 충성고객을 확보하려는 전략은 전통 유통강자들도 적극 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신세계그룹은 지난 6월 충성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그룹 내 6개 계열사(이마트·G마켓·SSG닷컴·스타벅스·신세계백화점·신세계면세점)가 함께한 통합 멤버십인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을 지난 6월 출범했다.

그룹 계열사 구석구석에서 누리는 '임직원 수준의 할인 혜택'을 제공해 온·오프라인의 경험을 강조하고 있지만, 아직 쿠팡의 와우 멤버십을 견제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쿠팡, 대만·쿠팡이츠 등 신사업 투자 확대…고용창출 효과까지

쿠팡은 핵심 사업 부문인 로켓배송·로켓프레시·마켓플레이스·로켓그로스 분야의 성공을 등에 업고, 신사업 분야 투자를 강화한다.

쿠팡의 핵심 사업 부문 3분기 매출은 7조8178억원(59억6602만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고, 달러 기준으로는 21% 성장했다.

대만·쿠팡이츠·쿠팡페이 등 신사업 분야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41% 늘어난 2억1752만달러(2850억원)를 기록했다.

다만, 투자 확대 영향으로 성장사업 부문 조정 에비타(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는 손실을 이어갔다. 3분기 손실은 1억6082만달러(2107억원)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손실 규모가 3.5배 이상 늘었다.

김 의장은 "대만의 장기적인 잠재력에 대한 확신은 커지고 있다"며 "대만의 로켓배송 사업은 출시 첫 해 한국의 로켓배송이 첫 해 성장한 것보다 빠르게 성장했고, 이런 추세라면 쿠팡 앱은 2023년 한 해 대만 시장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앱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만에서의 성장으로 쿠팡은 1년 만에 1만2000개의 중소기업이 대만으로 제품을 수출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쿠팡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고, 최근 대만 진출 등 신사업을 활발히 전개하며 쿠팡의 신규 일자리 창출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쿠팡과 물류사업을 담당하는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의 고용 인원은 지난 9월 말 6만7299명으로 집계돼, 지난 5월(5만9521명)과 비교해 4개월 만에 순증 고용인원이 7778명 늘었다.

특히 로켓배송과 로켓프레시 등 업무를 담당하는 물류센터 직원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쿠팡 인천 물류센터 고용인원은 1336명에서 2846명으로, 고양센터는 1991명에서 2922명으로 각각 112%, 47% 늘었다.

이밖에 부천(635명), 동탄(577명), 안성(524명) 등 수도권에 포진한 물류센터들도 단기간 고용인력을 수백명씩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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