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측, 불우한 성장배경·심신미약 등 주장
재판부, 선고기일 24일 오전 지정
[부산=뉴시스]권태완 기자 = 또래 여성을 무참히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유정(23)에 대해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는 6일 오전 살인 및 사체손괴, 절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유정의 결심공판을 열었다.
이날 검찰은 정유정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또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과 보호관찰 명령 등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분노 해소의 수단으로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살해한 '이상동기 범행'이다. 누구나 아무런 이유 없이 살해당할 수 있다는 공포심을 심어주는 범죄"라면서 "피고인은 과외 앱을 통해 살해하기 쉬운 피해자를 물색하는 한편 중학생으로 가장해 피해자에게 접근했으며, 범행도구를 미리 준비하는 등 계획된 범죄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피고인은 피해자를 흉기로 수백 차례 찔러 살해했고, 피해자는 장기간의 계속된 공격으로 극심한 고통 속에 사망했을 것이다"며 "수사 초기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은 우발적인 살인을 주장하며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피고인이 자백하고 있는 등 오심의 가능성은 없으며, 교화 가능성 또한 없고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가 필요하다"며 구형의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검찰은 이날 법정에서 피해자의 유가족들이 작성한 엄벌 탄원서 등을 공개했다.
피해자의 유가족은 "이제 5개월 정도 지났는데 500년 같은 시간이었다. 앞으로 견뎌 낼 시간이 너무 힘들고 고통스럽다"면서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해 달라" 등의 내용이 담긴 탄원서를 작성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연두색 수의를 입고 이날 법정에 들어선 정유정은 검찰이 최종 의견을 진술하자 고개를 푹 숙이고 바닥을 응시했다.
정유정 측은 피고인이 특수하고 불우한 환경에서 성장해 상세 불명의 양극성 장애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며 심신미약 감경을 주장했다.
정유정 측은 "피고인은 어린 나이에 부모가 이혼해 모친은 다른 배우자와 결혼하고, 부친은 피고인이 만 5세가 되는 해에 수감생활을 시작해 9년간 수감생활을 한 뒤 피고인 곁으로 잠시 돌아왔으나 1년 만에 새 배우자를 만나 결혼해 헤어졌다"며 "부친이 재혼할 때 피고인을 없는 사람 취급했고, 늘 나에게 진정한 내 편이 없다는 생각이 피고인을 지배했다"고 했다.
또 "친조부와 부친, 새할머니 등의 폭행으로 인해 피고인은 상세 불명의 양극성 장애와 우울 에피소드를 앓고 있는 등 심신미약을 고려해 주시고, 만약 감경되지 않는다면 정상으로 참작해줄 것을 요청드린다"면서 "피고인은 막중한 범죄에 대해 마음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현재 인격 형성과 능력 향상을 위해 중국어와 일본어 등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유정은 자신이 직접 작성한 최후 진술문을 꺼내 읽었다. 정유정은 울먹이면서 "큰 상심에 빠진 유가족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며 "중국어와 일본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그리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준법정신을 지키며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정유정의 선고기일을 오는 24일 오전으로 지정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정유정은 지난 5월 26일 오후 5시 41분께 중학생인 것처럼 가장해 A(20대)씨의 집에 들어간 뒤 가져온 에코백에서 흉기를 꺼내 A씨를 10분간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정유정은 A씨를 실종된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같은날 오후 6시 10분부터 오후 9시까지 미리 준비한 흉기로 시신을 훼손하고, 다음날 오전 1시 12분께 A씨의 시신 일부를 경남 양산시에 있는 공원에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정유정은 또 살인 범행을 저지르기 전 온라인 중고 거래 앱을 통해 알게 된 여성 B(20대)씨와 C(10대)군을 유인해 살인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살인예비)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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