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청조, '재벌회장 혼외자' 사칭 문자 공개됐다…남현희 "악마였다" 눈물

기사등록 2023/10/27 13:00:14 최종수정 2023/10/27 20:53:28
[서울=뉴시스] 펜싱 국가대표 출신 남현희. (사진=남현희 인스타그램 캡처) 2023.10.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펜싱 국가대표 출신 남현희(42)가 전 연인인 전청조(27) 씨에게 속았다는 걸 알게 된 결정적 증거가 휴대폰 메시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P그룹 회장의 혼외자'라고 사칭한 전청조 씨는 재벌 아버지라고 밝힌 A회장 연기까지 직접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27일 스포츠조선은 "남현희는 마지막 순간까지 '재벌 3세'라는 연인 전청조를 믿었다"고 보도하며, 전씨가 남현희에게 보낸 메시지들도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씨가 아버지라고 주장한 A회장에게 받은 메시지를 지난 26일 전씨의 세컨드폰에서 발견했다. 이날 남현희는 전씨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자신이 믿어온 모든 것이 거짓이었음을 깨달았다. 자신을 며느리로 칭했던 A회장 수십 차례 메시지를 주고받았는데 남현희는 "이 모든 메시지가 전씨의 폰에서 발송됐다"고 했다.

지난 25일 아침 언론 보도를 접한 경찰은 남현희의 신변보호를 위해 서울 잠실 시그니엘로 들이닥쳤다. 전씨와 함께 이날 오피스텔 라운지에서 투자 스터디를 하던 이들도 전씨에게 투자한 사실을 털어놨다. 수많은 의혹이 쏟아지는 가운데 전씨는 끝까지 남현희에게 눈물로 결백을 호소했다. 각종 사기 행각, 전과, 학창시절 과거가 잇달아 폭로되던 25일 밤까지도 전씨는 간곡하게 남현희를 설득했다. 강화도 친구, '재벌 혼외자'라는 친모에게 통화 연결을 시도해 재벌 3세임을 확인시키려 애쓰더니 26일 오전 돌연 자신이 죄를 다 뒤집어쓸 테니 집으로 가라고 했다. "유치장에 면회 오라"는 한마디를 남겼고, 남현희는 눈물을 쏟았다.

남현희가 전씨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비로소 인지하고, 자신이 믿어온 모든 것이 거짓이었음을 깨달은 건 지난 26일 오후였다. 남현희와 전씨에겐 둘만의 통화를 위한 '세컨드' 휴대폰이 있었다. 잠실을 떠나면서 전씨의 이 휴대폰을 들고온 남현희는 전씨의 휴대폰 메신저를 보는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남현희에게 재벌3세임을 믿게 하려 전씨가 보낸 문자, 모두 자작극이었다. 결정적 증거를 발견한 남현희는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그리고 그날 밤 전씨는 남현희 자택으로 찾아와 문을 두드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스토킹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된 후 풀려났다.

[서울=뉴시스] 지난 26일 JTBC는 전청조씨가 남현희가 함께 지내던 시그니엘 주민들에게 '재벌 3세'인 척 접근했다며 피해자인 유튜버 A씨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사진=JTBC 뉴스 방송 화면 캡처) 2023.10.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전씨는 남현희를 향해 A회장이 아버지이며, 자신은 A회장의 혼외자로 미국 시민권이 있다고 주장했다. A회장의 아내는 '이사님'으로 호칭했고, 아버지와 통화하는 모습도 수시로 보여줬다. 그러던 지난 8월 25일 'A회장' 이름으로 남현희에게 카톡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반가워요, 저는 청조 아버지 되는 사람 전 ○○이요. 아들 녀석이 연락이 안되더군요. 회사 일로 연락해야 하는데 아들이 부재중이니 급하게 연락드리네요. 아들을 깨워주면 좋겠어요. 부탁 좀 드리겠어요. 급하네요.' 이 첫 메시지를 시작으로 말을 편하게 놓겠다더니 이후 남현희를 아예 대놓고 '며느리'로 칭했다.  전씨는 A회장을 사칭해 '보고 싶네. 내 첫 며느리 아닌가.' '혼인은 언제 할 예정이니?' '혼인도 10월에 마무리 짓거라. 청조랑 호칭 정리도 하고, 아이도 아빠라고 부르게 하렴. 둘째도 10월에 준비했으면 하는구나. 아들 통해서 용돈 보내마' 등 수십 차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우리집 며느리 되는 게 자신 있는가? 사람들 때문에 쉽지만은 않을 것이야. 청조 그놈이 이 바닥에선 유명하니 일적으로는 든든하겠지만 우리들 삶이 힘듦이 많은 삶이야'라는 가짜 A회장의 말에 남현희는 장문의 답장을 보내기도 했다. 당시 남현희는 '현 제 상황에 호화로운 생활의 환경이 너무나도 감사하지만 그렇게 살아보지 않았던 저이기에 청조를 만나는 동안 그 환경적 부분을 탐하고 지내지는 않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서로를 위해 행복한 삶을 잘 만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제가 배워나가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기회를 주시는 만큼 노력을 통해 집안에 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등의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보냈다.

'모든 것에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남현희는 "아무 생각이 없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사람이 사람에게 이런 일을 만드는지"라며 눈물을 쏟았다고 스포츠조선은 전했다. 남현희는 "믿고 싶었고 믿으려고 했던 것이다. 악마인데 악마가 아니길 바랐던 것같다. 그리고 잘못된 길로 가는 걸 말해줘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잘못된 게 뭔지 안보였다"고 했다.

남현희는 "저는 그의 돈은 탐나지 않았다. 저를 너무나 좋아해주고 정말 잘해줬다. 아카데미 사업도 함께 해결해준다고 해 좋았다. 저는 제 것이 아닌 것에 욕심 안낸다. 살아가는 데 아무 문제가 없고, 돈도 선수 생활로 번 것으로 충분했다"고 말했다. 전씨는 남현희가 사건의 전말을 깨우치게 된 후에도 결백을 주장했다. 남현희의 "왜 그랬어?"라는 질문에 "내가 그런 거 아니잖아"라며 발뺌했다고 했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뉴시스] 고범준 기자 = 2016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가 31일 오후(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리오센트로 파빌리온5에서 훈련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2016.08.01.

한편 남현희는 사이클 국가대표 출신 공효석(37)과 2011년 결혼해 슬하에 딸 한 명을 뒀으나, 12년 만에 이혼을 발표했다. 이후 두 달여 만인 지난 23일 남현희는 여성조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전씨와의 재혼 소식을 알렸다.

여성조선에 따르면, 전청조 씨는 재벌3세다. 전씨는 미국에서 태어나 오랫동안 미국에서 지냈다. 뉴욕에서 승마를 전공하고 다수 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승마선수로 활약했다. 승마 선수로 10대 시절을 보내던 중 심각한 부상을 입고 19살 때 은퇴했다. 이후에는 국내외를 오가며 예체능 교육 사업과 IT(정보기술) 사업을 하고 있다.

보도 이후 전씨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고, 과거 사기 혐의로 복역했던 전과가 있다는 보도가 나와 파장이 일었다. 실제로 전씨는 2020년 2건의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3개월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씨는 2018년 4월부터 2020년 1월까지 피해자 10명으로부터 3억원에 가까운 돈을 갈취했다. 전 씨의 범행은 결혼을 빙자하거나 직업과 성별을 수시로 바꿔가며 돈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아울러 '미국 태생 승마 전공자', '재벌 3세',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임원을 역임한 사업가' 등 여성조선에서 언급된 전씨의 신상과 관련한 의혹이 불거졌다. 두 사람 모두 이를 부인하며 "악의적이거나 허위 내용을 담은 게시글 등으로 허위 사실이 유포될 경우 강력히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경기도 성남 중원경찰서는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전씨를 조사하고 있다고 지난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전씨는 이날 오전 1시10분께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소재 남현희의 어머니 집 문을 두드리고 초인종을 누른 혐의로 체포됐다가 풀려난 상태다. 전씨는 남현희가 이별을 통보하자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남현희에 대한 스토킹 혐의로 경찰이 수사를 이어가는 가운데, 전씨는 경찰에 사기 혐의로 잇따라 입건됐다. 이날 김민석 서울 강서구의회 의원은 제보를 받아 지난 25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전씨를 사기 및 사기미수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이날 전씨가 지난 8월말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투자를 한다며 2000만원을 가로챘다는 피해자 1명의 고소장을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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