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모란공원서 유신체제 의문사 1호 최종길 교수 추모미사

기사등록 2023/10/19 14:04:36

양승규 전 의문사진상규명위장, 이부영 전 국회의원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등 참석 고인 애도

[남양주=뉴시스] 이호진 기자=19일 경기 남양주시 모란공원에서 유신체제 국내 의문사 1호인 최종길 서울대 법대교수를 기리는 추모미사가 진행되고 있다. 2023.10.19. asake@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남양주=뉴시스]이호진 기자 = 1973년 중앙정보부에서 자진출두했다가 의문사한 최종길 서울대 법대교수의 50주기 추모제가 19일 경기 남양주시 모란공원 최종길 교수 묘소에서 진행됐다.

함세웅 신부 집전으로 추모미사 형태로 진행된 이날 추모제에는 궂은 날씨에도 동생인 최종선씨와 아들 최광준 교수,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등 각계 원로, 추모객 등 40여명이 참석해 최 교수의 억울한 죽음을 추모했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독일 쾰른대에서 유학한 최 교수는 유럽 간첩단 조작사건 참고인 자격으로 1973년 10월 16일 중앙정보부에 자진출두했다가 3일 뒤인 19일 새벽 중정 건물 앞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중앙정보부는 최 교수가 유럽간첩단 소속인 것을 고백하고 중앙정보부 본부 7층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발표했으나, 유가족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동료 교수는 고문사를 주장했다.

당시 중앙정보부 감찰실에 근무하던 동생 최종선씨가 일부러 정신병동에 입원해 목숨을 걸고 남긴 유언 형태로 남긴 수기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재조사 요구가 꾸준히 이어졌으나 1988년 공소시효가 만료될 때까지 진실은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2002년 5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최 교수 사건을 조사 후 “최 교수는 중정의 고문과 협박 등 불법수사에도 간첩이라고 자백하지 않았다”며 “권위주의적 공권력 행사에 순응하지 않고 소극적으로 저항한 최 교수의 죽음도 민주화운동과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결정했다.

이후 유족들은 국가권력의 불법 가혹행위로 최 교수가 사망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서울고등법원은 2006년 국가가 유족에게 18억48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양승규 교수는 추모사에서 “당시 최 교수가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그분은 자살할 분이 아니라고 얘기했던 기억이 있다”며 “과거 유신정권에서 알면서 무고를 저지르고 인권을 침해하는 범죄를 저질렀던 이들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동아일보 기자로 재직했던 이부영 전 국회의원도 “최종길 교수가 숨진 지 1년 반 뒤에 같은 자리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며 “조사관이 5층 화장실에서 여기가 최 교수가 떨어져서 숨진 곳이라고 말했는데 허술하지도 않았고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다”고 회상했다.

최종길 교수의 동생 최종선씨는 “최종길 교수가 중정에 갈 때 길 안내를 하며 모시고 올라갔는데 그 이후 천추의 한을 안고 50년을 살아왔다”며 “여든을 앞두고 이번이 마지막 한국 방문이라는 생각으로 미국에서 들어왔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어 “미국에 살고 있어 없어진 줄 알았던 중앙정보부 건물이 유스호스텔로 사용되고 있는 걸 얼마 전에 알았다”며 “최 교수와 민주투사·열사들이 기억될 수 있도록 남산 중앙정보부 청사가 민주화운동을 의미하는 장소가 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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