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전 마지막 조정회의 결렬
노조, 어린이병원 병상축소 반발
필수인력 충원·임금인상도 요구
6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서울대병원분회에 따르면 지난 4일 서울대병원 노동조합과 병원 측은 총파업을 앞두고 마지막 조정회의를 가졌지만 결국 결렬됐다. 앞서 파업은 찬반 투표를 통해 찬성률 95.9%로 가결된 상태다.
노조 측은 "노조는 파업을 막기 위한 막판 타결을 위해 병원장을 포함한 4대4 교섭을 제안했다"면서 "하지만 병원 측은 수용안을 전혀 제시하지 않았고 공공의료에 대한 계획도 내놓지 않는 등 파업 사태를 해결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분회인 서울대병원 본원과 보라매병원은 지난 7월부터 ▲의료 공공성 강화 ▲필수인력 충원 ▲실질임금 인상 등을 병원 측에 요구해왔다.
노조는 서울대병원이 어린이병원 병상 수를 축소하려는 방침을 세워 공공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 측은 "내년 어린이병원 리모델링 계획안을 보면 150평 중 3층 전체(134평)를 교수 휴게실로 만들고, 어린이병원 병상을 14개 축소하려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면서 "교수 휴게실을 늘리고 병상 수를 축소하면 환자 부담이 늘어나 공공병원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병원 측은 6~7인실 위주의 오래되고 과밀한 병동 구조를 개선하려면 1, 2, 4인실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조는 1인실은 비보험 병실이여서 결국 환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노조는 "병원은 오래되고 과밀한 병동 문제를 해소할 대안을 마련해 어린이병원의 병상을 축소 없이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또 환자 안전과 직결되는 인력 충원에 적극 나설 것을 병원 측에 요구하고 있다. 올해 노조는 서울대병원 64명, 보라매병원 53명 총 117명의 인력충원과 병가·청가·휴가 등 상시적인 결원에 대한 660명의 대체인력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측은 "국립대병원에서 퇴직하는 간호사가 59%에 달하고, 입사 2년이 채 되지 않아 그만두고 있는 인원도 적지 않다"면서 "김영태 병원장은 정원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지난해 합의한 인력조차 기재부의 인력 통제를 핑계로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보라매병원 내과 중환자실의 경우 지난 10개월간 간호사 16명이 강도높은 업무로 병원을 떠났다.
노조는 환자의 안전을 위해 중환자실 간호사 대 환자의 비율을 1대 2로 만들고, 주간과 야간에 간호사 수를 동일하게 유지할 것을 병원 측에 요구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는 간호사 한 명당 3명 이상의 환자를 담당하고 있고, 신생아 중환자실은 간호사 1명이 신생아를 5명까지 돌보고 있다.
노조는 의사 뿐 아니라 다른 병원 근로자의 임금 인상도 촉구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2023년 의사직에 대해 ‘진료기여수당’ 명목의 성과급으로 435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진료기여수당은 환자 수, 검사 수, 수술 건수에 따라 지급되는 수당을 말한다. 병원은 또 469명의 의사들을 대상으로 '진료 수당(외래진료 시 시간당 수당을 책정해 지급)' 100억 추가 지출을 결정했다.
노조 측은 "의사직에게만 총 706억 원(1인당 평균 5770만 원)이 지급되는 것으로, 김영태 병원장은 물가상승률 반영하고 다른 직역의 이탈을 막기 위한 실질 임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국립대병원의 경우 기획재정부의 총액인건비, 총정원제에 묶여 인력 확충과 임금 인상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 필수의료인력 지원 대책의 일환으로 의사직의 인건비 인상을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11일 서울대병원 외에 경북대병원도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인 가운데, 이번 파업을 시작으로 의료연대본부 소속 다른 국립대병원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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