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불예금 한 달 새 10.2조 늘어
5대 은행 예금금리 4%대로 올라
[서울=뉴시스]이주혜 기자 = 은행권의 수신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주요 시중은행의 예금금리가 4%대로 올라섰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금융 소비자들은 예금금리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자금을 묶어두기보다는 관망하는 분위기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은 지난달 말 기준 608조134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보다 10조1698억원이 급증했다.
앞서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은 7월 23조4239억원, 8월 2조4841억원 감소했으나 3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반면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842조2907억원으로 한 달 새 2조6764억원이 빠졌다. 정기예금 잔액이 감소한 것은 3월 이후 6개월 만이다.
요구불예금은 수시입출금 통장 형식으로 입금과 출금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 대기성 자금 성격이 강하다. 금리나 시장 흐름을 지켜보면서 투자처를 관망할 때 주로 이용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주식이나 부동산 등 다른 투자처가 마땅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난해 하반기 고금리 예금의 만기가 다가오면서 은행이 수신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자 이를 관망하려는 수요로 인해 요구불예금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최근 1~2주 예금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이를 지켜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만기가 도래하는 예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예금금리를 올리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은행채 발행이 막히면서 예적금으로만 자금을 조달하게 되자 은행간 경쟁이 치열해졌고 시중은행에 연 5% 이상 고금리 예금 상품이 등장했다. 이후 1년이 지나면서 당시 은행권으로 몰렸던 자금의 만기가 다가오고 있다.
5대 은행의 주요 정기예금(만기 12개월) 상품 금리는 이날 기준 연 4.00~4.05%로 모두 4%대로 올라섰다. 우리은행 'WON플러스예금' 연 4.05%,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농협은행 'NH올원e예금' 연 4.03%, 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하나은행 '하나의 정기예금' 연 4.00%다.
다만 연 5%대 예금이 재등장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해 하반기와 달리 은행들이 은행채 발행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서다. 게다가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과도한 수신경쟁을 막기 위해 은행채 발행 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금은 은행채로 자금을 조달하는 게 예금보다 은행에 유리하다"면서 "지난해만큼 예금금리를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금금리 인상이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은행들이 과도한 금리 경쟁을 자제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예금금리는 은행권 변동대출의 금리를 산정하는 지표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에 반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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