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하도급 100일 집중단속…333건 적발
근로자 안전사고뿐 아니라 부실시공 이어져
지난 22일 국토교통부는 건설 현장 불법하도급 100일 집중단속 결과를 발표했다. 단속 결과 508개 건설현장 중 35.2%에 이르는 179개 현장에서 불법하도급이 적발됐다. 적발된 불법 행위는 총 333건이다.
건설업 등록을 하지 않은 무등록 업체, 철근·콘크리트나 포장 등 특정 공정별 면허가 없는 무자격 업체에 하도급을 준 ‘무자격·무등록 하도급’이 221건(66.4%)으로 가장 많았다.
하청업체가 재하도급을 준 경우도 111건(33.3%)이었다. 적발된 업체 중엔 시공능력평가 10위 내에 있는 대형 건설사도 2곳 이상 포함됐다.
이밖에 116개 현장에선 근로자에게 임금을 직접 주지 않고, 시공팀장과 인력소개소가 일괄수령하면서 임금을 가로채는 수법으로 임금을 부적정하게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전국 건설현장 곳곳에 불법 하도급이 판을 치고 있는 셈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사 99.9%가 불법하도급을 하고 있다"며 "관행적으로 불법 하도급이 만연해 있어 근절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건설산업은 발주처-원도급-하도급-근로자로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를 가지고 있다. 생태계의 먹이사슬과 다를 바 없다. 발주자가 원청사에 도급을 주고, 원청사는 직접 시공하지 않고 대부분 전문건설업체에 다시 하청을 준다.
전문건설업체들이 인력을 직접 고용하게 되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직접 고용하지 않고, 이른바 '시공팀'에 다시 일감을 주는 형태로 운영된다. 이런 2차, 3차, 4차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건설 현장이 돌아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불법이 만연해 있다.
원청이 지급한 근로자에 대한 임금이 하도급자와 노동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사례가 많다. 건설 업계에서는 '똥떼기'라고 부른다. 불법하도급 업체의 팀장들이 노동자의 일당에서 일정 부분을 임의로 떼고 지급하거나 지급 후 다시 회수하는 수법을 말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많게는 7~8차까지 이르는 다단계 하도급 관행이 건설 현장에 만연해 있다 보니 뿌리 뽑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불법 하도급 관행의 최종적인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 공정별 다단계 불법 하도급 거래로 공사비가 깎여 날림 공사가 이뤄지는가 하면, 하도급에 따른 자재비와 인건비 빼돌리기로 인해 사기공사, 사기분양이 이뤄지기도 한다.
특히 건설사가 헐값에 자격에 없는 업체에 하청을 맡기면서 부실 공사가 일어나고, 원청·하청 관계에서 오는 갑을관계와 불공정 관행이 안전 관리 부실로 이어져 근로자 산업재해 사고의 원인으로도 작용한다.
원청사들이 직접적으로 하도급에 다단계 하도급을 주문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눈감아주는 관행이 이뤄지고 있다. 불법이 걸려도 100만원 안팎의 과태료만 내면 되는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다.
국토부는 처벌 수위를 높이기로 했다. 우선 불법하도급을 준 자에 대한 처벌은 징역 3년 이하에서 5년 이하로 높이기로 했다. 또 불법하도급을 준 주체에는 원도급사뿐만 아니라 발주자도 포함된다. 불법하도급을 받아 공사에 참여한 업체는 1년 이하 징역에 처하는 규정을 신설한다.
불법하도급으로 부실시공이 발생하거나 사망사고가 나면 피해액의 최대 5배를 물리는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도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정부가 처벌 강화 위주의 대응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부호가 붙는다. 수십년 간 집중 단속과 처벌 강화를 추진했지만 여전히 관행을 끊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익신고자에 대한 처벌 면제 도입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불법하도급을 준 업체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강화하되 불법하도급을 고발하는 신고자에 대해서는 처벌을 경감하거나 면제해 줘야 자발적인 신고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원청사가 시공팀을 직접 운영하도록 해 직접 시공 비율을 늘리거나 전문건설사가 합법적으로 시공 인력을 직접 채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지금을 불법 하도급을 준 업체도 처벌하고 받은 업체도 처벌하는데 받은 사람은 처벌하지 않아야 내부 고발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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