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39명 이탈표에 이재명 체포동의간 가결
당내 계파 갈등 격해지고 분당 대혼란 가능성도
비명계 사퇴론에 총선 앞두고 거취 표명 압박 거셀 듯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당내 무더기 이탈표로 21일 가결되면서 이 대표는 사실상 불신임을 당했다. 이 대표는 리더십에 큰 타격을 받아 지도부 체제 유지가 힘들어졌다. 당 내에선 '방탄 단식'과 불체포 특권 포기 번복에 대한 이 대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이 대표가 거취의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영장실질검사를 받는 처지가 된 이 대표가 내분 격화 조짐에 이 대표 거취 등을 놓고 어떤 결단을 내릴 지 주목된다.
비명 반란은 이 대표가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스스로 뒤집었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강하게 부결을 호소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부결 지침은 '방탄 정당' 오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비명(비이재명)계를 자극해 오히려 역풍을 야기했다.
이 대표는 부결을 요청한 체포안이 가결됨으로써 지도력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책임소재를 놓고 친명·비명 간 당내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면 분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2일 국회에 따르면 전날 본회의에서 이 대표에 대한 두 번째 체포동의안을 표결한 결과 재석 295명 중 찬성 149표, 반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 나타났다. 가결 정족수는 투표 참여자의 과반인 148표로 이보다 1표가 더 나왔다.
찬성 당론을 정한 국민의힘(110명 참여)과 정의당(6명)을 비롯해 여권 성향 의원(4명)이 전부 찬성표를 찍었다고 가정하면, 민주당 의원 29명이 찬성표를 찍은 것으로 추정된다. 기권과 무효표 10표까지 합치면 민주당 내 이탈표는 39명으로 늘어난다. 비명계뿐만 아니라 비주류 의원 일부도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첫 체포동의안 표결에는 가결표가 139표, 무효·기권은 20표였다. 전체 반란표는 큰 차이는 없지만 단순 계산하면 이전 무효나 기권을 던졌던 의원들 중 10여명이 이번엔 가결에 투표한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이 대표의 장기 단식과 부결 호소에도 민주당에서만 이탈표가 40표 가까이 나오면서 당은 충격에 빠졌다.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가결표 색출'이 본격화하면 당내 분열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정치권은 이번 결과를 이 대표를 향한 비명계의 선전포고로 보고 있다. 단순히 '방탄 정당' 역풍 우려 차원에서 반기를 든 것이 아니라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 지도체제에 문제를 제기하며 실제 행동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는 것이다.
이번 표결에 앞서 검찰 소환 조사 당시에도 이 대표 사법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는 가운데 당 지지율도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사퇴론이 고개를 들었다. 비명계 일부는 총선 승리를 위해 이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해왔다.
이는 당이 강성 지지층에 휘둘리고 이 대표를 위한 '방탄 국회'를 이어가면서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그러자 친명계는 플랜 B와 맞물려 설사 구속되더라도 대표직을 내려놓지 않고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있다는 취지의 '옥중 공천설'을 띄우며 맞받았다. 친명계 의원이 한 발언이었지만 사실상 이 대표의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됐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지난달 17일 라디오에서 "영장이 발부되기 어렵지만 만에 하나 발부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 플랜B에 대한 고민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속되더라도 이 대표 중심으로 결속 가능성'을 묻자 "필요하다면 그것도 가능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사법 리스크로 불거진 일각의 퇴진 요구에 선을 그으며 내년 총선을 경주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한 달가량 전인 당 대표 취임 1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지금도 여전히 민주당 지지자와 당원들이 압도적으로 현 당 지도 체제를 지지하지 않나. 명백한 사실"이라며 "(내년 총선은) 백지장도 맞드는 심정으로 고양이 손까지 빌리는 심정으로 가용한 자원을 총동원하고 할 수 있는 역할을 최대한 분담해서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선 TJB 대전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10월 사퇴 후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고 묻자 "전망이 아니라 그렇게 하길 바라는 기대일 것이다. 특히 여당이 그럴 것이고 그에 동조하는 일부 입장이 있을 수 있다"고 일축했다.
이어 "우리가 단합을 유지하고 지지자들과 당원들이 실망하거나 흩어지지 않게 해서 투표하게 하고 그걸 통해 내년 총선을 어떻게 해서든 반드시 이긴다는 게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고 제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거취 관련 전망은 엇갈린다. 수십 표의 반란표가 나오기는 했지만 압도적이라 할 정도로 가결표에 쏠린 것은 아니어서다. 이 대표가 단식 투쟁으로서 내년 총선 경주 입장을 확고히 한 만큼 현 체제로 총선을 치를 것이란 시각도 있지만 리더십이 휘청한 만큼 결국 사퇴하고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선출하거나 연말이나 내년 초에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변수는 구속 여부와 원내 여론으로 이에 따라 이 대표 거취는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법원이 실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 이 대표도 자신의 거취에 대해 상당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계파색이 옅은 의원들이 가세해 총선 승리를 위한 대승적 퇴진론에 힘을 실으면 당 내분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결단해야 한다.
반대로 이 대표가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구속 사유 없음'으로 결론 나면 반격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검찰의 정치 수사 야당 탄압이 부각되고,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어서다.
다만 일각에선 구속이 되든 안 되는 이 대표가 정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다.
당내 사정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이 대표는 상당수 민주당 의원들의 이탈표가 확인되면서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었다"며 "당내에선 이 대표의 결심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대표의 거취를 놓고 계파 갈등이 격화하면 결국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어 "당 입장에서도 비대위 체제로 혁신을 이끌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 2015년 문재인 대표 시절에 결국은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로 혁신안을 만들어서 19대 총선에서 예상을 깨고 1당이 되지 않았느냐"며 "이재명 대표는 대권 주자이기 때문에 미래를 볼 것이다. 일단 2선으로 후퇴한 뒤 물밑에서 당을 도우며 총선 이후를 준비할 것이다"고 했다.
반면 익명을 요청한 다른 한 정치 평론가는 "이 대표는 애초부터 최악의 시나리오를 전제로 대응을 해왔다. 친명계 의원을 통해 '옥중 공천'까지 얘기한 건 일종의 '각오하고 있어'라고 예방주사를 놓은 것"이라며 "비명계에 세력이 얼마나 붙는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지만 어쨌든 현 지도부도 친명이 대세다. 숫적으로 비명계가 열세이기 때문에 사퇴론을 관철시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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