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14일부터 18일까지 파업 중
서울역·고속터미널 찾은 시민들 혼란
"언니 부고에 부산" "어머니 수술하셔"
"KTX 2~3시간 갈 거리를 버스로 4시간"
[서울=뉴시스]박광온 여동준 기자 =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파업 나흘째인 17일 기차역과 버스터미널에서는 급하게 지방에 내려가느라 발을 동동 구르는 시민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날 오전 9시께 뉴시스가 찾은 서울 지하철 1호선 서울역 승강장 내에선 파업으로 일부 열차 운행 지연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열차 시간을 알리는 전광판 곳곳에는 빨간 글씨로 '운행 중지' 알림이 떴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박순주(68)씨는 갑작스런 언니의 장례식에 가려고 부산으로 내려가는 표를 구하려 애를 쓰고 있었다.
박씨는 "어제 급하게 언니의 부고를 듣게 돼 너무 황망하고 슬프다"며 "마음은 부산에 이미 가 있는데, 서울에 계속 발이 묶여 있으니 심적으로 무너진다"고 말했다.
경기도 파주에서 군복무 중인 김모(23) 일병도 "오늘 어머니가 허리 수술을 하셔서 빨리 내려가야 하는데 답답하다"며 "본가가 경북 영주라 시간도 오래 걸리는데, 파업으로 피해를 보니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모처럼 휴가를 내고 지방으로 여행을 계획했던 시민들도 불편을 호소했다.
고모(36)씨는 친구들과 여수까지 타고 갈 열차가 지연되고 있다며 "휴가를 써서 친구들과 어렵게 마련한 여행 계획이었는데, 시작부터 어그러졌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경부영동선 출발 지점인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에서도 철도 파업으로 기차 대신 고속버스를 타러 온 시민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경남 창원으로 향한다는 직장인 한모(36)씨는 "KTX를 타면 2~3시간이면 가는데, 버스 타면 4시간 걸린다"며 "하지만 기차가 다 매진이라 어쩔 수 없이 버스를 예매했다"고 전했다.
경북 안동시에서 올라왔다는 최모(73)씨도 "오전 7시 기차 이후에는 전부 매진이거나 입석도 없었다"며 "그다음 이용 가능한 열차는 오후 9시30분 차라서 새벽같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철도노조는 지난 14일 오전 9시부터 18일 오전 9시까지 1차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철도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것은 지난 2019년 11월 총파업 이후 3년10개월 만이다.
이들은 KTX와 SRT의 고속철도 통합과 성실교섭 및 합의 이행, 직무급제 도입 철회, 4조2교대 시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전날 철도노조는 남영역 사거리에서 열린 결의대회에서 국토교통부와 철도공사가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2차 총파업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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