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단식 장기화에 정치권 촉각…당 안팎서 '중단' 요구(종합)

기사등록 2023/09/16 22:00:00 최종수정 2023/09/16 22:01:49

이재명, 단식 16일차 돌입…당내선 릴레이단식·동조농성

"신체기능 저하 등 건강 급격히 악화…의료진 입원 권고"

민주, 16일 비상 의원총회 열고 대책 마련 논의하기로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단식 투쟁 16일차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09.1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조재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단식이 16일째 접어들면서 정치권이 이 대표 건강 상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대표가 단식 의지를 굽히지 않는 가운데 15일 당 안팎에서 이 대표를 만류하는 발길이 이어졌다.

시민사회 원로들은 이날 오전 국회 본청 당대표실을 찾아 이 대표의 단식 중단을 촉구했다. 전날까지 지팡이를 짚고 자력으로 거동했던 이 대표는 이날부턴 종일 침상에 누워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함세웅 신부는 "이 대표가 일어나 병원에 가서 회복하고 살아있어야 싸울 수 있을 것"이라며 "상대가 이 대표의 단식에 대해 감동과 느낌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방법으로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근 목사도 "이 대표가 죽어서 바꾸겠다는 결심이라는 것을 잘 이해했다"며 "이 대표가 죽어도 윤석열 정부가 눈 하나 까딱하지 않을 것 같으니, 살아서, 일어나서, 손잡고 같이 투쟁하자"고 당부했다.

체력이 저하된 이 대표가 대화에 어려움을 겪자 함 신부는 대표실 관계자들을 향해 이 대표를 병원으로 이송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선종 원불교 교무도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이 대표를 설득했다.

다만 이 대표는 병원으로 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차 피력했다. 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 입장이 완강한 탓에 단식을 중단할 수 없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천 비서실장에 따르면, 이 대표는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의료진으로부터 입원 권고를 받았다. 저체온증 등 신체 기능 저하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어 건강 상태가 극도로 안 좋다는 의료진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이 대표의 단식 강행 소식에 민주당 의원 20여 명이 대표실로 찾아가 이 대표 설득전에 나섰다. 이들은 '대표님! 단식을 멈춰주십시오! 이제 저희가 싸우겠습니다!'는 손피켓을 들었다.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일부 의원들은 같은 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을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를 향한 전면적인 국정쇄신을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16일째 단식 중이다. 건강이 많이 악화됐고 기력이 쇠해 앉아있을 힘조차 없다"며 "말을 나누는 것도 어렵고 가까이 귀를 대야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말이 입 안에서 나오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이 죽어가고 이 대표가 16일째 단식을 이어가는 데도 정부여당 어느 한 사람 '안타깝다' '단식을 멈춰달라'며 현장에 와서 손을 잡고 걱정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참으로 비정하고 잔인하다"고 비판했다.

국회 본청 안팎에선 이 대표 단식을 지지하는 릴레이 단식과 동조 농성이 산발적으로 진행됐다.남인순·민형배·윤후덕 의원 등 의원 10여 명은 당대표실 앞에 이 대표 단식 중단을 촉구하는 농성에도 들어간 상태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단식 16일 째인 이재명 대표를 찾아 손을 잡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09.15. photo@newsis.com

비명계 대표인 조응천 의원이 단식장을 찾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조 의원은 이 대표가 단식을 시작한 이후에도 줄곧 비판 메시지를 내왔다. 이날 오전 굳은 표정으로 대표실을 찾은 조 의원은 이 대표와 2분 가량 짧은 대화를 나눈 뒤 자리를 떴다.

이외에도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원로들이 이 대표를 찾아 단식 중단을 요청했고,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단식 농성장을 다시 찾아 이 대표 건강을 염려했다.

한편 이날 국회에선 이 대표 지지자가 흉기 난동을 부리는 사건이 또 다시 발생했다. 전날 다른 여성 지지자가 본청 밖 천막 농성장에서 칼부림 소동을 벌인 데 이어 두 번째 발생한 흉기 난동이다.

국회는 경내 검문과 경호를 강화하기로 하고, 본청 밖 설치된 천막 농성장도 철거하기로 했다.

이 대표 측도 과도한 행동을 자제해달라는 입장을 냈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당원과 지지자들에 드리는 글'을 통해 "대한민국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당원동지, 지지자 여러분의 걱정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행동은 민주당의 방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과도한 행동으로 국민을 걱정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의 주장을 펼치는 방식은 평화적이어야 한다. 진정한 민주당 당원이고 지지자라면 자제를 요청드린다"고 했다.

민주당은 오는 16일 오후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이 대표 건강 악화에 따른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wander@newsis.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