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뉴시스] 이도근 기자 = 일제강점기 충북 제천에서 경복궁을 거쳐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진 '월광사지 원랑선사탑비'를 102년 만에 다시 제천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6일 제천시 등에 따르면 제천시와 지역구 엄태영 국회의원, 충북도·제천시 의원, 지역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제천 월광사 원랑선사 탑비 제자리 찾기 범시민운동본부'가 발족, 반환 운동을 벌인다.
보물 제360호인 월광사지 원랑선사탑비는 통일신라 후기 승려인 원랑선사(816~883)의 일생을 기록한 탑비다. 헌강왕의 명령으로 제작돼 890년 진성여왕 때 제천시 한수면 송계리 월광사 경내에 건립됐다.
이후 1922년 조선총독부에 의해 지금은 흔적만 남은 월광사 터에서 경복궁으로 옮겨진 뒤 2005년 국립중앙박물관이 용산으로 신축 이전하면서 박물관 로비에 전시돼 있다.
이 탑은 통일신라시대 지역 불교문화상을 파악할 수 있는 문화유산이다. 특히 2020년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가상졸업식 '디어 클래스 오브 2020'에 배경으로 등장해 화제가 됐다.
월광사지 원랑선사탑비를 2026년 개관 예정인 국립충주박물관으로 이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지역 사회에서는 반환 여론이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문화재위원회는 국보 충주 정토사지 흥법국사탑과 함께 원랑선사탑비를 해체해 수장고에 격납하는 안건을 조건부 가결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측도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 허가신청을 내면서 국립충주박물관 이관을 위한 사전 준비작업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제천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반환 여론이 이어졌고 시와 지역구 국회의원, 도·시의원 등이 함께 원랑선사탑비 제천 반환 범시민운동을 추진하는 등 반환 운동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들은 오는 13일 오후 제천영상미디어센터 3층 상영관에서 회의를 열고 원랑선사탑비 제천 반환 범시민운동 전개 방향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원랑선사탑비를 제천으로 이전할 수 있는 시설과 여건을 갖추는 노력을 전개하는 동시에 문화재청을 대상으로 탑비를 제천으로 되돌려받기 위한 범시민운동 추진 시민기구 구성 등을 놓고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게 된다.
원랑선사탑비 반환은 지역사회의 오랜 숙원으로 꼽힌다.
앞서 지난 3월에는 의림지역사박물관 광장에 원랑선사탑비 복제비가 세워졌다. 복제비는 원본과 같이 전체 높이 3.95m, 비신(몸체)은 높이 2.28m, 너비 0.96m, 두께 0.24m로 제작됐다. 사용된 석재도 원본과 같다.
시는 복제비 건립을 계기로 월광사지 정비에 나서는 한편 장기적으로 원본 제천 반환을 추진해 왔다.
이와 관련, 시는 오는 8일 문화복지국장이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해 원랑선사탑비 반환을 바라는 시민들의 의견을 전달하고 박물관 측의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월광사지 원랑선사탑비가 무단 반출돼 제천을 떠난 지 100년이 넘었다"며 "국립충주박물관 이전에 대한 시민들의 반발이 큰만큼 탑비 반환을 위한 작업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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