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은빛 비행선' 런던~베를린 거쳐 서울 상륙

기사등록 2023/09/01 01:00:00 최종수정 2023/09/01 06:50:05

BB&M갤러리에서 개인전 10월14일까지

Exhibition View, Lee Bul, BB&M, Seoul, 2023. Works by Lee Bul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현대미술작가 이불(59)의 대형 은빛 비행선이 서울에도 상륙했다.

영국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 베를린 마틴그로피우스 바우 등에서 선보인 설치작품이다.

서울 성북로 BB&M에서 이불의 두 번째 개인전을 10월14일까지 선보인다. 지난 20여 년간 작가가 천착해 온 인류의 유토피아적 모더니티를 향한 열망을 담은 신작 회화와 조각적 설치를 선보인다.
Exhibition View, Lee Bul, BB&M, Seoul, 2023. Work by Lee Bul *재판매 및 DB 금지


갤러리 1, 2층을 연결한 공간에 부유해있는 은빛 비행선  (2023)은 포스트모더니즘 이론의 철학자 리오타르(Jean-François Lyotard)의 서술에 대한 작가적 해석이 담겨있기도 하다.

작품의 공기역학적 형태와 미래주의를 상징하는 눈부신 표면은 기술주의의 합리성이 가져다주는 가능성과 진보주의적 프로젝트의 신념을 표현하지만, 동시에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것들에 필연적으로 내포된 오류와 그 역사적 트라우마의 긴 그림자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주제 의식은 회화 작품에서도 드러난다.  연작 제목인 ‘Perdu’는 프루스트(Marcel Proust)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À la recherche du temps perdu)'에서 ‘잃어버린’이란 의미로 쓰인 단어와 동일한 것으로, 작가는 "최전방에 파견된 군인들을 가리키는 군사적 용어로도 활용되는 이 단어는 냉전 시대의 마지막 경계선에 있는 한국의 사회·정치적 상황에 대한 은유를 가리키고 있다"고 했다.
Exhibition View, Lee Bul, BB&M, Seoul, 2023. Work by Lee Bul *재판매 및 DB 금지


역사적 아방가드르 서사를 담았지만 작품은 모든 것을 용해한 듯 매끈한 아름다움을 전한다. 아크릴 물감과 자개가 결합된 물성은 패널 위에서 반복적으로 중첩되고 연마되어 감각적이고 생동감 있는 화면을 보여준다. 

자연과 인공, 전통과 현대를 바라보는 작가의 관점과 태도가 반영됐다. 강렬한 색상과 유기적이면서도 기하학적 구조를 기반으로 더욱 추상적으로 변모해가는 작업이다. ‘Willing To Be Vulnerable’이라는 작품의 제목처럼 우리의 미약함을 기꺼이 드러낼 수 있다면 아름다움을 통한 위안은 여전히    남아있음을 보여준다.

이불 작가. 사진=BB&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 이불은 마틴 그로피우스 바우(베를린, 2018),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네지 중앙전시관(러시아, 2020), 예테보리 미술관(스웨덴, 2023) 등 세계적인 주요 미술관에서 연이은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하며 국제 미술계의 꾸준한 주목을 받고 있다.

작품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뉴욕), 구겐하임 미술관(뉴욕),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워커 아트센터(미니애폴리스), 테이트 모던(런던), 대영박물관(런던), 그랜드 듀크 장 현대미술관(룩셈부르크), 캐나다 국립미술관(오타와), 빅토리아 국립 미술관(멜버른), M+(홍콩), 모리 미술관(도쿄), 21세기 현대 미술관(가나자와), 리움 미술관(서울),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서울), 국립현대 미술관(서울) 등 세계 유수의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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