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생적 한계 넘어 대표 경제단체로 거듭나야[전경련이 바뀐다③]

기사등록 2023/08/22 10:34:00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앞을 지나는 시민 모습. 2017.04.14.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새 출발하는 것을 놓고,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특히 전경련이 1961년 '국가 산업 정책에 기여하라'는 정부 요구로 출범한 조직인 만큼, '정경유착'은 태생적 한계로 꼽힌다.

일부에선 '해체'가 답이라는 극단적 표현도 서슴치 않는다. 그만큼 전경련은 '환골탈태' 수준의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시 '권력의 시녀'로 전락할 수 있다는 평가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의 새 출발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과 긍정적인 시각이 엇갈린다.

앞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위원장은 삼성의 전경련 재가입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발표하며 '정경유착'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이찬희 준감위 위원장은 "저희는 현 시점에서 전경련 혁신안이 정경유착 고리를 확실하게 끊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경련의 혁신안 자체에 대한 준감위 차원의 불신이다.

전경련이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들린다.

전경련은 5·16 군사 쿠데타 직후인 1961년 '경제재건 촉진회'가 모태다. 당시 재벌기업들이 '부정 축재' 문제를 피하기 위해, 박정희 정권과 손을 맞잡은 결과로 탄생했다.

이후 한경협에서 전경련으로, 다시 한경협으로 이름은 바뀌었지만 1988년 5공 청문회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해재단 자금 모금 주도,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등 '재벌 이익을 대변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전경련은 애초에 정경유착으로 시작된 조직"이며 "성공의 조건을 논하기 이전에 결국 해체가 답"이라고 말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4대 그룹이 재가입하더라도, 전경련 활동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며 "회원사들 입장에서도 전경련 혁신 행보를 신중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대기업 중심의 한국 산업 구조에서 전경련이 경제 발전에 나름 공이 있다는 평가도 있다.
 
재계 또 다른 관계자는 "전경련이 탈정치를 선언한 만큼, 그동안의 우려를 씻고 새롭게 역할을 재정립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4대 그룹 스스로도 전경련 혁신에 기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경제단체와 구별되는 대기업 중심의 단체라는 점에서 전경련이 우리 경제의 새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경영학부)는 "한경협은 대기업들을 대변할 수 있는 기구로서 새로운 구심점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 교수는 "사회 주요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며 "특히 과거의 어두운 부분에서 벗어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면 국민들도 전경련을 납득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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