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앞두고 '무당층' 급증…여야, 여론 흐름 촉각

기사등록 2023/07/23 08:00:00

윤 정부 들어 여야 지지율 최저…거대 양당 불신↑

정치 혐오 무당층 증가…정치권, 총선 파장 촉각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 4·5 재보궐선거 투표일인 5일 전북 전주시 서신동주민센터에서 한 유권자가 투표를 하고 있다. 2023.04.05. pmkeul@nwsis.com

[서울=뉴시스] 이지율 기자 = 총선을 9개월 앞둔 상황에서 여야를 모두 거부하는 무당층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여야가 수해 참사 등 국가 재난 속에서도 정쟁을 이어가면서 유권자들의 정치 불신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선거를 앞두고 증가한 무당층은 투표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여야는 유불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여야는 여론의 흐름을 예의주시하며 무당층 마음을 잡기 위한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23일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한 결과,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층이 여야 정당 지지도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지난 18~20일 조사해 21일 공개한 정당 지지도에 따르면 무당층은 직전 조사 대비 2%포인트(P) 늘어난 33%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은 지난 조사와 동일한 33%, 더불어민주당은 2%p 하락한 30%였다.

20일 공개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조사(17∼19일)에서 무당층은 양당 지지율을 넘어선 39%에 달했다. 같은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30%, 민주당은 23%를 기록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여야 지지율은 최저치를 찍고 무당층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거대 양당에 대한 국민 불신이 높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여당이고 야당이고 국민들 보기에 제대로 하는 놈들이 없다는 것"이라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나 수해 참사 등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도 정쟁으로 비화하고 있으니 얼마나 한심해 보이겠나"라고 말했다.
 
통상 선거를 앞둘수록 양당 지지층이 결집하며 무당층이 줄어들지만 최근 흐름은 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보통 무당층이 선거 10개월을 기준으로 조금씩 줄어드는데 이번엔 더 늘어나고 있다"며 "용산(대통령실)부터 시작해서 여야가 다 네거티브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 무당층 양산의 핵심 원인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총선을 앞둔 무당층 증가는 투표율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과거 무당층은 기존 정당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투표장에 가는 참여형 성격이 높았다. 하지만 최근 무당층은 정치 무관심·혐오층으로 구성되면서 투표 자체를 포기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역대 선거 결과를 보면 투표율이 낮을 때 보수 정당이 압승한 경우가 많았다. 이에 여당 내에선 무당층 증가로 투표율이 저조해도 불리할 게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양쪽 다 중도 포섭을 못 하니까 무당층이 늘어나는 건데, 우리한테 표를 안 줄 바에야 투표를 안 하는 게 낫다"며 "여당은 행정력으로 우리 지지층을 더 투표장으로 끌어올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보면 (낮은 투표율이) 불리한 건 아니다"라고 했다. 

엄 소장은 "부동층 절반이 2030이고 특히 진보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투표를 더 안 한다"면서도 "지난 경기지사 선거 출구조사 등을 보면 2030 여성들의 민주당 결집이 강한 데 비해 국민의힘 2030 남성 지지율은 조금 약하기 때문에 국민의힘도 마냥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무당층이 늘어나면서 제3지대 등장으로 인한 정치 지형 변화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그러나 과거 실패 사례와 구심점이 없단 점에서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중도층이 많은 것과 중도층이 세력화되는 건 별개 문제란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제3지대가 성공하려면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대선주자, 정체성, 특정 세대 또는 지역의 지지기반"이라며 "지금의 제3지대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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