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더기식 치수 관리권' 오송 지하차도 참사 키워…제방은 누가 관리?

기사등록 2023/07/18 16:50:20 최종수정 2023/07/18 19:26:04

미호강, 금강환경청→충북도→청주시 위임

행복청 공사구간 청주시 위임 구역서 제외

금강환경청 사전점검 제때 가동 여부 쟁점

[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본부 등 관계부처가 17일 오전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주변에 대한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2023.07.17. jsh0128@newsis.com

[청주=뉴시스] 임선우 기자 = 누더기식 국가하천 치수(治水) 관리권이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환경부와 충북도, 청주시, 행복청의 얽히고설킨 권한 탓에 미호강 임시 제방이 제때 점검됐는지 여부도 쟁점이다.

18일 재난당국에 따르면 지난 15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미호천교 일대의 미호강이 범람하면서 궁평2지하차도를 덮쳤다.

미호천교 확장 공사 과정에서 축조된 임시 제방이 무너져 내려 6만t가량의 강물이 지하차도에 쏟아졌다. 이 사고로 14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금강 최대 지류인 미호강은 길이 89.2㎞, 유역면적 1855㎢ 규모의 국가하천이다. 발원지인 음성 망이산부터 진천 구역까지만 지방하천에 속한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미호천이라 불리다가 지난해 7월 환경부 관보를 통해 미호강으로 개칭됐다.

미호강의 치수권은 환경부 산하 금강유역환경청에 있다. 국토교통부의 하천 정비·관리 업무가 물관리 일원화 방침에 따라 지난해 1월부터 환경부로 이관됐다.

금강유역환경청은 하천법에 따라 금강 본류를 제외한 지자체 통과 구간을 해당 지자체에 위임한다.

미호강의 경우 금강유역환경청이 충북도에 위임하고, 충북도가 청주시에 재위임하는 형식으로 관리된다.
[청주=뉴시스] 이병찬 기자 =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미호교 확장 공사를 위해 축소한 임시 제방이 15일 불어난 강물에 붕괴했다. 이 강물은 300~400m 떨어진 지하차도를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방수포가 덮였던 이 임시 제방은 애초 교량 아래를 가로지르는 형태였다.(사진=주민 제공)2023.07.18.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제방이 무너진 구간은 또 다르다.

이곳은 2018년부터 미호천교 확장 공사를 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금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하천점용 허가를 받았다. 공사와 관련한 권한은 행복청이, 그 외 제방 관리 등은 금강유역환경청이 맡는다.

홍수기를 앞두고 제방 점검망이 제대로 가동했는지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다.

관할 지자체인 청주시는 권한 부재로 공사 구간을 사전 점검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기본적으로 하천 제방은 시설물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6개월에 한 번씩 정기점검을, 2년에 한 번씩 정밀안전점검을 받게 돼 있으나 관리권이 위임되지 않은 미호천교 공사 구간은 점검 대상에서 제외됐다.

청주시가 자체적으로 진행한 홍수기 전 3월 점검에서도 이 구간은 빠졌다.

시 관계자는 "행복청 공사 구간에는 청주시가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이 구간의 제방 점검은 하천점용 허가를 내준 금강유역환경청이 해야 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공사를 하는 행복청도 구간 취약 구역을 가장 잘 알고 있을 텐데, 사고 전까지 청주시에 아무런 상황 전파가 없었다"며 "관할 지자체로서 충분히 점검할 수 있었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지만, 하천법상 권한을 위임받지 못한 구간에 대한 출입 자체가 제한된다"고 항변했다.
[청주=뉴시스] 연종영 기자 =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와 붕괴한 임시 제방.2023.07.17.photo@newsis.com

행복청은 2018년 2월부터 오송읍 궁평리~강내면 탑연리 1.2㎞ 구간을 확장하고, 미호천교를 신설하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2021년 11월 새 교각을 세우기 위해 기존 제방 일부를 허물고, 매년 장마철 직전에 임시 제방을 쌓았다.

올해는 6월29일부터 7월7일까지 임시 제방을 다시 축조한 뒤 사고 당일 보강공사를 벌였다. 임시 제방은 해발 29.7m로 기존 제방(31.3m)보다 1.6m 낮게 시공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방은 지난 15일 오전 8시40분께 미호강 계획홍수위(9.2m) 턱 밑까지 차오른 강물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졌다. 불과 2~3분 만에 제방에서 300~400m 떨어진 궁평2지하차도에 6만t가량의 강물이 쏟아지면서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행복청 측은 "임시 제방은 계획 홍수위(28.78m)보다 0.96m 높았다"며 "매년 이 방식으로 임시 제방을 축조·철거해 왔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금강유역환경청에는 장마철 전 임시 제방 사전 점검과 부실 점검 여부를 묻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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