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당한 조건' 단 불체포특권 포기…'방탄' 논란 여전

기사등록 2023/07/18 16:24:33 최종수정 2023/07/18 18:34:06

혁신위 요청 한 달만 결의 채택…"협의 통해 총의, 갈등 부각에 유감"

'정당한 영장' 단서 붙여 논란 지속…반쪽짜리 쇄신·'방탄' 가능성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75주년 제헌절 경축식'에 참석해 있다. 2023.07.17.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18일 의원총회를 열고 당 혁신위원회가 '1호 쇄신안'으로 요구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정당한 영장 청구'일 때만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또 혁신위가 함께 요구한 '체포동의안 가결 당론 채택'에 대해선 선을 긋었다. 이에 조건을 단 '반쪽짜리 쇄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영장 청구의 정당성을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어 당의 혁신 의지와 별개로 '방탄' 논란이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정당한 영장 청구에 대해 의원들의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결의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윤리정당(의 면모)을 회복하도록 정당한 영장 청구에는 불체포특권을 내려놓는다는 선언을 모두가 추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혁신위는 지난달 23일 1호 혁신안으로 당 의원 전원의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 제출과 체포동의안 가결 당론 채택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이후 3주가 지난 13일 의총에서 결의안 추인을 시도했으나 일부 중진의원들의 반대로 한 차례 불발됐다. 이들은 불체포특권이 갖는 헌법적 의미가 의원 개인의 신상을 위한 게 아니라 입법부가 정당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부당한 행정 권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는 점을 항변했다.

의총에서는 국민 눈높이에 맞춰 혁신안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찬성론과 검찰에 무분별한 영장청구 빌미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론이 맞붙었다. 

협의 과정에서 불거진 의견 충돌이지만 당내 의견이 엇갈리면서 불체포특권을 두고 갈등의 골만 깊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 의원 31명은 지난 14일 선제적으로 불체포 특권 포기 선언을 했고, 당내 최대 의원 모임 '더좋은미래'도 불체포 특권 포기를 주장했다. 이러한 집단행동에 친명(친이재명)계는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고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계파 내홍이 다시 격화할 수 있다는 시각도 일부에서 나왔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러한 평가를 의식한 듯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의총은 민주주의의 광장으로 다양한 목소리는 당이 건강하다는 방증"이라며 "일부 언론에서 논란이나 대립으로 부각하고 사실과 부합하지 않은 프레임으로 분열 시도를 한 데 대해 모은 의원들과 함께 유감을 표명한다. 결과가 다소 늦어도 끝까지 토론해 나가는 게 결국 국민이 원하는 방향 도달하는 지름길이라 믿는다"고 언급했다.

민주당이 불체포특권을 내려놓는다고 선언하며 당내 갈등설은 일단 잠잠해지겠지만 후폭풍은 계속될 전망이다.

 영장 청구가 '정당한지'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문제가 남아 있는데 사안에 따라 불체포특권 논란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검찰이 민주당 인사들에게 과도하게 영장을 청구해 왔던 전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당내 우려도 여전해 향후에도 '방탄 정당'의 오명을 벗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에도 이재명 대표가 연루된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과 쌍방울 대북 송금 수사 등을 거론하며 "대통령 처가 고속도로 게이트, 김건희 여사 명품 쇼핑논란으로 윤석열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이 심각해지자 검찰이 다시 한번 구원투수로 나섰다"고 날을 세웠다.

대책위는 "대장동도 성남FC로도 안 되자 이번 소재는 백현동과 쌍방울이다. '카더라' 식으로 언론에 공무상 비밀을 누설해 가며 이재명 대표와 그 주변인들을 범죄자로 왜곡해 음해하는 방식에는 변함이 없다"며 "이재명 대표는 이미 소환 조사에 당당히 응하고, 구속영장 청구 시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이제 그만 이재명 대표에 대한 집착을 버려라"고 반발했다.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정당한 영장창구의 기준에 대해 "결국은 국민이 볼 때 특별히 이례적으로 부당한 영장청구로 판단하지 않는다면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지 않겠냐"면서 "기준은 국민 눈높이다. 추후 체포동의안이 올 경우 사전에 의총에서 논의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다음 체포안 처리 결과로 국민이 판단해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 중진 의원은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근 금품수수 국회의원의 규모를 총 20명으로 특정하며 고강도 수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안에 따라 불체포특권 논란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고, 수사 결과에 따라 후폭풍이 거셀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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