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중환자실에서 실수로 녹화 영상…엄마 '감동 눈물'

기사등록 2023/07/18 10:51:32 최종수정 2023/07/18 14:56:14

마음 다해 아이 돌보는 소아중환자실 간호사

소아중환자실에서 간호사가 아이에게 따뜻한 말을 건내는 모습 (사진=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jigoo_____' 캡쳐)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박예진 인턴 기자 = 소아중환자실에 입원한 아이를 마음을 다해 돌보는 간호사의 모습이 공개돼 사회에 울림을 주고 있다. 우연히 찍힌 이 영상에는 아무도 보지 않는 중에도 아이에게 애정 가득한 말을 건네며 정성껏 보살피는 간호사의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지난 14일 소아 간이식 수술을 받은 생후 21개월 아이의 엄마 A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아이가 지난해 11월 1일 간이식 수술을 마치고 소아중환자실로 옮겨졌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면회가 불가능했고 입원 한 달이 지나고 나서야 짧은 면회가 가능했다고 한다.

너무 보고 싶은 마음에 휴대폰 공기계를 담당 간호사에게 전달하면 영상 통화로 아이를 잠시 보여주곤 했지만 그나마도 아이가 화면 속 엄마를 보고 울어 그냥 사진과 동영상을 받는 게 전부였다고한다.

그러던 어느 날 A씨가 휴대폰을 보고 있는데 아기가 소아중환자실이 아닌 일반병동에 있을 때 사용하던 베이비캠 앱 알림이 울렸다고 한다.

"아이가 텔레파시를 보낸 건지 평소라면 지나쳤을 알림을 보고 홀린 듯 앱을 켰는데 화면 속에 아이가 보였다"며 "얼떨떨한 와중에 아이의 모습을 간직하고 싶어 화면을 녹화했다"고 설명했다.

분명히 어플을 종료시킨 뒤 휴대전화를 전달했는데 아마 간호사가 휴대전화를 조작하던 중 실수로 어플이 켜진 것 같다고 A씨는 예상했다.

화면을 보던 A씨는 들려오는 간호사의 목소리에 눈물을 왈칵 쏟았다. 화면 속 간호사는 다정한 목소리로 아이의 이름을 불러주며 "엄마랑 아빠랑 OO 빨리 나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대", "너무 귀엽다 진짜" 등 말을 건넸다. 또 가족사진을 아이에게 보여주는 듯 "이게 누구야?", "아빠 알아?", "엄마 알아?", "이거 OO지?" 등 질문도 이어졌다.

A씨는 "두 눈을 끔뻑거리는 아이 곁에서 '예쁘다', '사랑한다' 수십 번 말씀해주시던 간호사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며 "그날 밤 몇 분짜리 녹화된 영상을 수도 없이 돌려보며 참 많이도 울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주 솔직한 심정으로는 (베이비캠 앱이 켜진 걸) 모른 척 틈틈이 뭐 하고 있나 소리라도 들어볼까 하는 욕심도 들었지만 금방 마음을 다잡고 다음 날 아침이 되자마자 병원에 베이비캠을 꺼달라고 연락했다"며 "믿고 따라야 할 의료진들께 해서는 안 될 행동으로 상처를 드려선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이날 찍힌 영상이 아니더라도 이미 의료진의 정성스럽고 따뜻한 손길에 감사하고 있었다. 그는 매일 같이 바뀌던 딸의 머리카락 모양, 하트 모양으로 잘라둔 테이프, 아이 사진이 담긴 액자, 선생님들이 숱하게 찍어 보내준 영상 속 사랑 가득한 목소리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어 "그날 밤 몇 분짜리 녹화된 영상을 수도 없이 돌려보며 참 많이도 울었다"며 "저는 한낱 평범한 애기엄마지만 이런 일에 분노함과 동시에 대다수의 존경스러운 의료진들께 고통받는 작은 생명들을 위해 굳건한 사명감으로 제 몸 갈아 넣어가며 일해주시는 아주 귀하고 훌륭한 분들께 감사드리고 싶었다"라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A씨가 전한 따뜻한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지구 사랑해!", "맨날 이런 사연만 올라오면 좋겠다", "자기 일에 사명감 가지고 하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눈물난다", "반드시 꼭 완쾌하길"과 같은 댓글을 남겼다.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소아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진 해당 간호사는 A씨의 글을 보고 "OO가 간이식 수술을 받고 잘 이겨내서 대견하고, 지금은 건강을 회복해 가족들과 일상을 보내는 모습을 보니 너무 기쁘다. 소아중환자실에서 투병중인 모든 환아들이 회복해서 하루빨리 가족 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라며 소감을 남겼다.

또 "영상에는 내 목소리만 담겼지만 어린이병원 의료진 모두가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항상 애쓰고 있는 모든 의료진에게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부탁드린다"라며 감사함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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