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마다 따로따로 재난 대응 후진국형 참사 비난 고조
홍수경보 대응 상황 전파 난맥상…도로 통제도 관할 공방만
그러나 미호강 홍수경보에도 가물막이 붕괴 가능성을 간과한 채 저지대 위험 도로를 통제하지 않은 충북도와 청주시, 경찰 등 관계 당국도 사고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오송 궁평2 지하차도 관리청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15일 행복청이 가설한 교량 공사용 제방 45m가 불어난 미호강 물에 붕괴하면서 같은 날 오전 8시45분께 인접한 궁평2 지하차도가 침수됐다.
공사용 가물막이는 온전한 둑 구조물이 아닌, 흙둑에 방수포를 씌운 형태다. 사고 당일 오전 4시10분 미호강 홍수경보가 발령된 지 4시간여만에 둑이 터졌고, 지하차도에 수만t의 강물이 쏟아졌다.
행복청이 가물막이 둑 일부를 헐어 중장비 통행로로 이용해 왔다는 주민들의 목격담이 나오면서 처음부터 둑 기능을 하지 못하는 가물막이였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궁평리에 사는 주민 A씨는 "제방 일부를 없애고 그곳으로 덤프트럭이 다녔는데, 공사를 편하게 하려고 (그렇게)한 것으로 보인다"며 "둑이 터진 날 새벽에 그곳을 메우더라"고 말했다.
공사용 가물막이 부실 관리 논란이 확신하고 있으나 행복청은 "교량 높이 때문에 임시 제방을 기존 둑보다 낮게 쌓기는 했으나 100년 빈도 계획 홍수위보다는 높고, 둑 일부를 헐어 공사 차량 진출입로 사용한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금강홍수통제소가 미호강에 홍수 경보를 내린 뒤 청주시청에 관련 통제를 요청했으나 청주시는 이를 도로관리청인 충북도에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청주시는 "(궁평2 지하차도는)지방도여서 통제 권한이 없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이범석 청주시장도 이날 담화에서 참사 원인 등에 관한 언급은 없이 "시는 교통통제 상황, 시민 행동 지침 등 신속한 정보 제공을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재난 안내방송에 계속 귀를 기울여 달라"고만 했다.
무엇보다 당혹스러운 기관은 궁평2 지하차도 도로관리청인 충북도다. 그러나 미호강 홍수경보가 발령된 지 4시간이 지나도록 인접한 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은 자기반성이나 유감 표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충북도는 "홍수경보 이후 도로 등 통제를 요구하는 어떠한 통보도 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와 함께 충북도는 "홍수경보라고 해도 지하차도 중심이 물에 고여야 교통통제를 시작한다"며 "그러나 오송 지하차도는 제방이 무너져 갑자기 침수됐기 때문에 통제할 겨를이 없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홍수경보는 발령 지점의 수위가 계속 상승해 위험홍수위에 도달할 것으로 우려될 때 발령하는데 제방, 수문, 교량의 붕괴를 예상할 수 있는 위험홍수위의 직전 위기 단계다.
붕괴한 행복청의 가물막이는 홍수 대응 매뉴얼이 규정하는 온전한 제방이 아니다. 위험홍수위가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임시 흙둑인데도 충북도는 매뉴얼에 따라 대응했다고 강변하는 인상이다.
특히 수 많은 차량이 통행하는 궁평2 지하차도 인근에 '위태로운' 가물막이가 존재하는지 알고 있었는지 의문이지만 충북도는 이번 참사를 '미호강 제방 붕괴에 따른 궁평 지하차도 사고'로 규정하고 있다.
주말 아침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 희생자들과 유족은 이 참사를 자연재난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오송 지역 주민들 역시 "명백한 인재"라면서 관계자 처벌을 당국에 요구할 태세다.
원희룡 장관이 이날 "철저한 조사"를 약속하면서 국토교통부와 경찰 등 당국의 진상조사도 본격화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궁평2 지하차도 침수 현장에서 사흘째 실종자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사망자 13명의 시신을 수습하고 차량 16대를 꺼냈다. 실종 신고된 1명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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