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퀵보드 "면허? 잘 몰랐다"…경찰, 이륜차 집중단속[현장]

기사등록 2023/06/28 18:11:20 최종수정 2023/06/29 17:49:22

28일 오후 3시 신림3교 인근서 단속

전동 퀵보드 무면허 운전 남학생 적발

단속 중 벌금 미납 수배범 발견되기도

"최근 3개월간 두바퀴차 교통사고 급증"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경찰이 28일 오후 서울 관악구 미림여고입구교차로일대에서 이륜차 음주운전, 불법개조 등 안전사항 집중단속을 하고 있다. 2023.06.28. kgb@newsis.com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아 학교에 알려지면 안되는데…신분증 없어요."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채 전동 퀵보드를 타고 다리를 건너던 정모(15)군은 경찰의 단속에 울상을 지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인적 사항을 확인한 결과, 정군은 아직 주민등록증이 나오지 않아 무면허 운전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로교통법상 '제2종 원동기장치 자전거 면허' 없이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을 운전하면 불법이다. 해당 면허 시험은 만 16세 이상만 응시 가능하다.

정군은 면허를 따고 운전해야 한다는 경찰의 말에 "친구들이 많이 타고 다녀서 잘 몰랐다"며 "제가 잘못한 것이니까 어쩔 수 없죠"라고 말했다.

낮 최고기온이 28도에 달한 28일 오후 3시께 서울 관악구 서울대벤처타운역 인근에서 경찰의 두 바퀴 차(이륜차·자전거·개인형이동장치) 단속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반듯한 제복을 입고 단속에 나선 관악경찰서 교통안전계장 등 20명은 무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신 매의 눈으로 두 바퀴 차의 법규 위반을 살폈다.

이날 경찰은 사망사고 주요 원인인 신호위반과 역주행, 헬멧 미착용, 음주·무면허 운전 등을 중점적으로 봤다.

단속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배달노동자가 음주 단속망에 걸렸다.

"더 더 더 더 더…"

음주측정기에 표시된 혈중알코올농도가 낮아 이 남성은 훈방 조치됐다. 하지만 경찰은 "아무리 적게 마셔도 술 마시고 운전하시면 안 된다"며 운전자를 타일렀다.

오후 3시15분께 한 오토바이 운전자는 신호 위반으로 경찰에 적발되자 울상을 지으며 단속 장소로 이동했다. 경찰이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범칙금 5만원 부과된다"고 말하자 "배달이 밀려 있어서 그랬다. 죄송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벌금형을 선고받은 후 이를 미납해 수배 상태에 있는 30대 남성이 단속 중인 경찰에게 붙잡히는 일도 일어났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경찰이 28일 오후 서울 관악구 미림여고입구교차로일대에서 이륜차 음주운전, 불법개조 등 안전사항 집중단속을 하고 있다. 2023.06.28. kgb@newsis.com
경찰은 동승자의 헬멧 미착용으로 오토바이 운전자의 인적 사항을 조회했고, 이를 통해 운전자가 교통사고특례법 위반(치상) 혐의로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은 후 이를 미납해 수배 중임을 발견했다.

이 남성은 취재진을 향해 "벌금을 안 내서 수배된 건데 뭔 사람을 죽인 것처럼 그러냐"며 "벌금 700만원이 무슨 보험사기 같다"라고 화를 냈다. 이 남성은 결국 인근 지구대로 인계됐다.

서울대벤처타운역 인근 차로 2곳에서 단속이 이뤄지자 빠르게 지나가던 차량들도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또 단속으로 운행이 지연되자 차량 줄이 길게 늘어지기도 했다.

경찰의 갑작스러운 단속과 취재진의 관심에 지나가던 시민들도 가는 발걸음을 멈추고 단속 현장을 주목했다.

 이날 1시간 동안 진행된 단속을 통해 경찰은 신호 위반, 안전장구 미착용 등 총 32건(이륜차 22건, PM 10건)의 법규 위반을 적발했다.

이번 단속은 최근 3개월간 두 바퀴 차 교통사고 건수와 부상자가 크게 늘어서 이뤄진 것이다.

이날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두 바퀴 차 교통사고 건수는 직전 3개월(지난해 12월~올해 2월)에 비해 30% 증가하고, 부상자는 36% 늘었다.

특히 자전거와 전동 킥보드 등 PM을 타다 다친 사람은 153%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현호 관악경찰서 교통과장은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서울 시내에서 직전 3개월 대비 30% 넘게 두 바퀴 차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며 "올해 관악서 관할 구역 내 사망자 6명 중 3명이 두 바퀴 차 사고로 숨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바퀴 차 사고는 치명적인 상해를 입거나 사망할 수 있다"며 "하지만 안전의식, 준법의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이에 대해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준법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려고 한다"며 단속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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