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버틴다" 비대면진료 잇단 폐업…사업 다각화 '몸부림'

기사등록 2023/07/02 08:01:00

비대면 진료 '가이드라인' 시범 운영 한달

플랫폼 업체 연이어 "서비스 종료" 선언

사업 다각화로 '활로' 찾는 기업도 여럿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원격의료산업협의회 소속 비대면진료 기업 대표들이 지난 5월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안 전면 재검토를 요청하는 호소문을 낭독하고 있다. 2023.05.24. km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수정 기자 =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운영이 한달을 맞는 가운데, 서비스 종료를 선언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서비스 이용에 장애물을 갖다 놓은 꼴"이라던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일부 플랫폼 기업들은 비대면 진료 외의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며 급변하는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약배달 스타트업 '바로필'은 최근 고객 안내문을 통해 "정부의 비대면 진료 서비스에 대한 사업 축소 등의 사유로 부득이하게 이달 말로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바로필은 2021년 7월 론칭 이후, 지난해 6월 1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는 등 사업에 활기를 띠었지만 시범사업 기간 이후 사업 종료를 결정하게 됐다. 지난해 4월 프리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남성 메디컬 헬스케어 플랫폼 '썰즈'와 한의원 비대면 진료 플랫폼 '파닥'도 사업을 종료했다.

앞서 정부는 시범사업 방안을 통해 '30일 이내에 동일 병원에서 동일한 질환으로, 1회 이상 대면 진료를 받은 이력'이 있어야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초진의 경우, 섬·벽지 환자, 거동 불편자, 감염병 확진 환자 등에 한해 허용했다. 

당시 업계는 비대면 의료서비스 이용자 중 초진 환자 비율이 대부분이라 '재진 허용'을 원칙으로 하는 것은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실제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 따르면 시범사업 이전 17%였던 의료진의 진료 취소율은 40%까지 증가해 이용자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대면진료를 적극 이용하던 부모들을 중심으로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범사업 시행 전 소아청소년과 진료 요청 비율은 19.3%였으나, 최근 7.3%까지 줄어들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사업 다각화를 통해 생존 활로를 찾은 곳도 있다. 최근 비대면 질염 성병 STD 검사 서비스 '체킷'을 종료한 쓰리제이는 산업통상자원부의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연내 비대면 STD 서비스를 추진할 계획이다. 규제 샌드박스를 이용하면 의료진을 통하지 않고도 STD 검사 결과를 환자에게 바로 알릴 수 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백재욱 도봉구의사회 총무이사가 지난 5월30일 서울 도봉구의 한 병원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관련 비대면진료 실행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05.30. photo@newsis.com
쓰리제이는 앞서 질 미생물 검사 서비스를 론칭해, 사업 전환도 마친 상태다. 쓰리제이는 "비대면 질염 검사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질 미생물 검사 서비스를 론칭하며 성공적으로 사업 전환을 마쳤다"며 "체킷 질 미생물 검사 역시 비대면 방식으로 제공된다"고 설명했다.

시범사업 이전부터 포트폴리오 확대로 안전성을 확보한 곳도 있다. 블루앤트가 운영하는 라이프 케어 플랫폼 올라케어는 최근 커머스 부분의 라이프 케어 제품 라인업을 강화했다. 케어식단부터 탈모, 수면 등 라이프 전반을 관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케어 브랜드를 스토어 내 입점시켰다. 비대면 진료 앱을 넘어 종합 라이프 케어 플랫폼으로 발돋움하고자 하는 행보다.

올라케어는 사업 초기부터 브랜드 정체성으로 '올바른 라이프 케어'를 내세워왔다. 지난해 7월, 고객의 비대면 진료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 맞춤형 상품을 판매하는 '올라케어 몰'을 오픈했으며 그 이후로 판매 제품을 늘려가고 있다.

정신건강 상담에 대한 심리적·경제적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앱 내 심리 상담 서비스도 개편해 제공 중이다. 무료 심리 테스트부터 익명으로 고민을 나누고 전문 심리상담사의 답변을 받을 수 있는 커뮤니티까지 개인의 상황에 따라 맞춤 심리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업계는 앞으로 사업 다각화 움직임이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비대면 플랫폼 A사 관계자는 "시범사업 초기부터 영세 플랫폼들이 어려워질 거라는 건 일부 예상할 수 있었던 부분"이라며 "비대면 진료 외에 여러 사업 부문을 시도해보는 움직임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rystal@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