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부담 높다더니" 라면업계, 올 1분기 '매출원가율'은 내려

기사등록 2023/06/25 06:10:00 최종수정 2023/06/25 08:21:52

농심 올 1분기 매출원가율 69.3%, 전년동기(70.3%) 대비 1%포인트↓

업계 "1분기 만으로 판단하긴 힘들어…올해 또 원자재가 인상 전망"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크게 오른 라면 값에 대해 "밀 가격이 내린 것에 맞춰 (라면 값도) 적정하게 내릴 필요가 있다"며 압박에 나서자 라면 제조사들이 가격 인하에 나설지 움직임이 주목되고 있다. 사진은 2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라면 매대의 모습. 2023.06.20.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라면 가격 인하 필요성' 발언에 국내 라면 시장 점유율 1위 농심은 "원자재 가격부담이 여전히 높다"는 입장이지만, 매출원가율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농심의 연결기준 올해 1분기 매출원가율은 69.3%로 1년 전인 지난해 1분기(70.3%)에 비해 1%포인트 낮아졌다.

매출원가율은 매출액에서 원자재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매출원가율이 낮을 수록 원가 부담이 줄었다는 것으로, 그만큼 마진이 많이 남았다고 볼 수 있다.

농심은 대한제분·CJ제일제당·사조동아원 등 국내 주요 제분사로부터 소맥분·팜유 등을 구매하고 있다. 팜유의 경우 주수출국인 말레이시아 주요 공급선을 대상으로 경쟁 입찰 방식으로 선도 구매 중이다. 

농심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수입 소맥 가격은 1000㎏당 266달러로 지난해 말(332달러) 대비 19.9% 하락했다. 같은 기간 수입 팜유 가격도 1000㎏당 953달러로 지난해(1254달러) 대비 24.0% 줄었다.

농심은 업체로부터 공급받고 있는 밀가루 가격은 그대로인데, 전분·설탕 가격은 오히려 오르는 등 올해 전체 원자재 비용이 500억~600억 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올 1분기 매출원가율만 보고 마진을 더 남겼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연간 농심의 영업이익이 637억원 이었다. 농심 추산대로라면 지난해 영업이익 만큼 원가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셈이다. 

농심 관계자는 "밀가루 가격이 지난해 1월, 7월 두차례 인상한 후 지금까지 아직 인하되지 않았다"며 "전분 가격이 5월에 65% 가량 인상됐고, 스프에 들어가는 고춧가루 등 원료가 4월 8% 가량 인상된 데다 설탕도 7월에 인상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원자재 비용이 500억~6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자체 예상하고 있다"며 "종합적으로 보려면 연간으로 비교해 봐야 유의미하게 알 수 있고 1분기 만으로 판단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농심의 매출원가율은 다른 라면 업체들과 비교해도 내림폭이 컸다.

라면 외에도 다른 제품군 원가도 포함된 수치여서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같은 기간 삼양식품은 매출원가율이 71.5%에서 71.4%로 0.1%포인트 낮아졌다. 오뚜기는 82.8%에서 83.1%로 오히려 0.3%포인트 높아졌다. 

농심의 전체 매출 가운데 80% 가까이가 라면에서 나온다. 농심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매출액 8603억원 가운데 라면이 6825억원으로 전체의 79.3%를 차지했다. 스낵은 1193억원으로 13.9%로 비중이 낮은 편이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크게 오른 라면 값에 대해 "밀 가격이 내린 것에 맞춰 (라면 값도) 적정하게 내릴 필요가 있다"며 압박에 나서자 라면 제조사들이 가격 인하에 나설지 움직임이 주목되고 있다. 사진은 2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라면 매대의 모습. 2023.06.20. hwang@newsis.com
농심은 국내 라면 시장에서 신라면 등 주력 제품군의 강력한 브랜드 파워에 힘입어 과반 이상의 높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농심이 AC닐슨마켓 자료를 기준으로 추정한 것에 따르면 농심의 올 1분기 국내 라면 시장 점유율은 56.3%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농심의 시장 점유율이 높다는 것은 농심이 라면 물가를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것으로, 농심의 가격 정책 영향이 그만큼 크다고 볼 수 있다. 

주요 라면 업체들은 지난해 하반기 원가 부담과 인건비 등을 이유로 라면 가격을 10% 내외 인상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농심과 오뚜기가 각각 출고가를 11.3% ·11.0% 인상했다. 팔도가 9.8% 올렸다. 두달 뒤인 11월 삼양식품이 라면 가격을 9.7% 조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 1년 동안 라면은 13% 가량 올랐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라면 소비자물가지수는 124.04로 전년 동월대비 13.1% 상승해 2009년 2월(14.3%) 이후 14년3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농심의 매출원가율 하락이 영업이익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원가의 5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소맥과 팜유가 이미 급등 이전 수준으로 회귀한 만큼 앞으로 마진 효과가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주요 곡물 가격이 하락해 원가 부담이 점차 완화되고 있는데 지난해 4분기까지는 원가 부담이 불가피했으나 올 1분기부터 안정세에 접어 든 것으로 보인다"며 "매출원가율이 1%포인트 변동하면 영업이익에 25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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