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민 평가원장 사임…수능 아닌 '모의평가 책임' 첫 낙마

기사등록 2023/06/19 19:18:28 최종수정 2023/06/19 19:52:06

"수장 없이 수능 치르는 혼란 막기 위해 사임"

12대 원장까지 3년 임기 모두 채운 경우 4차례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이규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지난 3월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 기본계획을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이 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이른바 '공정 수능' 지시가 6월 모의평가에 반영되지 못했다는 등의 책임을 지고 19일 사임했다. (사진=뉴시스DB). 2023.06.19. 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이규민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원장이 전격 사임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기관 수장이 출제 오류가 아닌 모의평가 결과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 원장은 지난 16일 교육부가 6월 모의평가 관련 평가원에 대한 감사에 나설 뜻을 시사하자 주말 사이 사퇴를 결심했다.

교육부는 지난 1일 치러진 6월 모의평가 분석 결과 일부 문항이 교육과정을 벗어났고,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문제는 출제에서 배제하라'는 대통령 지시를 따르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원장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감사가 1~2개월 진행되고, 그 때 문제가 있어서 제가 사임하면 후임 원장을 찾는데 다시 2~3개월이 더 걸린다"며 "수능이 5개월 밖에 안 남았는데 평가원장 없이 수능을 치러야 하는 그런 사태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털어놨다.

이 원장의 사임은 지난 15일 처음 알려진 윤석열 대통령의 이른바 '공정 수능' 지시에 이어 이튿날 교육부가 대입 담당 국장을 경질한 가운데 이뤄졌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경질된 교육부 대입 담당 국장급 관료는 지난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 비서실장을 지냈었고, 이 원장 역시 지난 정부 말기에 임명됐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기도 했다.

12대인 이 원장은 지난해 2월28일 취임한 지 1년 4개월여만인 이날 물러나면서 2025년 2월 말까지 남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했다.

평가원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운 사례는 손에 꼽는다.

댓수로는 1대, 4대, 7대, 10대다. 이 마저도 4대 정강정 원장이 두 번째 임기(5대) 때 2008학년도 수능 출제 오류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낙마했다.

2대 김성동 원장은 한국근현대사 검정교과서 편향기술과 관련한 정부 대책문건 유출 혐의 등을 받던 와중인 2002년 9월 중도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전임자들은 수능 본시험이 끝난 뒤 출제오류 사태를 겪었고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났다.

3대 이종승 원장은 2004학년도 수능 언어(국어) 영역에서 이른바 '미궁의 문' 출제 오류가 발생하면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수능 사상 첫 출제 오류였다.

6대 김성열 원장은 2010학년도 과학탐구 '지구과학Ⅰ' 복수 정답 사태를 겪었고, 1년여가 지난 2011년 2월 임기를 세 달여 남기고 사의를 표명했다.

8대 김성훈 원장은 2014학년도 사회탐구 세계지리와 관련한 출제 오류 소송 끝에 2심에서 평가원이 패소, 사상 첫 '전원 정답' 사례를 겪었다. 이어 2015학년도 수능에서 출제 오류 문항이 2개나 나오자 취임 7개월 만인 2014년 11월 사퇴했다.

9대 김영수 원장은 2017학년도 수능 한국사, 물리Ⅱ 출제 오류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11대 강태중 원장은 2022학년도 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제를 둘러싼 수험생과 법정 다툼에서 평가원이 패소, 이를 받아들이며 10개월 만에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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