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집주인 동의 없이 미납세 열람, 두 달 만에 2천건 '훌쩍'

기사등록 2023/06/14 05:00:00 최종수정 2023/06/21 13:41:22

집주인 동의 없어도 가능해지자 불안감에 너도나도

작년 미납국세 열람횟수 159건 불과…전년比 90배↑

전세사기 발생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80% 집중

[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전세사기 피해가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인천 미추홀구 한 아파트 현관문에 전세사기 피해를 호소하는 내용의 안내문이 걸려 있다. 2023.04.20. dy0121@newsis.com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세입자가 집주인 동의 없이 미납국세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한 제도가 시행된 지 2개월 만에 열람횟수가 2400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루 한 건도 안 됐던 열람 횟수가 전세사기 대란과 맞물려 불과 두 달 만에 90배나 폭증했다.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4~5월 세입자들이 집주인 미납국세를 열람한 횟수는 전국에서 2372건으로 집계됐다.

그동안은 집주인 동의를 얻어야만 임대인이 내지 않은 세금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임대인의 체납세금은 우선 변제 대상이어서 추후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부지기수였다.

집주인의 세금체납 사실을 세입자가 알지 못한 채 계약했다가 그 피해를 고스란히 세입자가 떠안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임대인 입장에서 굳이 자신의 정보를 알려주고 계약을 해야 할 필요가 없고, 제도가 있어도 임차인이 이용하기에는 집주인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껄끄러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부터 세입자의 확정일자가 당해세인 국세의 발생일보다 빠르면 보증금을 우선 변제하도록 개정됐지만, 그보다 늦으면 여전히 체납세금이 보증금보다 선순위가 된다.

정부는 이 같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난 4월1일 이후 신청분부터 임차보증금이 1000만원을 초과하면 임대인 동의를 구하지 않더라도 세금 체납 여부를 조회할 수 있도록 했다.

시행 두 달 만에 조회 건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집주인의 동의를 받고 미납세금을 열람한 횟수는 연간 159건(한 달 평균 13.25건)에 그쳤지만 집주인 동의 절차가 생략되면서 열람횟수는 무려 90배가량(한 달 평균 1186건) 늘었다.
[서울=뉴시스] 세입자가 집주인 동의 없이 미납국세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한 제도가 시행된 지 2개월 만에 열람횟수가 2400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 = 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미납세는 전국 모든 세무서에서 열람이 가능하지만 열람횟수는 수도권에 집중됐다. 지방청별로 보면 서울청이 974건으로 가장 많았고, 중부청 572건, 인천청 355건, 부산청 184건, 대전청 145건, 대구청 77건, 광주청 65건으로 집계됐다. 서울·중부·인천청에서 열람한 횟수가 전체의 80%(1901건)였다.

수도권은 특히 지난 2020년부터 부동산 버블로 집값이 폭등하면서 전세보증금이 크게 올랐다. 최근 전세사기가 급증하고, 역전세 우려가 커지면서 만기를 앞둔 세입자들의 불안감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크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경찰이 지난해 7월부터 10개월간 전세사기 특별단속을 한 결과, 전세사기 의심거래의 피해규모는 서울 강서구가 833억원(337건)으로 가장 크고, 경기 화성시 238억원(176건), 인천 부평구 211억원(128건) 순이다.

같은 기간 확인된 피해자는 총 2996명, 피해금은 4599억원에 달한다.

열람 횟수가 많은 지역은 전세사기범이 많이 검거된 지역들이기도 하다. 경찰청별로 보면, 경기남부청이 275건(651명)으로 가장 많은 인원을 검거했고, 서울청 137건(623명), 인천청 80건(389명)이 뒤를 이었다.

전세사기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 요건 중 한 가지가 집주인의 미납세금 여부다. 전세건물이 많은 수도권과 대도시에서 범죄가 횡행하다 보니 미납세금 열람 횟수도 이같이 전세사기 피해가 컸던 지역에 쏠린 것으로 풀이된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민들이 언론을 통해 전세사기를 많이 알게 됐고, 집주인의 재정 상태를 아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각인이 됐다"며 "제도 시행 후 효용성이 밝혀지는 만큼 집주인 동의 없이 미납세금을 열람하는 건수도 점진적으로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전세사기 피해가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인천 미추홀구 한 아파트에 전세사기 피해를 호소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3.04.20. dy01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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