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착공·분양일정 '눈치작전' 계속 왜?

기사등록 2023/06/14 06:00:00

규제 완화·금리 동결…분양시장 온기 기대감 증가

지난달 분양 예정 물량 대비 실제 공급 실적 22%

"미분양 우려 여전"…건설업계, 분양 시기 저울질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 모습. 2023.04.11.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지난해와 비교하면 다소 숨통이 트였지만, 미분양 우려가 여전해 분양에 신중할 수밖에 없어요."

지난 13일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향후 분양 일정과 관련된 뉴시스 취재진의 질문에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상승과 금리 인상 등의 영향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며 이같이 대답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 완화 등으로 분양시장이 이전보다 나아졌다고 하더라도, 전반적인 침체된 상황에서 분양 일정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며 "초기 미분양 단지라고 낙인 찍히면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최대한 보수적으로 분양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의 규제 완화와 기준금리 동결 등의 영향으로 분양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지만, 정작 건설업계는 연초 계획했던 착공·분양 일정을 연기하는 등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올해 1~4월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민영아파트 분양실적이 계획 물량의 30% 수준에 그치고 있다. 미분양 우려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분양 일정을 줄줄이 연기하는 등 주택 공급에 소극적인 분위기다. 특히 미분양이 발생하면 브랜드 이미지 실추가 불가피하고, 향후 예정된 분양 단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달 전국에서 3만7700여 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138%가량 증가한 물량이다. 부동산 플랫폼업체 직방에 따르면 이달 분양 예정 물량은 47개 단지, 총 3만7733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월(1만5877가구) 대비 138%가량 많은 물량이다.

권역별로는 수도권이 1만7979가구, 지방은 1만9754가구다. 수도권에선 ▲경기 9139가구 ▲서울 6047가구 ▲인천 2793가구가 공급된다. 지방에선 ▲경남 3504가구 ▲강원 3105가구 ▲광주 2771가구 ▲대전 1974가구 ▲충남 1847가구 ▲충북 1518가구 ▲전북 1368가구 ▲부산 1249가구 ▲제주 1005가구 ▲대구 731가구 ▲울산 682가구 순으로 분양 예정 물량이 많다.

아파트 분양 경기 전망도 긍정적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월 대비 6월 아파트분양전망지수는 전국 평균 5.5p(포인트) 올라 83.2로 전망됐다.

수도권은 2.3p, 지방광역시는 2.2p, 기타지방은 9.2p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대전 20.4p(73.7→94.1) ▲경남 17.9p(75.0→92.9) ▲충북 14.3p(71.4 →85.7) ▲전북 13.2p(71.4→84.6) ▲제주 9.4p(70.6→80.0) ▲경북 9.1p(72.2→81.3) ▲충남 9.1p(72.2→81.3)로 지방 대부분 지역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미분양 물량이 감소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4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4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1365가구로, 전달(7만2104가구) 대비 1.0% 줄었다. 지난 2월 7만5438가구로 정점을 찍었으나 3월부터 2개월 연속 감소세를 유지 중이다. 다만 건설업계가 분양을 미루면서 전체적인 공급 물량이 줄어 미분양 적체 현상이 심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일종의 착시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분양시장에선 예정대로 실제 주택 공급이 이뤄질지 미지수라는 게 중론이다.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원자잿값 급등으로 인한 분양가 조종 등으로 건설업계가 분양을 연기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직방에 따르면 지난 4월 말에 5월 분양 예정 물량이 3만102가구로 집계됐지만, 실제 지난달 분양 실적은 6765가구(22%)에 불과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원자재값이 급등하고, 금융 비용도 오른 상황에서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분양가를 올릴 수도 없다"며 "정부의 규제 완화로 수도권 분양시장이 살아나고 있지만, 사실상 서울을 제외하면 나머지 지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분양시장이 일부 회복됐으나, 이달 예정된 물량이 실제로 공급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다시 한 번 연 3.50%로 동결하며 부동산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미분양 주택은 올해 3월, 11개월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뒤 지난달까지 2개월 연속 줄었다"고 설명했다.

함 랩장은 "다만 미분양 감소폭이 크지 않고 최근 분양시장의 물량이 많지 않았던 영향 등을 감안하면 시장의 본격적인 회복보다는 1.3 부동산대책 등 본격적인 규제완화책이나 연초 소폭 회복된 주택 매수심리 등이 일부 미분양 해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분양시장 회복을 기대할만한 요소로는 기준금리 동결, 미분양 감소 등 시장의 변화가 있지만 그동안 연기된 물량이 6월에 실제 분양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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