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재판부 "강간을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폭행 가해"
6차례 걸쳐 소년부송치…20대 대부분 수감생활
피해자 "대놓고 보복하겠다고 말하니 두렵다"
[부산=뉴시스]권태완 이동민 기자 = 시민들의 시회적 공분을 산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과 관련해 항소심 재판부가 피고인의 성 관련 범죄를 유죄로 판단,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부산고법 2-1형사부(부장판사 최환)는 12일 오후 살인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A(30대)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특히 항소심 재판부는 주위적으로 추가된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강간등살인)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22일 오전 5시께 부산진구 길거리에서 귀가하는 피해자 B(20대)씨를 뒤따라가 건물 엘리베이터 앞에서 돌려차기로 뒷머리를 강하게 걷어차 쓰러뜨리고 머리를 발로 밟아 의식을 잃게 한 혐의를 받는다.
또 A씨는 쓰러진 B씨를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로 옮겨 옷을 벗겨 성폭행하려 한 혐의도 받았다.
◇CCTV 사각지대서 벌어진 7분간 행적
이번 항소심의 쟁점은 A씨가 B씨에게 무차별 폭행을 가해 기절시켜 CCTV 사각지대로 끌고 간 뒤 7분 동안 성범죄를 저질렀는지에 대한 여부였다.
1심에서는 A씨의 7분간 행적에 대해 다루진 않았다. 경찰 조사 당시 2차례에 걸친 DNA 검사에서 피해자의 속옷이나 상의, 청바지의 주요 부위에서 A씨의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사건 최초 목격자와 출동경찰관, B씨의 언니 등의 증언에 의해 성폭행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증인심문에서 B씨의 청바지 단추가 모두 풀린 채 속살이 보일 정도로 지퍼가 내려가 있었고, 병원 응급실에 실려 온 B씨의 한쪽 다리 종아리에 속옷이 걸려 있는 등 피해자 의복에 대한 일관된 증언을 진술했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B씨의 청바지에 대한 DNA 재검증과 청바지 단추 구조에 대한 현장 검증을 실시한 결과 피해자의 청바지 안쪽 3곳에서 A씨와 동일한 Y염색체 DNA 형이 검출됐고, 청바지는 제삼자의 개입 없이 저절로 풀리기는 어려운 구조라는 결론을 내렸다.
또 A씨는 범행 현장을 이탈한 뒤 여자친구의 휴대전화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부산강간사건', '실시간서면강간미수' 등을 검색했고, 이는 범행이 언론에 보도되기 전이었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A씨는 강간을 직접적인 목적으로 또는 적어도 강간을 배제하지 않는 성폭력 범죄들을 저지를 의도에서 피해자에게 폭행을 가한 것"이라며 "피해자를 완전히 실신시키거나 그에 준할 정도로 저항이 아예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어 강간 범행을 용이하게 실행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청소년 때부터 범죄를 저질러 온 A씨…11년 복역
A씨는 2006년부터 2007년까지 6차례에 걸쳐 소년부송치 결정을 받고, 2009년 소년원에서 퇴원하자마자 강도상해 등을 비롯해 수많은 범행을 저질러 실형을 선고받았다.
출소 이후 A씨는 또다시 동종 범행을 저질러 소년범 시기부터 성년 이후 최근까지 총 11년이 넘는 형을 복역하면서 20대의 대부분을 수감생활로 보냈다.
하지만 A씨는 최종형의 집행을 종료한 지 불과 3개월도 지나지 않아서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저질렀다.
재판부는 "장기간의 수감에도 불구하고 성행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면서 "A씨에 대한 재범 위험성 평가도구 및 정신병질자 선별도구에 의한 평가 결과에서 드러나는 A씨의 과도한 공격적 특성과 행동 통제 능력의 결여, 반사회적 성격적 특성을 더해 보면 과연 피고인에게 법을 준수하려는 기본적인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피고인 A씨의 신상공개는?
항소심 재판부가 이날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 10년 등을 선고했다.
부산고검은 선고된 신상정보 공개 명령이 확정되면 온라인을 통해 ▲피고인의 사진(얼굴) ▲성명 ▲나이 ▲주소 및 실제 거주지 ▲신체정보(키와 몸무게) ▲성범죄의 요지(판결 일자, 선고형량) ▲성폭력범죄전과시실 ▲전자장치 여부 등을 공개할 계획이다.
A씨의 신상정보는 A씨 거주지역의 아동·청소년 보호 세대와 학교 등 아동·청소년 보호 기관에 고지된다.
◇진실을 밝히기 위한 1년간의 피해자의 노력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피해자 B씨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12년 뒤 저는 죽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것을 계기로 공론화됐다.
사건을 진실을 밝히기 위해 B씨는 법원에 재판부 기록을 열람했지만, 형사사건에서 피해자는 제3자로 간주되기 때문에 열람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결국 B씨는 개인 정보 유출을 감수하고 재판 정보를 확인하게 됐다. 이후 B씨는 4차례에 걸쳐 열린 항소심 공판에 모두 참여했고, A씨를 마주하며 증언을 이어 나갔다.
지난달 31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B씨는 "DNA가 검출됐다는 사실이 성범죄 피해자로서는 마냥 기쁘지도 않은 일이지만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뻐서 펑펑 울었다"며 "더 이상 A씨에게 피해를 당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상 공개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항소심 선고 이후 법정 앞에선 B씨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그동안 노력을 해 준 항소심 재판부와 검찰 측에, 또 많은 국민들이 이 사건에 관심을 두고 진실이 밝혀지는 것에 동참해 줘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면서 "저랑 4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 대놓고 보복하겠다고 말하니 두렵다. 이러한 일들은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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