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청사 근무 중 9시 이후 출근 93%
갑질 의혹 직원 탄원서에 직접 서명
"부적절한 사안, 대국민에 알릴 필요"
[서울=뉴시스]최서진 기자 =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근무시간을 준수하지 않거나, 전 법무부장관 등에 대한 유권해석을 부당처리한 일부 사실이 감사보고서에 기재됐다.
감사원은 9일 전 위원장의 근무시간과 업무 관련 비위 의혹이 있다는 제보사항과 언론보도 등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자 지난해 8월부터 9월 말까지 실지감사와 추가 감사를 진행했다.
이에 감사대상기관의 답변 과정 등에서 제시된 의견을 포함해 지적사항에 대한 내부 검토를 거쳐 지난 1일 감사위원회의의 의결로 감사결과를 최종 확정했다.
감사원은 권익위의 ▲법률사무소 차명 운영 ▲A 서울시당 방문 등 정치 관여 ▲금품 수수와 관사 수도요금 부당 집행 ▲예산 구입 한복 사적 이용 ▲유명인사 청탁금지법 신고사건 처리 부당 지연 등 7가지 사안에 대해선 문제점을 발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전 위원장의 근무시간 점검 결과와 관련해선 2020년 7월부터 2022년 7월까지 근무지가 세종청사로 분류된 89일 중 9시 이후에 출근한 날이 83일(93.3%)로 나타났다.
또 서울청사 근무시 근무일 115일 중 112일(97.4%)을 9시 이후에 출입했고, 첫 일정이 오찬이거나 오후에 잡혀있는 91일 중 76일(83.5%)은 오전 출입기록을 확인할 수 없었다.
이에 권 위원장은 감사원 자료제출 요구가 부당하다는 등의 사유로 감사원의 검토 결과에 대한 소명이나 자료제출을 하지 않았고, 감사원은 "기관장으로서 적절한 처신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기관장의 경우 대외업무 등이 많은 점을 고려해 그 실태를 보고서에 기재하되, 별도로 처분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2020년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특혜 의혹 유권해석 의혹과 관련해선 당시 권 위원장은 권익위 내에서 '법무부 장관과 아들 사이에 직무관련성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한 데 대해 "가정적 상황을 가지고 직무관련성이 있을 수 있다고 답변이 나가면 되겠느냐",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서 답을 하면 되지 않겠느냐"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권익위 실무진은 권 위원장에게 보고를 거쳐 같은 해 9월 해당 사건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지휘·감독권을 행사하지 않았고 별도 보고를 받지 않았으므로 구체적 직무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최종 결론을 도출했다.
감사원은 '공정한 확인을 거쳤다'는 당시 권익위 보도자료에 대해 "권 위원장이 유권해석 결론 도출 과정에 관여했는데도 실무진들의 전적인 판단으로 작성 배포한 것은 감사보고서에 그 실태를 기재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권 위원장의 갑질 직원을 위한 탄원서 제출 의혹과 관련해선 해당 직원인 A 국장이 탄원서를 부탁하자 선처를 바란다는 내용의 탄원서에 직접 서명하는 등 "갑질 행위 근절 주무부처의 장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고 지적했다.
경력경쟁 채용 서류전형 합격자 심사업무가 부당 처리된 사례도 있었다.
권익위 서류전형 위원 중 한 명은 2021년 온라인 홍보직 채용 업무처리와 관련해 한 응시자에게 10점 만점인 자기소개서 항목에 13점을 부여하는 일이 발생했고, 해당 응시자는 최종 합격했다.
감사원은 권 위원장에게 공무원 갑질행위 근절 주무부처로서 위원장과 동료 직원들이 갑질 가해자를 위해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갑질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촉구했다.
또한 소관부처로서 위원장 관련 신고사건 조사 과정에서 허위문서를 작성·제출함으로써사건을 부당하게 종결처리 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 요구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전 위원장이 감사위원회에서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불문'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한 데 대해 "감사원에서 조치할 사항이 없는 경우도 본문에 적시하는 경우가 있다"고 반박했다.
보고서에 조치사항이 담기지 않아도, 감사위원회에서 부적절한 사실관계를 서술하기로 결정할 수는 있다는 취지다.
'표적감사'라는 전 위원장의 지적에 대해서도 "모든 감사가 감사위원회 의결을 갖고 하지 않는다"며 "제보가 있었기 때문에 그 제보를 바탕으로 감사한 것이지, 제보를 바탕으로 한 감사가 표적감사라면 모든 감사가 표적감사"라며 절차상 문제가 없었음을 분명히 했다.
다만 감사위원들 중 일부는 전 위원장의 감사와 관련해 "불문"이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는 "불문은 표현의 문제"라며 "뭘 하라고까지 주의를 주진 않지만, (일부 사안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대국민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다만 공개 여부에 대해서도 반대의 뜻을 표한 일부 위원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전 위원장은 이날 보고서 발표 전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위원회에서 불문 결정을 한 내용을 감사보고서에 담으면 명예훼손, 무고 등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추가로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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