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 채용' 선관위, 與 압박에 '감사원 감사 수용' 선회하나

기사등록 2023/06/09 07:00:00 최종수정 2023/06/09 07:12:05

중앙선관위, 일주일만에 비공개 위원회의 개최

사무차장 인선 논의…감사 수용 여부 논의할 듯

與 압박·여론 악화에…위원 전원 사퇴 수용하나

[과천=뉴시스] 조성봉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 비리’와 관련해 노태악 중선관위원장이 여권으로부터 사퇴와 감사원 감사 요구를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일 오후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건물 모습. 2023.06.07.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성원 기자 = 잇따른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여당의 계속된 압박에 감사원 감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종전 입장을 바꿔 부분적으로라도 수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성과 중립성을 내세워 감사원 감사를 거부해 왔다.

그러나 내부 부조리 정황이 역력한 데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선관위원장을 비롯한 위원 전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등 전방위로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여기에 여론도 부정적이어서 조건부 감사 수용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선관위는 9일 오후 2시 과천 청사에서 비공개 위원회의를 연다. 지난 2일 이후 일주일만이다.

공식 안건은 사무차장 인선 안건 1건이지만, 감사원 감사 수용 여부에 대해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많은 관심이 쏠린 사안인 만큼 자연스럽게 논의 테이블에 올라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선관위는 앞서 헌법과 국가공무원법 등을 내세워 헌법기관으로 감사원 직무감찰 및 인사감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감사원 감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그간 국가기관 간 견제와 균형으로 선관위가 직무감찰을 받지 않았던 만큼 직무감찰에 응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내놨다. 헌법상 위원회 조직의 독립성, 선거 관리의 중립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논리도 내세웠다.

그러나 지난 대선 당시 코로나19 확진자 소쿠리 투표로 뭇매를 맞았던 선관위가 고위직의 잇따른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더해 북한 해킹 은폐 의혹, 업무추진비 부적정 사용, 선거철 휴직자 증가 등 내부 부조리 정황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선관위 감사원 감사 수용' 및 '중앙선관위원 전원 사퇴'를 촉구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2023.06.05. scchoo@newsis.com
선관위를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면서 국민의힘은 개혁의 하나로 감사원 감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선관위가 행정기관 감사원법상 직무감찰 대상이고, 앞서 감사받은 전례가 있다며 전방위로 압박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지난 5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물론 선관위원 전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7일에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8일에는 국민의힘 중앙청년위원회가 항의 방문했다.

국회 차원에서도 자녀 특혜 채용 및 북한 해킹 은폐 의혹 관련 국정조사에 나서기로 하면서 압박의 강도가 커지고 있다. 여야는 다음 주 중 조사요구서 제출, 오는 21일 본회의 승인을 목표로 국정조사 추진에 합의했다.

고위직의 잇따른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아빠 찬스', '제2의 조국·조민 사태'로 엮이면서 여론 또한 선관위에 부정적으로 흘러가는 양상이다.

뉴시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4~5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9.1%가 노 선관위원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사퇴할 필요가 없다'는 16.2%, '잘 모르겠다'는 14.7%였다.
[과천=뉴시스] 김금보 기자 =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지난 2일 오전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리는 고위직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 관련 위원회의에 참석해 눈을 감고 있다. 2023.06.02. kgb@newsis.com
이처럼 압박이 심화하자 선관위는 '감사 수용 불가'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감사를 고민해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내부에서는 한시적이고 제한적인 조건부 감사 수용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노 선관위원장과 선관위원들이 전원 사퇴 요구를 받아들일지도 관심사다. 정치권에서는 전원 사퇴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는 않지만, 노 선관위원장과 선관위원들이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관위원들은 감사 수용 여부와 위원직 전원 사퇴 등에 대해 침묵을 유지하면서도 일단 이날 위원회의에서 논의해보겠다는 입장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감사원 감사를 거부하다가 여론이 나빠지자 이제 와서 고민하겠다는 건 여전히 사태에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독립성과 중립성만 강조할 게 아니라 잘못을 반성하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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