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76%, 여전히 병원서 사망…우리에겐 먼 '웰다잉'

기사등록 2023/06/06 08:00:00 최종수정 2023/06/06 08:04:48

연간 약 55만 명 요양기관행…주거지 임종은 '요원'

시설 위주, 재가 서비스 부족…부적절 입원 부추겨

장기요양 대상·재원 확대, 가정 호스피스 등 제안도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이후 올해 65세 이상 고령 인구 950만 시대를 맞은 상황이다. 불과 2년 뒤인 2025년에는 전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급격한 고령화로 노년과 임종 과정에 본인의 선택이 중요시되고 치료와 돌봄은 물론 정서적 지지까지 강조하는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자 2016년에는 '웰다잉법'(연명의료결정법)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노인 10명 중 7명 이상은 병원에서 사망하는 등 생애의 마지막 장소는 집 또는 원하는 곳이 아닌 병원인 경우가 다수다. 전문가들은 재정 확충과 재분배를 통해 가정 내 임종 비율을 높이면 그만큼 의료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6일 보건복지부의 '의료서비스이용현황' 자료를 보면 2021년 한 해 요양병원 입원 환자 수가 39만3989명으로 나타났다. 요양원 입소자가 15만여 명인 점을 고려하면 매년 55만 명 이상이 요양시설에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요양병원이나 요양원같은 요양시설이 생에 마지막 거주 장소가 돼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난 5일 김윤 서울대학교 의대 교수가 국회에서 열린 '병원이 아닌 집에서 죽을 권리' 토론회에서 발표한 '웰다잉을 위한 노인돌봄체계 개편방안'을 보면 우리나라 노인의 60.2%는 가정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어 하지만 실제로는 76.2%가 병원에서 사망했다.

앞선 자료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병원 내 사망 비율은 50%로 조사됐다. 이 비율이 70%를 넘는 건 우리나라와 일본, 체코뿐이고 우리나라는 비교 대상 22개국 중 일본에 이어 2위다.

고령층 인구의 증가와 함께 우리나라의 노인 돌봄 재정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김 교수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노인돌봄 재정 지출은 OECD 평균(1.7%)보다 낮은 1.3%로 나타나 격차가 크지 않았다.

그럼에도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노인들이 요양기관으로 향하는 비율이 높은 이유는 재정의 분절과 부족한 재가 서비스가 꼽힌다.

2021년 기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장기요양 재정 현황'(일반)을 보면 보험료와 국고지원금을 합한 수익은 9조5020억원인데 1인당 비용을 보면 시설급여 이용자가 1598만원으로, 재가급여 이용자의 683만원보다 2배 이상 많은 혜택을 받는다.

국가 재원이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같은 요양시설에 사용되는 비중이 크다보니 상대적으로 재가 서비스 이용이 적은 실정이다.

김 교수가 장기요양등급 1등급 대상자를 기준으로 재가요양 서비스 시간을 분석한 결과 OECD 국가 평균이 주당 41시간인 반면 우리나라는 21.7시간에 그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의료 또는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노인들은 시설로 향할 수밖에 없다.

김 교수에 따르면 건강과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고령층은 2017년 기준 78만4775명으로 이중 의료와 요양 서비스가 모두 높게 필요한 대상은 3.8%인 2만9467명, 의료 서비스 요구는 낮지만 요양 서비스 요구는 높은 대상은 10.9%인 8만5495명이었다.

반대로 의료 서비스 요구는 높지만 요양 서비스 요구는 작은 대상은 16.3%인 12만8163명, 의료와 요양 서비스 모두 요구가 낮은 대상은 69%인 54만1650명이다.

그러나 저의료·저요양군 중 57.5%, 고의료·저요양군 중 51.4%는 입원이 필요하지 않은데도 입원을 하고 있는 부적절 입원군이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김 교수는 장기요양보험 대상자와 재원 확대를 제시했다.

각 지자체의 의사와 간호사, 재활 인력, 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된 재택의료센터에서 방문 진료와 간호 등 포괄적인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고, 통합재가센터에서는 기존의 방문 요양이나 주야간보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시설의 경우 요양병원 장기 입원 폭증을 방지하기 위해 장기요양보험 체제에 편입해 등급 판정 결과에 따라 입원 등급을 부여하고, 간병비를 급여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가정 내에서 임종을 지원하기 위해 가정 호스피스 이용 대상자를 말기 암 환자에서 비암성질환자까지 확대하고 생애말기 24시간 간병비를 한정적으로 지원하는 내용도 제안했다.

이 같은 제도 시행을 위해 필요한 예산은 약 1조5000억원으로 추산됐다. 김 교수는 "사망 1개월 전 월평균 의료비가 403만원인데 가정 내 임종 비율을 50%로 올리면 임종 환자의 진료비 절감으로 재정 중립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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