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 자리비운 사이 어린이집서 아이들간 폭행
어린이집 운영자, 학부모들에 수천만원 합의금 줘
무혐의 처분받자 "합의 취소" 주장하며 소송 제기
법원 "민법상 화해계약…유죄판결 전제한 것 아냐"
[서울=뉴시스] 위용성 기자 = 아이들 사이에 벌어진 주먹다짐을 방치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던 대구의 한 어린이집 운영자가 끝내 무혐의 처분을 받자 학부모들에게 줬던 합의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의 판단은 어땠을까.
2021년 3월, 대구 동구의 한 어린이집에선 담임 보육교사들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2세 여아가 다른 원생 3명으로부터 약 3분간 폭행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수사를 받게 된 어린이집 운영자 A씨는 며칠 뒤 피해 아동의 부모들과 '민·형사상의 사건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을 약정하는 합의서를 작성하고 자신의 명의로 합의금 3000만원, 담임 보육교사 두 명 명의로 합의금 각 500만원 등 합계 4000만원을 지급했다.
그런데 A씨는 물론 보육교사들 모두 검찰에서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받게 됐다. 고의적으로 피해아동에 대한 폭행을 방치한 사실이 없다는 이유 등에서다.
그러자 A씨는 학부모들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형사상 책임 및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등 법률적 책임이 존재한다고 착오를 한 나머지 이를 면하기 위해 합의했다"며 "기소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합의를 취소한다"고 주장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제3-1민사항소부(부장판사 최서은)는 원고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그의 합의 취소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본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A씨가 합의 과정에서 '향후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약정한 것은 민법상 화해계약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또 불기소가 아닌 유죄판결 선고가 이들간 합의의 전제라고 보기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사고에 관한 민·형사상 분쟁을 조기에 종식시키고, 관련자들의 형사처벌의 정도를 가볍게 하려는 의도에서 합의를 했다고 보인다"며 "나아가 어린이집의 보육교사들이 피해 아동에 대한 폭행을 고의적으로 방치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책임 등이 전혀 인정될 여지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도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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