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뉴시스] 옥승욱 기자 = 거센 바람으로 1만9000톤급 마라도함조차 출렁이던 지난 5월 31일 오전. 제주 해군기지에 정박해있던 마라도함 내에서 "대량살상무기(WMD)를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 1척이 포착됐다"는 기내 방송이 흘러나오며, 다국간 해상차단훈련 개시를 알렸다.
이어 "WMD 의심선박으로 확인됐다. 군은 즉각 수색을 실시하라"는 안내방송이 재차 나왔다. 이윽고 마라도함 2시 방향에서 해경특공대가 거센 파도를 뚫고 WMD의심 선박에 접근했다. 특공대는 바로 의심선박에 올라 선장 등 선원들 신변을 확보한 뒤, 선박 수색에 나섰다.
특공대는 곧 갑판창고에서 수상한 가루들을 발견했고, 2차로 의심선박에 오른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화방사) 특임대에 검사를 맡겼다. 검사 결과 이 가루들은 WMD 중 하나인 '신경작용제(nerve agent)'로 확인됐다. 군은 즉각 방호조치를 진행했고, 증거 확보와 동시에 훈련은 종료됐다.
이번 훈련은 태풍 영향으로 해상 기상 악화에 따라 해양차단 절차를 숙달하는 ▲지휘소연습(CPX)과 ▲한국군·해양경찰 주관 승선검색 훈련으로 나눠 진행했다.
이종호 해군참모총장을 비롯해 외교부와 군 주요 인사와 PSI 고위급회의에 참가한 각국 대표인사들이 대형수송함 마라도함(LPH, 1만4500톤)에 승함해 훈련을 참관했다.
대한민국이 주관하는 PSI 해양차단훈련은 2010년과 2012년에 이어 세 번째이다. 올해 훈련에는 한국, 미국, 일본, 호주 4개국에서 함정 7척, 승선검색 임무를 수행하는 특임대 6개팀이 참가했다.
이번 훈련에서는 한국, 미국, 일본, 호주, 싱가포르, 캐나다에서 파견한 인원 20여명으로 비상설 국제협력조직인 다국적 협조본부를 처음으로 구성해 운용했다.
마라도함 내에 위치한 다국적 협조본부는 대량살상무기 적재 의심선박에 대한 각종 정보를 종합하는 한편, 국제적 공조와 협조 임무를 수행했다. 이어 한국 해군 및 해양경찰 함정은 제주해군기지에 입항해 정박한 상태로 승선검색 훈련에 돌입했다.
훈련지휘관인 김인호(준장) 해군 제7기동전단장은 "해상에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며 "이번 훈련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를 위한 우리 정부와 군의 주도적 역할 수행의지를 대내·외에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상 기상이 좋지 않아 해상차단 절차훈련과 정박 승선검색 훈련으로 실시해 아쉬운 점이 있다"면서도 "이번 훈련을 통해 참가국 상호 협력체제를 강화하고, 해양차단능력을 배양하는 등 국제적 대응능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마라도함에 편승한 각국 대표단은 마라도함 내부에 구성된 해군·해경 특수전 장비, 국내 방산업체 개발 해양무인체계 등 방산전시 부스를 돌아보며, 국내 방산의 우수한 능력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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