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대피·차량통제 없어 '반쪽짜리' 지적도
행안부 "미비점 보완, 전 국민 참여 훈련으로"
공무원 1300여 명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가 통제돼 유일한 대피 통로인 두 개의 계단으로 나눠 지하 1층 주차장에 마련된 대피소로 이동했다. 약 8분 만에 주차장은 인파로 가득 찼다.
다행히 실제 상황은 아니다. 정부가 주관한 공습 대비 민방위훈련이었다. 2017년 중단한 지 6년 만인 이날 재개했다.
그러나 당초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하려다 관공서·공공기관 및 학교 1만7858개소만 참여하는 것으로 축소하면서 '반쪽자리' 훈련이 됐다. 일반 국민들의 대피와 차량 이동통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세종청사 업무동 바로 옆의 민원동을 이용하던 시민들은 사이렌 소리에 아랑곳없이 제 할 일 하기에 바빴다.
공무원들 역시 이미 훈련 사실을 알고 있는 탓에 긴박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대피하던 중 옆 사람과 대화하거나 휴대전화 통화를 하는 등 건성으로 임하는 모습이 곳곳 눈에 띄었다. 한쪽에서 "잡담 그만하라", "조용히 해라", "어린이와 동급이냐" 등의 주의가 나올 정도였다.
게다가 실전과 달리 평상시 닫혀 있다가 자동개폐 돼야 할 비상문조차 미리 열어둬 추후 미비점을 보완하겠다는 행안부의 계획이 제대로 이행될는지 의심케 했다.
그나마 공습 상황에 대비한 안전교육이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특히 지난해 10·29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그 중요성이 널리 알려진 심폐소생술(CPR) 교육에 관심이 쏠렸다.
세종소방서 소속 소방관이 "사람들이 쓰러져있다. 앞으로 나와 달라"고 외치자 주차 라인 한 칸을 비우고 서있던 공무원들이 하나둘씩 앞으로 나왔고, 교육이 본격화되자 동작을 따라하는 공무원들이 목격됐다.
이날 훈련에 참가한 30대 초반 직원은 "CPR 교육이 좀 세부적으로 이뤄져서 배워보는 것도 좋은 것 같고 민방위 훈련도 안 하는 것 보다 이렇게 매뉴얼대로 해보는 게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40대 과장은 "한 번 해 본 것과 전혀 해보지 않은 것은 전혀 다르다"면서 "실제 응급상황에서도 이렇게 훈련한대로 한다면 잘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민방위훈련 내용이 상세하게 사전 공지돼 당장 훈련에 도움은 됐지만 긴장감이 떨어졌다는 후기를 털어놓는 공무원도 있었다. 한 참가자는 "얼마 전부터 훈련한다고 해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었다. 안내에 따르면 돼 당황할 일이 전혀 없었지만 실제 상황에서 국민을 유도해야 했다면 잘했을지는 의문"이라고 귀띔했다.
박현용 행안부 민방위과장은 "이번 민방위훈련 결과를 바탕으로 미비점을 보완해 전 국민 참여 훈련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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