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코딩만으로 드론이 '부웅~'…요즘 중학교 정보수업

기사등록 2023/05/14 12:00:00 최종수정 2023/05/15 16:31:23

교육부 '디지털 새싹' 세종 고운중 수업 참관

코딩 언어 외우기보다 문제 해결 과정 집중

호응 높아…"학교서 계속, 확대해 운영해야"

[세종=뉴시스] 지난 10일 오후 세종 고운중학교에서 열린 '디지털 새싹 캠프' 정보 교과 수업 시연회에서 보조강사와 학생이 코딩으로 드론 날리기를 해 보고 있다. (사진=교육부 제공). 2023.05.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지난 10일 오후 1시20분께 세종 고운중학교 2층. 수업 종이 울리며 교실로 들어가는 학생들을 지나 강당으로 향했다.

점심시간에 놀던 학생들이 뛰어 나왔을 법했을 강당에는 이 학교 1학년 6반 학생 22명이 책상에 앉아 조용히 정보 수업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학교 관계자에게 요즘은 정보 수업을 컴퓨터실이 아닌 강당에서 하는지 묻자, 체험형 수업이 늘어 강당뿐만 아니라 운동장에서 할 때도 있다고 귀띔했다.

책상은 디귿(ㄷ)자 형태로 배치돼 있었고, 학생들의 시선이 향하는 가운데 공간에는 프로펠러 4개를 단 손바닥만 한 검정 드론 5개가 바닥에 놓여 있었다.

학생들의 책상에도 노트북과 정보 교과서, 바닥에 놓인 것과 같은 검정색 드론이 1대씩 놓여 있었다.

수업 공간만 생경한 게 아니었다. 교사가 아닌 상지대 컴퓨터공학과 김성호 교수가 수업을 시작했다.

학생들의 디지털 소양 함양을 위해 교육부가 마련한 '디지털 새싹 캠프' 사업의 일환으로 대학 교수와 보조강사들이 직접 학교 정규 수업을 찾아온 것이다.

[세종=뉴시스] 지난 10일 오후 세종 고운종학교에서 열린 '디지털 새싹 캠프' 정보 교과 수업 시연회에서 학생들이 코딩을 통해서만 나는 드론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교육부 제공). 2023.05.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김 교수는 조종기를 쓰지 않고 드론을 코딩으로 비행시켜 원형 고리를 통과시켜 볼 것이라 설명했다.

김 교수와 동행한 강사가 노트북을 두드리더니, 잠시 뒤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 '뚜두뚜두' 연주에 맞춰 드론이 차례차례 위로 떠올랐다.

시연이 끝나자 김 교수가 말했다. "멋있어요?"

학생들이 호응하자 그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었다. "못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김 교수는 "할 수 있도록 자신감을 가지면 돼요"라고 답했다.

어려워하던 것도 잠시, 15분이 지나자 학생들의 드론도 하늘 위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어려움을 겪는 학생은 보조강사 5명과 김 교수가 돕기도 했다.

학생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는 듯 보였다.

[세종=뉴시스] 지난 10일 오후 세종 고운종학교에서 열린 '디지털 새싹 캠프' 정보 교과 수업 시연회에서 학생들이 드론을 만지며 코딩 프로그램이 켜진 노트북을 보고 있다. (사진=교육부 제공). 2023.05.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한 학생은 드론이 고리를 통과할 듯 하다 부딪히자 "아아 안 돼" 하며 아쉬워했다. 다른 친구는 성공한 것을 보며 "왜 안 돼 이거"라 웃는 학생도 있었다.

어려운 용어를 쓰는 프로그램이 아닐까 싶어 학생들이 쓰는 노트북 화면을 들여다봤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속도, 좌표를 숫자로 입력하면 거기에 맞춰 드론이 움직이도록 직관적인 방식의 프로그램이었다.

코딩 용어를 외우는 식의 수업이 아님은 분명했다.

수업을 마친 이 학교 1학년 윤여운 군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 선생님을 통해 캐릭터를 통해 코딩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접해 봤다면서도 "오늘은 드론을 움직여보니 더 재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코딩의 '코'자도 몰랐는데 수업을 하면서 관심이 생겼다"고 말한 같은 반 양준환 군은 "평소 정보 수업할 때 지루한 걸 하거나 컴퓨터로 코딩을 했는데 기계를 다루다 보니 새로웠다"고 답했다.

김 교수는 이날 단 한 번도 드론을 접해보지 않은 학생도 있었다며, 수업 공개 전 단 1시간 동안 가르쳤음에도 학생들이 방식을 빠르게 이해했다고 전했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0일 디지털 새싹캠프가 열리는 세종시 다정초등학교를 찾아 디지털 체험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2023.05.14. ppkjm@newsis.com
김 교수는 "단순히 (알려주는 것을) 따라하는 게 아니라 (학생이) 생각하는 대로 명령하고 기계가 살아나는 걸 확인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컴퓨터가 사람이 고민하는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도록 문제를 정의하고 답을 기술하는 '컴퓨팅 사고력'(CT)을 스스로 느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오는 2025년 모든 교과 수업에 디지털 소양 교육이 도입되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시행을 앞두고 지난해 '디지털 새싹 캠프'를 처음 마련했다.

겨울방학을 이용해 초·중·고 학생에 무료 강좌를 제공한 결과, 애초 목표한 10만여 명 보다 더 많은 19만6123명이 참여했고 18만5882명이 수업을 끝마쳤다.

참가 학생 9만499명을 대상으로 사업 효과를 연구한 결과, 소프트웨어(SW)나 인공지능(AI), 관련 진로 목표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긍정적으로 변했다.

올해 1학기 대학, 중소기업 등 126곳을 통해 초등학교 방과 후 학교나 중·고등학교 수업, 주말 별도 장소를 활용한 디지털 소양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0일 디지털 새싹캠프가 열리는 세종시 다정초등학교를 찾아 디지털 체험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2023.05.14. ppkjm@newsis.com
캠프 운영자들과 학교 관계자들은 학생들의 반응이 뜨겁다며 운영을 확대해야 한다고 입 모아 말한다.

김 교수는 "학생들이 이런 교육에 목말랐던 게 사실"이라며 "(캠프) 교육 끝나고 나서 계속 (코딩) 할 생각이냐 물었는데 '학원 가야해요' 하면서 못한다고 말한다. 학교에서 계속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일 오후 2시40분께 또 다른 '디지털 새싹 수업'을 시연한 세종 다정초등학교 김태성 교감은 "학교에서 마련하기 어려운 프로그램을 대학과 운영할 수 있어 학생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정초 캠프 강좌 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임종민 '꿈꾸는 세상' 대표도 "지금도 수요가 너무 많다"며 "애초 1~2개 학급에서 신청했으나 지금은 학년 전체를 신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교육부는 향후 중학교 자유학기제, 특성화고 등을 위한 기획형 디지털 새싹 캠프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여름방학부터 심화 프로그램을 개설할 방침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