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주기 5·18 일주일 앞둔 국립5·18민주묘지
지역 초·중·고교 학생 추모·현장학습 잇따라
"고귀한 뜻 받들겠습니다" 고사리 손 다짐
1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이른 아침부터 지역 초·중·고교생들로 묘역이 북적이면서 공식 참배곡인 '님을 위한 행진곡'이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가장 먼저 묘역을 찾은 광주 숭의중학교 학생 100여명은 단정한 교복 차림으로 추념탑 앞에 모여 일제히 묵념했다. 일부 학생들은 참배가 어색한 듯 묵념 도중 고개를 살짝 들어 주변을 살피기도 했지만 이내 자세를 바로잡은 뒤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았다.
묵념을 마친 뒤 인솔 교사의 설명을 들은 학생들은 이내 4개 조로 나뉘어 묘역 곳곳으로 흩어졌다.
흩어진 학생들은 해설사의 도움을 받아 5·18 당시 숨진 열사들의 생애를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12살 나이로 최연소 공식 사망자로 기록된 '오월의 막내' 고(故) 전재수 군의 묘소 앞에서 학생들은 또 한번 고개를 숙였다. 또래 나이에 생을 마감할 수 밖에 없었던 사연에 학생들은 마른 침을 삼키고 침묵했다.
남구 송암동 한 논가에서 친구와 놀던 중 계엄군의 오인 교전에 휘말려 짧은 생을 마감했다는 무거운 설명이 이어지자 학생들의 표정에 수심이 드리웠다. 숙연해진 학생들 사이로 한 학생은 "왜 계엄군은 어린 아이에게 총을 쐈나요"라며 43년 째 풀리지 않는 질문을 했다.
비슷한 시각 광주 성진초등학교에서 온 학생들은 저마다 고사리손에 수첩을 든 채 묘역 구석구석을 누볐다.
열사들의 생애 정리가 이날 현장학습의 목표였던 학생들은 저마다 김경철, 윤상원, 박금희 등 5·18 역사 속 한 페이지에 기록된 열사들의 묘소를 지나치며 묘비를 꼼꼼하게 확인했다.
학생들은 묘비에 새겨진 생몰년도와 묘비 뒤편에 적힌 구절을 메모하며 공부했다. 저마다 공부해온 결과를 비교하고 공유하면서 빈 칸을 채워나갔다.
김진영(12)군은 "교과서나 수업을 통해 짧게 들었던 역사를 현장에서 공부하게 돼 신기하면서도 느낌이 남다르다"며 "현장학습을 통해 5·18이 광주에 어떤 의미인지 약간 알 수 있었다. 더욱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다짐했다.
최서진(13)양도 "말과 책으로는 이해가 어려웠던 5·18이 이제서야 조금씩 이해되는 것 같다"며 "희생된 열사분들께 큰 책임감을 느낀다. 민주주의를 지켜내신 분들이 하늘에서 편히 지내시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지난 1월부터 전날까지 묘역을 방문한 참배객 수는 4만 1328명에 달한다. 이중 5월 한 달 동안에만 9292명이 묘역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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