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국왕 "방산 강하죠?"·스웨덴 "방산 협력 하자"
오스트리아 총리 "韓, 對中 의존도 낮출 파트너"
韓 "부산엑스포로 인류 과제 해결책 모색하자"
[부쿠레슈티=뉴시스] 양소리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의 유럽 순방이 11일 마무리됐다. 한 총리가 6박8일간 찾은 곳은 영국 런던, 스웨덴 스톡홀름, 오스트리아 비엔나,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등 4개 도시다. 총 비행거리만 3만7291km, 지구 한 바퀴에 육박한다.
이번 순방의 키워드는 ①방산 ②첨단기술 협력 ③원전 ④2030 세계박람회(EXPO·엑스포) 등이다.
2022년 2월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 각국은 군비 확충에 힘을 주는 중이다. 상대적으로 값이 싸고 높은 효율의 무기를 만드는 한국은 이들의 주요 파트너로 떠올랐다.
한국은 유럽의 대중(對中) 경제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적합한 대체국가이기도 하다. 반도체, 전기차배터리 등 첨단 기술 분야의 협력은 각국 정상들과의 주된 의제였다.
동시에 한 총리는 2030 부산엑스포의 성공적인 유치를 위해 박차를 가했다.
◆英국왕 "韓, 방산 강하죠?"·스웨덴 총리 "방산 협력 모색하자"
평화롭기만 하던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방위기금 예산을 대폭 늘려가는 중이다. EU회원국 사이에서도 국방비 증액 바람이 분다. 북유럽의 오랜 중립국인 오스트리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군비를 확대 중인 유럽에 한국은 주요 협력국이며 우리에겐 큰 방산수출의 기회다. 폴란드는 실제 지난 8월 K2전차와 K자주포 등 총 124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유럽을 상대로 한 'K-방산' 수출은 현재 부흥의 서막이다. 영국의 찰스3세 국왕은 대관식 전날 진행된 세계 정상들의 리셉션에서 "한국은 방위산업이 강하죠?"라고 한 총리에 물었다고 한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한 총리를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방산 협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유럽 내에서 높아졌다"며 한국과 방산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 총리도 "양국이 가능한 협력을 모색하자"고 화답했다.
우리 정부로서는 지금이 '방산 세일즈 외교'의 적기다. 한 총리의 순방에 동행한 한 고위급 관계자는 "우리 방산 수출은 앞으로 5~10년이 전성기"라며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의 전통 무기 강국이 EU 내 무기 판매를 시작하기 전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오스트리아 총리 "韓, 對中 의존도 낮출 파트너"
코로나19 이후 유럽은 상당한 공급망 혼란을 겪었다. 지나치게 높은 대중의존도 때문이었다.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경제적 의존이 결국 국가적 위기를 야기했다. 이제 유럽에 필요한 건 경제 교류의 다변화다.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의 기술을 보유한 한국은 이들에 적합한 파트너다.
카를 네함머 오스트리아 총리는 한 총리와 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오스트리아의 아주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네함머 총리는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 주요 산업에서 오스트리아 뿐만 아니라 EU의 중국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며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EU는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며 "그 중 한국은 매우 중요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 역시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 공급망 위기, 기후변화, 디지털 격차등 새로운 과제가 부상하는데 대해 공동의 대응이 중요하며, 첨단기술과 경쟁력있는 제조업을 함께 보유한 양국이 최적의 협력 파트너라는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최근 유럽 내 경제분야에서 특정국가를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며 "경쟁력 강화와 공급망 협력을 위해 한국과 관계를 강화하자"고 강조했다. 즉 스웨덴의 대중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한국과의 협력 범위를 확대하고 싶다는 뜻이다.
한국에도 유럽은 귀중한 상대국이다. 특히 스웨덴에서는 핵심 광물에 대한 공급망 협력이 논의됐다. 최근 스웨덴에서는 희토류 100만t 이상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키루나 광산'이 발견됐다. 유럽 내 희토류 최대 매장량이자 유럽 지역의 희토류 수요 상당 부분을 충족할 양이다.
한 총리는 "최근 양국 기업들이 배터리, 바이오 등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한국과 스웨덴은 보편적인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만큼 핵심 광물에 대한 공급망 협력 방안을 찾자"고 제안했다.
루마니아에서는 현지 신규 원전 건설 사업 참여를 위한 적극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현재 우리의 한국수력원자원은 루마니아 원자력공사(SNN)가 발주한 체르나보다 원전 삼중수소제거설비(TRF) 건설 사업 입찰에 단독으로 참가한 상태다.
한 총리는 "체르나보더 원전 설비 개선 사업과 신규 건설 사업, 소형모듈원전(SMR) 건설 사업 등 루마니아가 추진 중인 원전 사업에 우리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원을 해달라"고 니콜라에 치우카 루마니아 총리에 요청했다.
◆한 총리 "부산엑스포 통해 인류 과제 해결책 모색"
2030 부산 세계박람회(EXPO·엑스포) 유치는 이번 순방의 핵심 과제다. 한 총리는 각국 총리와 만나 지난 4월 이뤄진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 결과를 공유하고 부산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요청했다.
한 총리는 부산 엑스포의 주제인 ▲기후변화 ▲경제·기술 발전 ▲포용적 성장 등 3개의 목표를 적극 홍보했다.
찰스3세 국왕의 대관식을 계기로 영국 런던에 모인 BIE 회원국을 상대로 한 총리는 엑스포 세일즈에 속도를 냈다. 한 총리는 이곳에서 말라위, 시에라리온, 감비아, 잠비아, 가봉 등 아프리카 정상 및 장관급 인사들과 면담을 하며 '포용적 성장'에 방점을 찍은 협력을 논의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마틴 코허 노동경제부 장관과 15분간 환담을 하며 부산의 강점을 설명했다. BIE 주무장관인 코허 장관은 한 총리의 이야기에 충분한 공감을 했다고 우리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마지막날 일정이었던 클라우스 요하니스 대통령 예방에서도 부산엑스포는 주된 의제였다. 루마니아는 이원집정부제로 주요한 외교 결정권을 대통령이 쥐고 있다. 세계박람회(EXPO·엑스포) 관련 최종 결정권자 역시 대통령이다. 한 총리는 이 자리에서 부산과 한국의 성공적인 박람회 개최 역량을 직접 설명하며 지지를 촉구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는 "이번 순방을 통해 만난 정상들은 BIE의 유럽 회원국을 설득해가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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