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명중률 제고에 군사적 효용성 강화…성능엔 의문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한미정상회담 겨냥 도발 가능성
장거리로켓, ICBM과 기술 같아 '유엔 안보리 위반'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국가우주개발국을 현지지도하면서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계획된 시일 안에 발사하라고 지시했다.
국가우주개발국은 지난해 12월 "2023년 4월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끝낼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어 북한의 '군사용 정찰위성 1호기' 발사가 임박한 것으로 분석된다.
갖가지 형태의 미사일과 핵투발수단을 개발하고 있는 북한이 상대국의 움직임을 살필 수 있는 정찰위성을 운용하게 되면 핵무기의 정확도가 향상돼 선제타격 위협이 한층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전날 국가우주개발국을 현지 지도했다고 19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시찰 현장에서 "4월 현재 제작완성된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계획된 시일 안에 발사할 수 있도록 비상설위성발사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최종 준비를 다그쳐 끝낼 것"을 지시했다.
또 "앞으로 연속적으로 수 개의 정찰위성을 다각 배치해 위성에 의한 정찰정보 수집 능력을 튼튼히 구축할 데 대한 전투적 과업을 제시했다"고 북한 매체는 전했다.
북한은 2021년 1월 제8차 노동당대회에서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중요한 과업 중의 하나로 제시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18일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최종단계의 중요시험'을 했다고 밝히면서 이번 달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끝낼 것이라 발표했다.
이번 달 발사를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데 발사 준비만 끝내겠다고 했기 때문에 실제 발사는 주변 정세를 보아가며 조금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만약 이달에 발사한다면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1주년(25일)과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과 한미 정상회담(현지시간 26일)이 예정돼 있어 이를 계기로 도발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상대국을 살피는 '눈'으로 통하는 정찰위성은 국경 및 군사표적 감시, 표적 변화 탐지·식별, 작전지도 작성, 공격효과 분석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북한은 그간 전술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다양한 투발 수단은 개발했으나, 이를 적시에 운용할 정찰위성은 갖추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타격수단과 정찰위성을 동시에 운용하게 되면 군사적 효용성과 실용성이 배가되는 것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핵무기를 먼저 사용할 수 있는 '핵 선제타격'까지 시사한 만큼 우리에게는 상당한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북한은 군사정찰위성을 '확장억제력'에 상응한 군사적 억제력 제고 차원에서 개발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미 핵항공모함과 핵전략폭격기 등 방대한 전략장비들의 한반도 상시배치수준 전개를 언급하며 "정찰위성은 적대세력들의 군사적 기도와 움직임을 상시 장악하기 위한 우주정찰능력을 보유하기 위한 것으로, 선제적인 군사력을 사용하기 위한 자위적국방력강화 차원의 포기할 수 없는 국가 주권과 정당 방위권에 속한다"고 가치와 의의를 부여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결국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이미 완성했거나 개발하고 있는 다양한 미사일과 핵투발수단을 목표에 명중시키기 위해 필요한 정확한 위치 및 이동정보를 실시간에 제공받기 위함이란 것을 분명하게 한 것"이라며 "지난 10일 개최한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6차 확대회의에서 언급한' 억제력을 공세적으로 전환'과도 같은 맥락"이라고 평가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의 정찰위성 보유는 "한미의 압도적인 정찰능력과 대비되는 북한의 열악한 정찰능력의 비대칭성을 극복하려는 목적이 있다"며 "전술핵, 전략핵 운용에서 정찰위성을 통해 정확성, 정밀도, 관측 능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한반도 전역 24시간 정찰을 위해서는 대형위성을 포함해 적어도 24개의 소형위성이 필요하다"며 "연속적으로 수 개의 정찰위성을 다각 배치한다는 김 위원장의 언급은 충분한 이해력의 방증"이라고 진단했다.
북한은 1998년 8월 첫 번째 장거리로켓을 시작으로 2016년 2월까지 6번의 장거리로켓을 발사했다. 초반에는 장거리로켓 발사는 실패를 거듭했지만 2012년 12월(5차)과 2016년 2월(6차) 발사 때 연이어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다만 정찰위성의 성능에 대해서는 대체로 의문을 제기한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18일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최종단계의 중요시험을 했다면서 용산 대통령실 주변을 포함해 서울과 인천 일대가 촬영된 흑백 위성사진을 공개했는데 일반위성으로 촬영한 것보다 못한 조악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그러자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이에 발끈하는 담화까지 냈는데 북한이 사진의 해상도가 상당히 높은 고성능 위성을 만들 기술은 부족하다는 게 중론이다.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1호기 제작을 완성했다면서 관영매체를 통해 그 형상도 공개했다.
위성의 형상 사진은 흐릿하게 처리를 해 구체적인 제원은 파악되지 않지만 2012년 12월과 2016년 2월에 발사한 광명성-3·4호 사각형 형상과 달리 모양은 6각형 형대로, 상단에 태양전지판 4개를 펼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분석한 결과 1호기는 육각기둥 모양으로, 무게는 300㎏ 안팎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발사체의 외부 형상에서 1단 추진체의 직경은 2, 3단보다 두꺼우며, 페어링 부분의 직경이 상당히 두꺼운 것으로 보아 상당한 크기의 위성 또는 다수의 소형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중형급 위성발사체로 개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정도의 크기라면 고체가 아닌 액체추진제 위성발사체가 맞으며, 화성-14, 15, 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사용하는 백두산 엔진을 기반으로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며 "저궤도에 최소 1t 이상의 위성 탑재체 발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위성발사용 발사체와 ICBM은 추진로켓과 유도조정장치 등 핵심기술이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때문에 유엔 안보리도 북한이 위성 발사를 빙자해 ICBM 발사 기술을 습득하려는 것을 막기 위해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그 기술을 이용한 모든 비행체 발사'를 금지하고 있다.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예고로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도 또 한 번 요동칠 전망이다.
북한은 경제발전 차원에서 '우주산업'을 언급하며 군사 정찰 목적 이외에 기상, 지구관측, 통신위성보유 등 다목적 위성 개발을 시사했다.
홍민 실장은 "북한은 '표준화된 믿음성 높은 운반로케트 생산'을 강조했는데 북한만의 ICBM, 위성발사체 등의 기술을 토대로 이후 기술 및 운반로켓 수출을 염두에 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한미 정상회담 및 G7 정상회담에서 나올 것이 예상되는 강경한 북핵 메시지에 대응해 핵무기 고도화 의지를 피력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양무진 교수는 "북한은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은 한미가 아니라 북한 자신에게 있음을 과시하기 위해 한미정상회담 직전 정찰위성을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와 한미의 '강 대 강' 맞대응이 우려된다. 김정은 위원장의 핵선제타격론, 윤석열 대통령의 100배 1000배 보복론, 바이든 대통령의 전략적 무시와 전략적 인내로 한반도 긴장 고조가 계속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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