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전광훈 지지자 '경고'에 전 목사 논란 수습될까

기사등록 2023/04/19 05:00:00 최종수정 2023/04/19 13:50:38

이중당적자 추정 981명에 경고 메시지 발송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지난달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03.07.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윤아 한은진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당에 영향력을 행세하려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전광훈 지지자들의 이중당적을 정리하라는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전광훈 목사에 대한 손절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지도부의 결정이 늦었다는 지적과 함께 관련 조치가 효과가 있겠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종합결과, 국민의힘은 전날 전광훈 목사와의 선긋기 일환으로 이중당적 추정자에게 경고성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로 했다.

당에 따르면 전 목사를 추천인으로 쓴 당원은 일반·책임당원 포함 총 981명이다. 정당법 제 42조 2항은 이중당적을 금지하고 있다.

당은 18일 '현행 정당법상 이중 당적 보유는 금지되면 해당 법령을 위반할 경우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으니 자신의 타당 당적 여부를 확인해 위법사항이 없도록 주의하시기 바란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일괄 발송했다.

아울러 당은 신규 입당 신청자를 한 대상으로 시도당 당원 자격심사위원회의를 통해 심층적인 자격 심사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른바 전광훈 목사의 지지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당원 가입을 막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유 수석대변인은 브리핑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전 목사의 지시로 가입한 당원의 수가 많지 않을거라고 봤다.

그는 "객관적인 자료로 확인할 수 있는 숫자는 981명이고 확인 안 되는 사람들이 더 있을 수는 있겠지만 수십만명이나 되겠나 강한 의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전 목사와 '손절'을 택한 것은 전 목사가 지난 17일 돌연 전국민 당원 가입 운동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전 목사는  "(국민의힘의) 자세를 보고 창당하든지 안 하든지 버르장머리를 반드시 고쳐주겠다"며 "신당 창당은 몇 주 보류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공천권 폐지와 당원 중심의 후보 경선을 하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총선에서 본인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당원 가입을 막겠단 경고성 발언이었다.

이에 김기현 대표는 즉각 "그 입을 당장 닫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다"며 "도대체 우리당을 뭘로 알고 그렇게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 어이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김 대표는 당에 전 목사에 대한 후속조치를 지시했고, 이중당적자 추정인들에게 경고메시지를 보내는 조치가 취해진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의원은 "많이 늦지 않았나 싶다"며 "김 대표가 초반에 확실히 잡았다면 일이 이렇게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총선을 1년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지지율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신임 지도부가 들어서자마자 김재원 최고위원이 전광훈 목사와 다니며  '5·18민주화운동 헌법 수록 반대', '전광훈 목사의 우파 통일' 등의 망언으로 당에 극우이미지를 씌웠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기현 대표는 김 최고위원으로 촉발된 전광훈 목사 문제에 대해 초반 무시전략으로 대응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04.17. 20hwan@newsis.com
이 과정에서 전 목사와의 절연을 주장하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설전을 벌인 뒤 당 상임고문에서 해촉하는 등 내홍이 계속됐다.

그러던 김 대표가 전 목사가 '공천'을 직접 언급하자 강력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김 최고위원이 전 목사의 초청으로 간 예배에서 5·18 발언을 한 것이 지난달 12일이다.

김 대표가 전 목사에 대한 나름의 강경책을 내놓기까지 약 40일 걸린 셈이다.

김기현 대표의 미온적인 리더십으로 인해 논란의 조기진압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결국 국민의힘과 전 목사 문제만 언론에 한달간 도배되면서 결국 당 지지율만 손해봤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리얼미터의 지난 17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3.9%로 민주당의 48.8%보다 14.9%포인트 낮았다. 두 당의 지지율 격차가 지난주 8.9%포인트였던 점을 보면 더 벌어진 것이다.

특히 국민의힘 중도층 지지율은 지난주 33.7%에서 28.7%로 하락했다.  심지어 보수층 지지율도 66.7%에서 62.8%로 떨어지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당내에선 김 대표의 조치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금 더 강경한 태도와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중당적자 추정 당원에게 경고성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조치는 실효성이 떨어진다. 문자를 받은 당원이 자진해서 탈당절차를 밟지 않는 이상 당에서 더이상 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981명에 대한 수사의뢰 가능성에 대해 "이중당적에 대한 증거가 있다면 가능하겠지만 전광훈 추천이라고 의심해서 수사의뢰를 하는건 나중에 무고의 위험 등 법적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현재 수사의뢰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김기현 대표측은 이번 조치로 전 목사와 선을 그었다고 보고 있다.

김 대표 핵심 관계자는 "전 목사와 당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결혼도 안했는데 이혼을 하라고 하니 당황스럽다"고 했다.

당 일각에선 김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조금 아쉽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친윤계 의원은 통화에서 "전 목사의 공천 관여 기자회견은 김 최고위원의 공천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으로 해석된다"며 "김 대표가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에서 전 목사를 강하게 비판하고 김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를 확실하게, 서둘러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 여론의 시각은 이 문제를 촉발시킨 김재원 최고위원의 징계여부에 모아지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김 대표가 임명한 황정근 당 윤리위원장이 5월 18일 전에 김 최고위원을 징계함으로써 사태를 정리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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