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측 "유기·방임죄, 아동학대살해죄 성립 안 돼"
피해자측 "생계 어려움 무관…남친 만나려 아이 방치"
재판부 "중립적 위치서 변호하라"…변호사 "피해자 숨져 유족측 대편"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류호중) 심리로 열린 18일 첫 재판에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살해), 아동복지법 위반(상습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구속기소된 A(24·여)씨 측은 "법리적으로 아동유기·방임죄와 아동학대살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혐의를 일부 부인했다.
A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할 고의가 없었고 피해자의 사망을 예견하지 못했다"면서 "PC방에 간 것은 피해자가 잠든 시간이거나 전기가 끊겨 휴대폰을 충전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또 "피고인은 무료인 영유아 검진과 필수예방접종을 받아야 하는지 몰랐다"며 "이는 국민 의무가 아니라 복지혜택이므로 아동학대라 볼 수 없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전기요금은 못 내면서 PC방을 간다는 게 좀 이상하다"거나 "피해자를 장시간 방치했는데 살해 고의가 없었다고 볼 수 있는지, (피해자 사망을) 예견 못 할 정도였는지" 등 A씨를 심문했다.
A씨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눈물만 흘렸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쟁점은 아이가 잠든 시간에 PC방에 간 것과 예방접종 하지 않은 행위 등이 유기·방임에 해당하는지, 사망 예견 또는 살인 고의성이 있었는지가 될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날 법정에서 숨진 B(2)군의 국선변호인은 "공소장을 보면 피고인이 생계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을 하러 간 것이 아니다"면서 "피고인은 남자친구와 시간을 보내거나 같이 있기 위해 피해자를 방치한 것이지 생계의 어려움과는 무관하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이 법정에서 허리가 아프다며 순간순간 얼굴을 찡그리는데 본인이 뭘 잘못했는지, 반성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생후 20개월 된 아이는 3일 동안 낮밤 혼자 있으며 얼마나 괴로웠을지 상상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에 재판부는 "피해자의 변호인이지 피해자 아버지의 대리인은 아니지 않냐"면서 "중립적 위치에서 피해자를 위해 변호해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B군 측 변호인은 "피해자가 사망하면 유족을 대변하게 돼 있는데, 피고인을 대변할 순 없지 않겠느냐"며 "현재로선 피해자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A씨의 다음 재판은 5월 중 열릴 예정이다.
A씨는 지난 1월30일부터 2월2일까지 사흘 동안 인천 미추홀구 자택에 생후 20개월 아들 B군을 홀로 두고 외출하는 등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지난 1년간 60회에 걸쳐 총 544시간 동안 상습적으로 B군을 집에 홀로 방임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B군이 숨진 채 발견되기 사흘 전인 지난 1월30일 오후 1시께는 김을 싼 밥 한 공기만 두고 다른 음식이나 물은 전혀 제공하지 않은 채 집을 나왔다.
수사 초 A씨는 "일을 도와달라는 지인의 말에 돈을 벌기 위해 검단오류역 인근으로 돈을 벌러 가게 됐다"면서 "집을 장기간 비울 생각은 없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남자친구를 만나 식당에서 술을 마시거나 숙박업소에서 투숙한 뒤 2월2일 새벽 2시35분께 귀가했다.
당시 상습적인 유기 및 방임으로 극심한 발육부진과 영양결핍 상태였던 B군은 홀로 60시간 넘게 방치되다가 탈수 등이 복합적 요인으로 작용해 이미 숨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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