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학 "김만배 '시장실 불려가 정진상이 20억 요구했다'고 말해"

기사등록 2023/04/13 16:06:44 최종수정 2023/04/13 17:02:55

정진상, 김만배에게 20억원 마련 요구 정황

정영학 "김만배, 안 주겠다 정도로만 말해"

"김만배 입장에선 겁을 냈던 것으로 알아"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사건과 관련해 불구속 기소된 정영학 회계사가 지난해 6월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6.24.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박현준 김진아 기자 =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으로부터 20억원을 요구받았지만 이에 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정영학 회계사의 증언이 나왔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는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의 8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은 대장동 민간업자 중 한 명인 정영학 회계사의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검찰은 지난 2021년 2월께 김씨가 정 회계사에게 '시장실에 불려가 정 전 실장으로부터 20억원을 마련해오란 취지로 말했다고 진술한 게 맞는가'라고 물었고 이에 정 회계사는 "맞다"고 대답했다.

또 '김씨가 정 전 실장에게 20억원을 만들어주겠다는 결과에 대해 말했는지' 묻는 검찰의 질문에는 '자긴(김씨는) 안 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검찰이 '재차 김씨가 20억원을 정 전 실장에게 줬는지 알고 있는지'를 묻자 정 회계사는 "정확히는 모른다"면서도 "본인은 안 주겠다 정도로만 (말했다)고 증언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 전 부원장과 정 전 실장 등에게 대장동 수익 분배를 약속했다고 알려진 '428억원 약정'과 관련한 질문을 직접 정 회계사에게 건넸다.

재판부는 "정 전 실장이 20억원을 달라고 요구했는데 김씨는 안 주겠다고 했다면, 바로 이어서 428억원을 만드는 얘기는 주겠단 취지로 계산한 것인가"라며 "428억원의 3분의 1인 140억원 정도는 정 전 실장에게 가야 하는데 20억원을 안 주겠다는 얘기는 안 맞는 얘기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에 정 회계사는 "저한테 그냥 안 주겠다 정도로 얘기했다"며 "김씨 입장에선 겁을 냈던 것으로 알고 있고 2021년 2월 당시 주지는 않겠다는 취지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씨가 일단 계산만 해달라고 했고 금액도 계속 바뀌었기 때문에 저도 전달 안 하겠다고 해서 그렇게만 기억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이날 김 전 부원장이 정치자금을 수수한 것으로 의심되는 시기를 특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김 전 부원장 측 변호인은 범행일시와 장소 등이 공소사실에 특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검찰은 정민용 변호사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휴대전화 기지국 위치, GPS 기록, 하이패스 기록, 주차장 결제 기록 등을 종합해 2021년 5월3일 김 전 부원장이 1억원을 수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 같은 취지의 증거를 종합해 김 전 부원장 동선을 파악한 결과 같은 해 6월8일 밤 9시께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3억원을 수령했을 가능성이 크다고도 했다. 이와 함께 그해 7월 초순께 2억원, 8월 초순께 1억4700원을 전달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후 일부 금액이 반환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전 부원장 측 변호인은 "공소제기 전에 범행 시기를 특정했으면 좋았을 것을 한참 증인신문을 하고 나서야 시기를 특정한 것에 대해선 아쉬움이 상당하다"며 "누락된 기차 이용 내역에 대해서도 누락사항을 확인해달라"고 추가로 요청했다.

김 전 부원장은 정 전 실장과 함께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그는 이 대표의 대선자금 명목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김 전 부원장이 민주당 예비경선이 진행되던 지난 2021년 4~8월, 4차례에 걸쳐 남욱 변호사로부터 8억4700만원을 수수했고 이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 정 변호사와 공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검찰은 그 중 김 전 부원장에게 실제로 건네진 것은 6억원가량으로 보고 있다.

반면 김 전 부원장은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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