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8시30분께 산불 발생…8시간 동안 일대 태워
2~3층 규모 펜션 검게 그을리고 무너져 아수라장
소방당국, 잔해 속에서 사투…주민 1명 끝내 사망
[강릉=뉴시스] 위용성 박광온 기자 = 11일 오전 산불이 번진 강원 강릉시 난곡동 일대는 화마로 할퀴어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새카맣게 타 절반쯤 무너진 펜션 등 건물에는 화마가 닥치기 직전 가까스로 탈출한 사람들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당시 현장의 급박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30분께 난곡동 산24-4번지 인근에서 발생한 산불은 마침 불어닥친 강풍을 타고 강릉지역 산림과 주택·펜션 등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산불은 당국이 오후 4시30분께 주불 완진을 선언하기까지 약 8시간 동안 일대를 태웠다.
이날 오후 6시께 취재진이 찾은 화재 현장 일대에는 주불이 꺼진 뒤에도 소방당국 인력이 곳곳에 투입돼 잔불 진화와 구조 작업 등으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불길이 집어삼키기 전까지 반듯했었을 2~3층 규모 펜션 건물은 잔해로 변했고, 연기가 타오르고 있었다. 창문은 몽땅 깨져 바닥에 유리 조각 천지였다.
방에는 숙박하던 투숙객들이 급하게 탈출한 듯 헤어 드라이기가 콘센트에 그대로 꽂힌 채 이불과 수건, 옷가지 등과 섞여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타버린 식탁 위에는 먹다 남은 김밥과 컵라면이 그대로 남아 난장판이었다. 말 그대로 필사적 탈출 상황이었음을 가늠할 수 있었다.
인근 펜션들도 대부분 건물 골조가 무너지고 찌그러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일부는 다 무너지고 기둥만 남아 앙상했다. 잿더미 사이에서 그나마 형태를 유지한 채 위태롭게 서 있는 건물들도 완전히 불길을 피하지 못해 벽면이 검게 그을려 있었다.
인근 도로변 일대는 불에 탄 건물 잔해와 강풍에 쓰러진 나뭇가지 등이 섞여 처참한 광경이었다.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던 한 소방 관계자는 "처음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전쟁터 같았다"며 "오늘 비가 오지 않았다면 더욱 피해가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주민 12명이 연기흡입, 손가락 골절 등으로 부상을 입었다.
당국은 강풍에 부러진 나무가 전선을 끊으면서 이번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산불로 축구장 면적(0.714㏊) 530배에 이르는 산림 379㏊가 잿더미로 변했다. 주택과 펜션, 호텔, 상가, 교회 등 55채가 전소되는 등 100채 가량의 재산피해가 발생했고 주민 557명이 대피했다.
소방당국은 일부 지역에서 재발화 신고가 들어오는 데다 바람이 완전히 줄어들지 않으면서 야간 잔불 진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당국은 소방인력 1001명, 산불진화대 264명 등 총 인력 2787명과 소방차 등 장비 403대를 투입해 밤새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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