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시민을 학살하고 군부대 병력을 동원해 정권을 찬탈한 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27)씨가 광주에서 공식 사죄 행보에 나선다.

5·18 최초 희생자인 고(故) 김경철 열사와 공식 사망자중 가장 어린 '오월의 막내' 전재수군 등 관련 희생자와 행방불명자의 묘소를 찾아 이들의 영령도 기린다.

30일 5·18기념재단 등에 따르면 전씨는 오는 31일 5·18 공법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 회장단과 원순석 5·18재단 이사장 등 5·18 관련 단체와 만나 사죄를 주제로 하는 공식 행보를 갖는다.

전씨는 31일 오전 10시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 도착, 10여 분 동안 5·18 단체장들과 비공개 차담회를 갖는 것으로 첫 일정을 시작한다.

이어 오전 10시 10분부터 5·18기념문화센터 리셉션홀에서 방문 목적과 심경 등을 토로하는 발언 시간을 갖는다.

이 자리에는 5·18 당시 아들 문재학 열사를 잃은 김길자 여사 등이 함께한다.

전씨는 이같은 일정을 마친 뒤 오전 11시 국립5·18민주묘지로 향한다. 방명록에 방문 소감 등을 남기고 헌화한 그는 5·18 최초 희생자인 고(故) 김경철 열사와 공식 사망자중 가장 어린 '오월의 막내' 전재수군의 묘소를 찾을 방침이다.

이밖에 5·18 진상규명 의지를 담아 행방불명자들의 영령들이 자리한 묘소도 찾는다.

앞서 전씨는 이날 오전 12시 30분 광주에 도착해 취재진과 만나 간단한 방문 소감 등을 밝혔다.

그는 광주에 온 소감으로 "(광주는) 태어나서 처음 와보고 항상 두려움과 이기적인 마음에 도피해오던 곳"이라며 "이렇게 많은 분들이 환영해니까 정말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어 "(광주에 온 것은) 의미있는 기회이고 순간인 만큼 최선을 다해서 (5·18민주화운동)피해자를 비롯, 상처받은 모든 분들의 억울한 마음을 최대한 풀어주고 싶다"며 "다시한번 기회를 얻게 돼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전씨의 광주 방문에 5·18 관련 기관은 일제히 환영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김범태 국립5·18민주묘지 관리사무소장은 "그는 숨어 살아도 상관없는 상황에서 할아버지의 죄를 직계 가족인 본인이 씻고 싶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왔다"며 "이는 일말의 양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죗값을 달게 받겠다고 한 용기있는 행동을 칭찬한다"고 밝혔다.

송선태 5·18진상규명조사위원장은 "위원회는 그간 전두환과 노태우의 측근과 가족 등을 통해 5·18에 대한 사과·진상규명 의지를 보여달라는 의사를 전달해왔다"며 "최근 노태우씨의 유족들은 우원씨의 행동에 대해 가족 간 (사죄·진상규명 입장 표명에 대한) 합의가 끝났다고 연락을 해왔다. 우원씨의 증언 등을 계기로 상황을 지켜보겠다고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진실한 고백의 뒤로 화해 정서가 성립돼야 할 것이다"며 "우원씨가 광주에서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운 분위기 아래 증언과 해명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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