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MZ, 근로시간 유연화 원해"…개편 추진했지만
MZ세대 반발에 '화들짝'…'개혁 우려'에 尹 보완 지시
정부, 연일 MZ세대 만나 의견수렴…개편안 반영 주목
당초 정부는 MZ 노조가 현행 '주52시간제' 같은 획일적인 근로시간 제도가 아닌 유연화와 선택권 확대를 원하고 있다며 근로시간 제도 개편의 당위성을 강조해왔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기성 노조의 '정치 투쟁'에 거부감을 드러내며 차별화를 선언한 MZ 노조는 노동개혁을 추진 중인 정부의 강력한 우군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6일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이 공식 발표된 직후 MZ 세대의 반응은 냉담했다.
개편안은 현행 주52시간제의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주' 단위에서 노사 합의 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일할 때 집중적으로 일하고, 쉴 때는 길게 쉬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 경우 특정 주에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면서 MZ 세대를 중심으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있는 연차도 다 쓰지 못하는 판에 근로시간만 더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공정과 상식, 워라밸을 중시하며 일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이들은 근로시간 개편 시 '공짜야근'이 더욱 만연해질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급기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는 이른바 '기절 근무표'로 불리는 주69시간 가상 근무표가 빠르게 확산됐고, 개편안에 대한 조롱과 반발 여론은 더욱 커져갔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주축으로 한 신생 노동조합 협의체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새로고침)도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는 국제사회 노동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개편안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MZ 세대의 이 같은 반응에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의 지지를 받아 근로시간 개편을 추진하려던 계획에 '빨간불'이 켜지면서다. 이는 자칫 노동개혁 동력의 약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40%대를 유지하던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정부의 개편안 발표 직후 4주 만에 30%대로 내려가기도 했다. 연령대별로는 20대(13.0%p↑), 30대(11.3%p↑)에서 부정적 평가가 1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의 개편안 발표 8일 만에 보완을 전격 지시한 것도 이런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개편안과 관련, "입법예고 기간 중 표출된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 특히 MZ 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 법안 내용과 대국민 소통에 관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MZ 세대를 콕 집어 강조한 이유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결국은 MZ 노조가 도화선이 된 것"이라며 "미래의 주력이라 보는 MZ 세대와 개혁의 큰 철학과 가치를 공유하지 못하면 개혁이 이뤄지기 어려운 만큼 (반발에) 굉장히 긴장을 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윤 대통령 지시에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연일 MZ 노조와 청년층을 만나며 의견 수렴에 나서고 있다.
정부뿐만 아니라 여당과 야당도 잇따라 근로시간 개편 토론회에 MZ 노조 등을 초대해 여론 형성에 나서고 있다. 사실상 이들이 근로시간 개편 방향의 '키맨'으로 급부상한 셈이다.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처음에는 회사 내 공정성 문제로 노조 활동을 시작했지만, 공정성이라는 기준에서 근로시간이나 임금 문제에도 자연스럽게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MZ 노조의 대표격인 새로고침은 언론 등을 통해 개편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노조 본질인 노동자 권익 향상을 위해 '할 말은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개편안을 둘러싼 계속되는 혼선에 윤 대통령이 '주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상한을 재차 확인했지만, 유준환 새로고침 의장은 개편안 반대를 고수하고 있다.
"69시간이든 60시간이든 지금 상태로는 69시간까지 할 수 있는 여지는 있다", "이 상한(60시간)도 결국은 노동자가 원하지 않는 안에 대한 일종의 대응책일 뿐이다", "사실상 연장근로를 더 많이 할 수 있는 제도로밖에 보이질 않는다" 등이다.
그러면서 '휴식 보장' 등 확실한 보완 장치를 요구하고 있다. 유 의장은 "지금으로서는 연장근로 유연화 따로, 보상휴식 따로"라며 "이 둘이 어떻게 연결되고 어떻게 휴식을 보장하는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MZ 노조가 근로시간 개편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정부가 보완 예정인 개편안에 이들의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될지 주목된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지난 22일 새로고침과 간담회를 갖고 "정부는 청년, 미조직, 중소기업 근로자 등과의 폭넓은 소통으로 현장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합리적인 보완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노동계 일각에선 근로시간 개편과 관련한 정부의 의견 청취가 양대노총은 배제한 채 MZ 노조 등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새로고침은 대기업 정규직 사무직 노동자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모든 노동자를 포괄하지 못한다"며 "정부는 양대노총을 만나 비정규직 청년들의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MZ 노조뿐 아니라 양대노총도 만날 계획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당연하다. 원래 저희의 계획은 개편안이 나오면 현장부터 국회까지 노사 모두를 폭넓게 만나서 할 예정이었다"고 원론적 답변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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