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원장의 국회 표결권 침해, 인정
국회의장의 표결권 침해는 인정 안 돼
'검찰 수사권 축소' 검수완박 법안 유효
'검사의 헌법상 수사권 침해' 청구 각하
그러나 검수완박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자체는 유효하다고 봤고, 검찰 수사권 축소를 골자로 한 해당 법이 검사들의 헌법상 권한을 침해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 "검수완박법 통과시킨 법사위원장, 헌법 위반"
헌재는 이날 오후 서울 대심판정에서 유상범·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일부 인용 결정했다. 법사위원장이 검수완박 법안을 가결한 행위가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해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법사위원장은 회의 주재자의 중립적인 지위에서 벗어나 조정위원회에 관해 미리 가결 조건을 만들어 실질적인 조정심사 없이 조정안이 의결되도록 했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토론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회의 주재자의 중립적 지위와 실질적 토론을 전제로 하는 헌법상 다수결 원칙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원래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민형배 의원이 법안 통과를 위해 '꼼수 탈당'을 한 것을 법사위원장이 알고도 안건조정위에 포함시킨 것은 법사위원장이 헌법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은애 재판관은 "민형배 의원이 의결정족수를 충족시킬 의도로 민주당을 탈당한 점, 같은 당 소속으로 민 의원이 발의한 법률안에 찬성자로 참여한 법사위원장이 이런 사정을 알고도 검사 수사권을 폐지 또는 축소하는 법이 신속 추진될 수 있도록 민 의원을 안건조정위원으로 선임한 것임을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다"며 "법사위원장은 회의 주재자의 중립적 지위에서 벗어나 헌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이선애 재판관도 "법사위원장은 스스로 안건조정위원회 의결에 관해 헌법과 국회법 절차를 위반한 후 조정안 심사·보고·토론 절차를 모두 생략하고 바로 표결에 부쳐 가결·선포 행위를 했다. 위헌사유를 오히려 가중시켰다"고 밝혔다.
이종석 재판관은 "법사위원장의 가결·선포 행위를 무효로 선언하면 다수당이 당론에 기반해 개정을 일방 추진하는 정치 상황을 반복하는 걸 방지해 손상된 헌법질서를 회복할 수 있다"고 인용 의견을 밝혔다.
◆"국회의장 가결은 헌법 위반 아냐…법안도 유효"
헌재는 국민의힘이 법안을 가결·선포한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는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기각했다.
재판부는 "헌법과 국회법에 회기 하한에 관한 규정이 없으므로 짧은 회기라고 해서 위헌·위법한 회기로 볼 수 없다. 적법하게 결정된 회기가 종료돼 무제한토론이 종결됐으므로 무제한토론권한이 침해됐다고 볼 수 없다"며 "국회의장의 가결·선포행위에 헌법 및 국회법 위반이 없어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마찬가지로 기각 의견을 낸 이미선 재판관도 "법사위에서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받았다고 해도 본회의에서 적법하게 의사절차가 진행된 이상, 법사위에서의 절차상 하자만으로 본회의에서도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에 따라 법안에 대한 무효확인청구도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기각했다. 검찰 수사권을 축소한 현재의 법률이 유효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국회의장의 가결·선포행위에 국회법 위반이 없어 청구인들에 대한 권한침해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무효확인청구는 이유가 없다"고 했다.
◆한동훈, 청구인 자격없어…검사 권한 침해도 인정 안 돼
헌재는 같은 날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검사 6명이 국회를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청구를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
재판부는 "수사권·소추권을 직접적으로 행사하지 않는 법무부 장관은 청구인 적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검사들의 청구는 "수사권 및 소추권 일부를 행정부에 속하는 국가기관 사이에서 조정·배분하도록 법률을 개정한 것이므로, 검사들의 헌법상 권한침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수사권 및 소추권이 행정부 중 어느 '특정 국가기관'에 전속적으로 부여된 것으로 해석할 헌법상 근거는 없다"며 "정부 내에서 수사권 및 소추권의 구체적인 조정·배분은 헌법사항이 아닌 입법사항이므로, 헌법이 수사권 및 소추권을 행정부 내의 특정 국가기관에 독점적·배타적으로 부여한 것이 아님을 반복적으로 확인한 바 있다"고 밝혔다.
현재 수사·기소권이 경찰·검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특별검사 등 행정부 내 여러 국가기관들에게 배분돼 있다며 '헌법상 검사의 수사권'이 독점적 권한이 아니라고 판시헀다.
재판부는 "청구인은 헌법이 검사에게 영장신청권을 부여하고 있어서 여기로부터 '헌법상 검사의 수사권'이 도출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며 "그러나 법률전문가인 검사로 하여금 제3자의 입장에서 수사기관의 강제수사 남용 가능성을 통제하도록 하는 취지에서 영장신청권이 헌법에 도입된 것으로 해석되므로, 헌법상 검사의 영장신청권 조항에서 '헌법상 검사의 수사권'까지 논리필연적으로 도출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면서 "헌법은 검사의 수사권에 대해 침묵하므로, 영장신청권자인 검사에게 직접 수사권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입법 형성을 할 수 있다"며 "그러나 직접 수사권을 행사하는 수사기관이 자신의 수사대상에 대한 영장 신청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은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대선 직후인 지난해 6월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사건을 기존 6대 중요범죄(경제·부패·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서 부패·경제범죄 등 2개로 축소하고, 수사 개시 검사와 기소 검사를 분리하도록 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 통과를 위해 민주당 소속의 민형배 의원이 탈당해 무소속 신분으로 안건조정위원회 의결에 참여하면서 의결정족수를 채워 '위장탈당', '꼼수탈당' 논란이 빚어졌다.
국민의힘 유상범·전주혜 의원은 민주당 소속의 박광온 당시 법사위원장과 박병석 국회의장이 개정안을 법사위와 본회의에서 가결한 행위가 소수당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는지, 이 행위가 무효인지를 확인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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