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표 차로 한국화랑협회장 연임 성공
9월15일 인도네시아서 '키아프 자카르타' 개최
제2 화랑미술제 공약 추진..."수원 컨벤션센터 유력"
4월12일 여는 화랑미술제 코엑스 2개홀서 개최
협회, 세대 갈등 해소 젊은 대표 신임 이사로 대거 영입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한국국제아트페어인 키아프(Kiaf)가 오는 9월 인도네시아로 진출합니다."
황달성(70)한국화랑협회장은 "올해는 ''K브랜드 인기인 지금이 K-아트' 수출 적기"라며 "인도네시아에서 ‘키아프 자카르타’(가칭)를 개최한다"고 말했다. "날짜도 이미 9월15일로 잡혔어요. 우리나라 작가 200명이 참가합니다."
9월5일 키아프 프리즈 행사를 마치고 10일 후 자카르타로 날아가는 강행군이다.
"왜 인도네시아냐고요? 인구가 3억 명에 육박하고 부유층이 1500만 명이라는 분석입니다. K팝을 비롯한 K컬처가 가장 인기 있고 K자만 들어가도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입니다. 한국무역협회, 코엑스와 손잡고 현지조사를 했습니다."
황 회장은 "올해는 무역협회,코엑스와 함께 진출해 예행연습 같은 행사로 진행하고 내년엔 독자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전 세계 'K-컬처' 열풍으로 'K-아트'도 승산 있다"고 자신했다.
'키아프의 해외 진출'은 지난 2021년 화랑협회장에 선출되면서 내세운 황 회장의 공약이었다. 프리즈가 영국 런던에서 시작해 미국 LA, 뉴욕에 이어 서울로 진출한 것처럼, 키아프도 아시아권을 접수하겠다는 야심이다. 그동안 두바이, 인도네시아 등의 아트페어에 참가 때마다 품절사태를 빚는 'K-아트'의 위상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와 임기 2년의 벽에 부딪혔다. "이대로 멈출 수 없었다." 그가 화랑협회장 연임에 도전한 이유다. 나이 일흔, 노장의 투혼을 불태워야 했다. 상대는 갤러리현대 도형태(54)대표였다. 회장과 부회장, 신구(新舊) 대결로 역대 가장 치열한 협회장 선거였다. 지난달 열린 투표 결과는 69대 68, 1표 차였다. 심장 떨리게 승리의 깃발을 거머쥔 그는 "준비는 이미 끝났다"며 '키아프 해외진출'과 '제2 화랑미술제 추진' 공약을 벌써 본격 가동하고 있다. 황 회장이 지난 임기에 내세운 '미술품 양도세 비과세', '상속세 물납제 도입' 공약은 이뤄졌다. 상속세가 200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 그 일부를 문화재나 미술품 등으로 납부할 수 있는 상속세 물납제는 이달부터 시행된다.
◆제2 화랑미술제 추진...전속 작가·젊은 작가 육성 초점
매년 봄에 여는 화랑미술제가 인기 작가에 편중된 미술장터라면, 제2 화랑미술제는 젊은 작가 발굴과 전속작가제 강화를 위한 아트페어로 추진한다. 서울에서 여는 화랑미술제와 달리 제2 화랑미술제는 지역에서 개최한다. 현재 미술 시장의 불안정한 미래를 개선시킬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수요자 창출 확장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기대감이 높다.
황 회장은 "개최 장소는 현재 삼성전자가 있는 수원, 분당, 광교 등 신흥 MZ들이 주로 거주하며 유동 인구가 많은 광교 신도시 수원컨벤션센터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했다. 원래 오는 5월에 하려다 4월에 여는 화랑미술제로 인해 하반기나 내년 초 열릴 예정이다. "제2화랑미술제는 젊은 작가들 참여를 유도하며 어려움을 겪는 화랑들을 위해 부스비를 낮추고 전시 지원금을 주는 방안도 추진 중입니다."
장소 문제로 연기됐던 화랑미술제는 올해 코엑스에서 열린다. 지난해 양재동 세텍에서 열려 회원 교통 문제 등 화랑들의 불만이 터졌다.
"오는 4월12일 여는 화랑미술제는 삼성동 코엑스 B, D홀을 확보했습니다. 구자열 한국무역협회장이 키아프 조직위원장을 맡은 게 신의 한 수 였지요."
황 회장은 ‘마당발 인맥’을 자랑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친구로 유명하지만 보수, 진보, 정·관·재계 인물들을 가리지 않는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달곤 국회의원, 김희근 ㈜벽산엔지니어링 회장,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 회장, 유자은 건국대학교 이사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허용수 GS에너지 대표이사, 최윤정 파라다이스 문화재단 이사장 등이 키아프 조직위원으로 황 회장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김동원 윤당아트홀 대표이사, 서정진 셀트리온 그룹 회장 등이 참여 역대급 조직위를 꾸렸다. 아트페어는 결국 판매, 매출이 관건이다. 모두 미술에 관심이 높은 기업들로 키아프 매출 증진에 활기를 더할 전망이다.
◆키아프, 프리즈에 집중 만회...참여 화랑 늘리고 코엑스에서만 행사
"지난해 164개였던 부스를 올해는 200여 개로 늘리고 국내 화랑 참여율을 높일 겁니다."
황 회장은 "올해 키아프는 몸집을 키우고 코엑스 행사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키아프 기간 코엑스와 따로 '세텍'에서 열었던 ‘키아프 플러스’는 폐지한다. 코엑스 1층의 진열 공간 전체로 행사장 규모를 확대하고 출품작 수준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프리즈에 쏠렸던 행사를 올해는 만회하겠다는 방침이다.
협회는 지난해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를 유치, 단군이래 최대 미술행사로 이끌었다. 사상 첫 1조원대 미술시장 매출고를 올렸지만 '프리즈에 안방을 빼앗겼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해외 컬렉터들의 매수를 기대했던 국내 화랑들은 '닭 쫓던 개' 신세가 됐다는 푸념이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님한테 총지휘자가 돼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연임에 성공한 황 회장은 최근 "박보균 장관을 두 번 만나 9월에 여는 키아프 프리즈 행사에 그냥 관광객이 아닌, 그림을 살 수 있는 예술을 사랑하는 관광객을 유치하자는 안을 제안했고, 박 장관이 흔쾌히 지원하겠다고 했다"며 "중국과 일본인 큰 손 관광객 1만 명을 유치하겠다"고 말했다. 'K 콘텐츠 산업을 국가 경제를 선도하는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 정책에 맞춰 문체부와 서울시가 함께 추진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코로나 사태인 2021년 키아프는 650억 역대급 매출을 기록했지만 프리즈와 동시 개최하면서 판이 줄어들었다. 해외에 한국 시장을 열어주는 대신 해외 컬렉터를 데려오겠다는 계획이 어긋나면서다. 지난해 문체부와 서울시가 여러 행사를 했지만, 코로나 사태로 미술관 관장등 미술기관 관계자 100여 명 밖에 내한하지 못했다.
"미술은 K팝 못지않게 국격을 높이는 문화의 최고봉입니다. 'K 브랜드'를 총동원해야 합니다.”
황 회장은 "키아프 프리즈 행사에 온 '큰 손' 유치를 위해 K 클래식 K 관광, K 음식 등 K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누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특히 올해는 지난해에 못했던 중동 왕족들 초청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젊은 화랑 대표 신임 이사로 대거 영입...아트시와 온라인 플랫폼 강화
화랑협회는 국내 화랑 160여 곳이 가입한 미술계 최대 단체다. 국내 최대 아트페어인 키아프와 화랑미술제 등을 열고, 미술품 감정위원회를 운영한다.
현재 국내 화랑은 1세대인 부모를 이어 아들·딸 2세대들로 교체되고 있다. 이번 협회장 선거는 1세대와 2세대의 대결로 세대 갈등의 골을 보였다. 상대 후보였던 도형태 대표는 현대화랑 창업주 박명자 회장의 차남이다.
황달성 회장은 1세대 화상으로 1992년부터 금산갤러리를 운영해오고 있다. 고려대 지질학과 졸업 후 고교 교사로 일하다 미술시장에 들어왔다. 한국판화사진진흥협회 회장을 지냈고, 베이징과 도쿄에서도 갤러리를 운영했다. 2002년 화랑협회 국제이사를 맡아 '키아프'를 출범시켰다. 2009년 호텔객실에서 그림을 판매하는 아시아호텔아트페어를 국내 최초로 선보였고, 차세대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스푼아트페어를 개최, '아트페어 전문 갤러리스트'로 유명하다.
황 회장은 "신구 폭을 좁히고 갈등 해소를 위해 협회 신임 이사진은 30~40대 젊은 화랑 대표들을 대거 영입했다"며 "선거 후유증이 있겠지만 키아프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공통 과제가 있는 만큼 화합하고 상생할 것"이라고 했다. 오는 29일 경북 안동에서 열리는 협회 임시 총회를 열고 단합대회를 가질 것이라고 했다. 부회장은 선화랑 이성훈(변호사) 대표가 맡았다.
9명의 젊은 대표들이 이사를 맡으면서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도 강화된다. "아트시(Artsy)에 회원 화랑들이 단체로 가입하고 화랑협회(홈페이지)와 연계해 거래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는 황 회장은 젊은 이사진들의 활약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우리나라 작가 수가 인구가 30배인 중국과 거의 같고 인구가 거의 3배인 일본보다도 더 많습니다. 이전에 미대생들을 과잉 배출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주 좋은 기회이자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어요. 프리즈 유치로 미술시장 판이 커지고 전 세계 미술 애호가들이 주목하는 서울이 됐어요. 국내 화랑 작가, 한국 미술이 세계로 나아갈 수 있게 2년 간 또 죽기 살기로 해보려고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