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도서정가제가 오는 11월 타당성 검토를 앞둔 가운데 출판계·웹콘텐츠계·도서관계가 각기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

특히 2014년 개정 후 시행되고 있는 현 정책이 웹툰, 웹소설 등 웹콘텐츠에 적합하지 않고, 도서관 등 관련 기관 등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4일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 JU 동교동에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책과사회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도서정가제 개선 방향 공개토론회'에서는 각 분야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토론회는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에 따라 3년마다 시행하는 제도의 타당성 검토 조사연구의 일환이다.

2014년 개정된 도서정가제는 책을 유통하는 과정에서 정해진 비율 이상으로 책값을 할인할 수 없도록 지정한 제도다. 정가의 10%, 각종 쿠폰과 마일리지를 포함해도 최대 15%까지만 할인할 수 있는 것이 현행 제도다.

개정된 도서 정가제는 출판계에 긍정적 효과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토론회에서  “도서정가제 시행 뒤 출판사 수와 출판 발행 종수, 서점 수 등이 증가했다"며 "출판문화의 다양성 확대와 국민의 도서 선택권 제고, 도서 접근성 증대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백 대표에 따르면 국내 출판사 수는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2014년 4만6982곳에서 2020년 6만7203곳으로 증가했다. 발행 종수도 같은 기간 4만7589종에서 6만1181종으로 크게 늘었다. 독립서점 수 또한 2015년 97곳에서 2021년 745곳으로 7.6배 증가했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고 할인율이 제한되며 책값이 올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도서 정가 자체는 인상 추세이지만 일반 물가 인상 수준보다 낮게 나타나는 등 인상률이 억제돼 왔다"고 반박했다. 백 대표는 "도서정가제에 의해 판매 단계의 가격 경쟁은 제한되고 도서 제작 및 정가 책정 단계에서 수많은 유사도서 가격을 고려해 경쟁 가격을 붙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웹툰과 웹소설 등 웹콘텐츠의 경우 종이책과 동일하게 정가 판매 대상으로 규정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

성대훈 웹툰랩 소장은 최근 비약적으로 커진 웹툰 시장을 언급하며 "현 도서정가제는 종이책과 인쇄술을 바탕으로 사상이 유통되던 시대의 제도"라며 "웹툰과 웹소설만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웹툰과 웹소설은 도서정가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야 다양한 서비스 방식과 가격정책 등을 접목해 더욱 성장할 수 있다"며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되던 시점에 전자책이 도서정가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많은 장르 분야가 연재 형식의 웹툰·웹소설 서비스 방식으로 전환하여 시장을 확대했다. 규제적인 도서정가제 방식의 가격정책보다는 산업의 메커니즘과 특성에 맞는 자유로운 가격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도서관계는 정가제 논의에 도서관 측 입장이 반영되길 바라고 있다.

오지은 서울도서관장은  "도서관은 출판문화 생태계의 중요한 이해관계자임에도 불구하고 도서정가제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다"며 "이는 공공도서관의 도서 구입 권수의 감소로 이어졌다"고 했다. 도서정가제 정책 변화로 인해 도서관의 장서 구입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2015년 공공 도서관의 총 장서 구입 예산은 저년에 비해 7.93% 증가했지만, 도서 구입단가가 23.4% 오르며 도서 구입권 수는 12.55% 감소했다.


한편, 이날 공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행 도서정가제에 대해 저자, 출판사, 서점, 독자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반면 전자책 사업자, 도서관은 부정적 시각이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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