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도바 반정부 시위 심화…"친러 전복 시도 세력 7명 검거"

기사등록 2023/03/13 18:12:58 최종수정 2023/03/13 18:35:56

시위대, 친서방 "산두 타도"

에너지비용 최대 6배 급등

[키시너우=AP/뉴시스] 12일(현지시간) 몰도바 수도 키시너우에서 친서방 정부와 물가 급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시위는 친러시아 성향 야당 당원들과 이들의 지원을 받는 '인민을 위한 운동' 그룹이 주도했다. 2023.03.13.
[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몰도바 경찰은 12일(현지시간) 수도 키시너우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와 관련, 대규모 소요 사태를 일으키는데 관여한 혐의로 7명을 검거했다고 이날 밝혔다.

가디언에 따르면 몰도바 경찰은 "대규모 소요를 일으키도록 훈련 받은 러시아 지원 세력의 음모를 저지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러시아 비밀 요원이 반정부 그룹에 잠입했고, 50~100명이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는 대가로 최대 1만 달러를 받기로 했다"면서 "(시위 조직에 연루된) 7명을 검거했다"고 말했다.

또 시위대 54명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 중엔 미성년자 21명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수상한 행동을 하거나 흉기 등 금지 물품을 소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 국제공항을 포함해 4건의 폭탄 테러 위협도 있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시위대는 친서방 성향인 '마이아 산두 대통령 타도', '독재 타도', '경찰 타도'를 외쳤다. 물가, 특히 에너지 비용 급등에 항의했다. 몰도바는 러시아가 지난 1년 간 가스 공급을 중단하면서 에너지 비용이 최대 6배 급등했다. 정부가 서방의 지원을 받아 에너지 보조금을 지급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번 시위는 '인민을 위한 운동'이란 단체가 조직했다. 이 단체는 친러시아 성향 야당 쇼르당의 지원을 받는다고 한다.

쇼르당은 몰도바 의회 의석 101석 중 6석을 차지하고 있다. 이 당의 과두 정치인 일란 쇼르는 10억 달러 규모 은행 스캔들과 관련해 사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이스라엘로 도피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이날 시위에 앞서 러시아 비밀경찰인 연방보안국(FSB)이 범죄 기록이나 스포츠 훈련을 받은 러시아와 몰도바 남성 5~10명으로 구성된 10개 그룹을 동원해 경찰 저지선을 깨고 폭력을 유도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몰도바의 비밀 요원이 이 정보를 먼저 입수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또 국경 경찰에 따르면 러시아 준군사 조직 바그너 그룹의 일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몰도바 입국을 거부당했다고 한다. 지난주 입국이 거부된 182명의 외국인 중 한 명이다. 몰도바 정부는 지난 달엔 외국인 2명을 간첩 혐의로 추방했다.

몰도바 정부는 "이것은 시위가 아니다"며 "몰도바의 상황을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러시아의 또 다른 시도"라고 주장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지난 10일 "러시아 정보기관과 연계된 러시아 요원들이 몰도바 정부에 대한 조작된 봉기를 조장하기 위해 시위를 벌이고 이용하려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의 목표는 몰도바에 친러 성향의 정부를 수립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몰도바의 친정부 싱크탱크 분석가는 "경찰에 적발된 그룹과 바그너 그룹 사이의 잠재적인 연관성에 주목하고 싶다"면서 "러시아의 목표는 혼란과 불만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식으로 현 정부를 전복시키는 것이 더 쉬울 것"이라면서 동시에 "쇼르의 의도는 사법 개혁이 성공하지 못하고 최종 (유죄) 확정을 받지 않도록 당국을 더 바쁘게 만드는 것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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