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본성을 알고 싶다면...'살인자와 프로파일러'

기사등록 2023/03/05 16:22:05
[서울=뉴시스] '살인자와 프로파일러'. (사진=북하우스 제공) 2023.03.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범죄 현장의 언어는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이 언어는 불화와 폭력과 일시적으로만 존재하는 과거의 흔적으로 구성돼 있다. 이것은 메아리다."

미국 보스턴칼리지 간호대학원의 앤 울버트 버지스 교수는 책 '살인자와 프로파일러'(북하우스)에서 범죄자 프로파일링 절차와 범죄 심리 분석의 틀을 마련하던 당시의 기억을 밝혔다.

현대적인 범죄 수사의 기틀이 만들어지던 1970~1980년대 미국 연방수사국(FBI) 아카데미의 심장부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당시 FBI는 유괴·강간·연쇄살인 등 급증하는 강력범죄에 대응할 방안을 마련하는데 골머리를 앓고 있었고, 역사상 처음으로 범죄 행동의 기저에 있는 심리를 이해하기 위한 연구에 인력과 자원을 할당하기로 한다.

지금은 너무도 유명해진 범죄자 프로파일링 기법의 산실, 행동과학부가 탄생하게 된 순간이었다. 미 FBI 행동과학부 내 유일한 여성이자 비요원 출신이었던 저자는 내부인에게만 허락된 공간인 프로파일러들의 회의실을 활보하며 역사상 최악의 범죄자를 대면하고 그들의 마음을 열어 그 복잡하게 얽힌 암호를 해독해낸 순간들을 담았다.

"우리 스스로를 가해자의 머릿속에 집어넣어서 그들이 저지른 범죄의 속성을 알아낸다는 접근 방식에는 심각한 리스크가 있었다. 이 일은 공포를 날것으로 대면하는 일이었다. 행동과학부 사람들 모두 체중이 빠지고 흉통에 시달렸다."

버지스는 정신 간호학을 전공한 간호사로, 대학원 실습 시절 정신병동의 여성 환자를 관찰하다 그들 대부분이 성폭력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피해자들을 위한 치료나 지원이 전무한 시절이었고,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피해 사실을 입 밖으로 꺼내는 일조차 어려웠다. 주변의 모두가 입을 모아 경력을 망치는 길이라고 말릴 때 버지스는 강간 피해자들을 연구하고 치료하는 일에 전념했다.

버지스는 프로파일링 기법을 표준화하고 체계화했으며 살인자들과의 인터뷰의 가치를 가장 먼저 알아보고, 그에 대한 연구를 실제 수사 기법으로 발전시키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프로파일러들의 회의실 미공개 속기록과 녹취록, 범죄 현장에 대한 묘사, 본인의 회상을 엮은 이 책은 극악무도한 범죄자의 마음과 이후에도 오래도록 고통받는 피해자의 마음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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