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결정' 마라도 길냥이…뿔쇠오리에게 정말 위협일까

기사등록 2023/03/05 11:01:00 최종수정 2023/03/05 11:15:47

사료·음식물 쓰레기 의존 높지만 곤충·쥐 포식

재미로 사냥하는 습성 있어 전 세계 공존 고민

[서울=뉴시스] 3일 수의사 등 전문가들에 따르면 길고양이가 쥐보다는 바퀴벌레, 메뚜기 등 곤충을 더 많이  포식한다. (사진=유튜브 Super Catnip 채널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제주 마라도 길고양이들은 처음 쥐잡이 명목으로 섬에 들어왔다. 하지만 멸종위기 야생동물(2급) 뿔쇠오리의 상위 포식자로 알려지며 섬 밖으로 반출이 결정됐다. 뿔쇠오리는 전 세계적으로 5000~6000마리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추산된다. 온·오프라인에서는 이같은 결정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쥐를 잡겠다고 들여오더니 뿔쇠오리가 사체로 발견되자 그 책임을 길고양이에게 전가한다는 것이다. 자연에서 지내는 고양이는 쥐를 잡는데 효과를 발휘할까. 또 뿔쇠오리 사체와 연관성은 있는 것일까.

5일 수의사 등 전문가들은 길고양이와 같이 자연 상태에 놓인 고양이는 쥐보다는 바퀴벌레, 메뚜기 등 곤충을 더 많이 섭취한다고 밝혔다.

고양이가 쥐보다 바퀴벌레 등 곤충을 먹이로 삼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서울대학교대학원 산림과학부 산림환경학 전공 석사학위 논문 ‘도시와 시골에 서식하는 한국 배회고양이의 먹이자원과 서식밀도 비교(황미경·2013)’는 아파트, 주택, 농가 등 총 세 곳에서 서식하는 길고양이의 배설물을 비교 분석했다.

연구자가 세 서식지에서 총 614개의 배설물을 분석한 결과 사료 잔존물과 음식물 쓰레기와 같이 인위적인 먹이 흔적이 모두 발견됐다. 이어 곤충은 110개체가 나왔는데, 메뚜기목이 73개로 가장 많이 확인됐다. 이어 귀뚜라미, 사마귀, 여치, 잠자리, 바퀴벌레 등이 발견됐다. 척추동물은 설치류, 비둘기과, 직박구리, 박새과 등 총 4개가 나왔다.

농가에서도 아파트, 주택가, 농가 모두 사료와 같은 인위적인 먹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농가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 또한 도시 못지 고, 매일 배출돼 길고양이가 힘들게 먹이 사냥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척추동물 포식 흔적은 쉽게 찾기 어려웠다. 아파트 지역에서 척추동물 포식 흔적은 없었고 주택가의 경우에도 척추동물을 먹은 비율은 낮았다. 농가에서는 곤충과 척추동물의 먹이 비중이 세 지역 중에서 가장 높았다. 하지만 설치류의 포식은 농가에서도 거의 확인되지 않았다.

조류의 포식 비율도 낮았다. 연구자는 “조류를 많이 포식할 거라는 일반적인 추측과 달리 일부 연구에서도 조류의 포식률은 7~14%로 낮았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마라도 길고양이는 뿔쇠오리 생존을 위협한다는 오명을 쓴 것일까. 여전히 뿔쇠오리를 해쳤을 가능성은 남아있다. 재미로 사냥하는 고양이의 습성 때문이다.

연구자는 “길고양이가 설치류나 조류 등의 척추동물을 사냥하지만 포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있다”며 “사냥한 먹이의 28%만 섭식한다는 보고도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문제는 해외에서도 골칫거리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보존생물학 연구소와 어로수렵국 과학자들은 고양이에게 목숨을 잃는 새들이 연간 14억~37억 마리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해당 수치는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추정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공존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수의사는 “길고양이가 사냥 습성이 높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며 “길고양이에 대한 연구가 더 진행돼 사람, 고양이, 뿔쇠오리 모두가 공존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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