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상 자제" 정부 압박에 표정 굳은 식품 CEO들 '묵묵부답'

기사등록 2023/02/28 18:24:49 최종수정 2023/02/28 18:33:45

농식품부, 28일 13개 식품업계 CEO들과 물가 안정 간담회

정부 "서민 가계 고려해 식품가 인상 자제 필요" 요청

식품업계 "취지는 공감하지만…조정 불가피한 측면있어"

【서울=뉴시스】 주동일 기자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28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13개 식품 기업 고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한 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02.28.
[서울=뉴시스]김혜경 주동일 기자 = "정부는 민생안정·물가관리를 최우선적으로 해야하기 때문에 간담회 취지에는 공감을 하죠. 하지만 모든 비용이 올라 사실상 가격 조정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식품업계 관계자)

정부가 계속되는 식품 가격 줄인상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28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13개 식품업계 최고경영자(CEO) 및 고위 관계자들과 물가 안정 간담회를 열었다.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논의한 부처별 물가 안정 방안 후속 조치다.

이날 간담회에는 CJ제일제당, 농심, 동원F&B, 롯데제과, 매일유업, 남양유업, 동서식품, 삼양식품, 오뚜기, 오리온, 풀무원, 해태제과, SPC 등 식품기업 대표 및 고위 관계자가 참석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자사 제품들의 가격을 올린 기업들이다.

 정 장관은 간담회에서 올해 상반기 중 식품 업계의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며, 업계의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정부가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할당 관세 적용 품목 추가 발굴 등 식품 업계의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한 정부 역할도 계속해 나가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이날 참석한 CEO들은 일단 "물가 안정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1시간 가량 회의를 마치고 나온 주요 식품 업체 CEO들의 표정에서는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

'회의에서 어떤 얘기가 오고 갔느냐', '올해 제품 가격 인상 계획을 보류할 것이냐'는 등 취재진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아무런 답변도 없이 서둘러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식품 업계 내부적으로는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요청에 속앓이를 하는 분위기다.

한 식품 기업 관계자는 "단순히 가격 인상을 원해서 올리는 것이 아니라 계속되는 원부자재 부담 등으로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리는 것"이라며 "대부분 영업 이익률이 3~5% 정도에 그쳐 불가피하게 올리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도 "팬데믹 이후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 원재료 가격이 급격히 상승했고 석유·가스 등 에너지 비용과 물류비, 인건비 등 제반 비용이 동반 상승해 수익성 악화가 한계에 이르렀다"고 호소했다.

앞서 전날 풀무원샘물은 간담회를 앞두고 돌연 생수 가격 조정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풀무원샘물은 다음달 1일부터 생수 출고가를 5% 올릴 예정이었으나 계획을 접었다.

풀무원 측은 "고물가 시대를 맞아 소비자들의 가계 부담을 덜어주고자 내부적으로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효율 풀무원 총괄 CEO가 현재 한국식품산업협회장으로 대정부 소통을 많이 해온 터라 선제적으로 행동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식품 업계에 가격 인상을 자제해 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이 주류업계의 소주 가격 인상 움직임과 관련해 실태 조사에 착수하는 등 정부가 식음료 업계에 대한 사실상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이에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롯데칠성음료 등 주류업계는 지난 27일 일제히 '당분간 가격 동결' 선언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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